▲ 퍼시픽 드라이브 시작 화면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퍼시픽 드라이브 시작 화면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시시각각 바뀌는 세상에서 탈출하기 위해, 목숨을 건 운전이 시작된다.

넓게 펼쳐진 숲과 호수, 들판이 매력적이었던 태평양 북서부의 어느 지역은 이상 현상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미지의 땅으로 변했다. 의지할 수 있는 건 오직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미지의 음성과 손에 쥔 운전대뿐, 차량 밖은 위험이 가득하다.

퍼시픽 드라이브는 특유의 분위기로 몰입도를 높이며 게임의 모든 부분을 압도한다. 일반적인 도로 곳곳에 서 있는 경고 표지판과 철조망, 하늘을 뚫을 듯 솟아오른 나무 사이 붉은빛을 내뿜는 공장 등 위화감을 끊임없이 자극해 심리적인 불편함을 만든다.

▲ 습하고 어두운 느낌이 이어지는 숲 길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습하고 어두운 느낌이 이어지는 숲 길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의도적인 불편함은 계속 이어지는데, 각도가 낮은 1인칭 시점에 더해 자동차의 키를 돌려 시동을 걸거나 와이퍼를 켜기 위해 직접 시선을 옮겨야 하는 등 각종 조작을 직접 해야 하는 점은 마치 기괴한 게임성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마이 썸머 카와 비슷한 느낌을 전달한다.

게임의 기본적인 틀은 크게 특별하지 않은 편이다. 차고를 거점으로 삼고 끊임없이 외부 지역으로 나가는 과정은 모두 재료 수집을 위한 것인데, 고철과 플라스틱, 에너지 등을 줍는 과정이 계속 반복되어 지루함을 느낄 가능성도 있다.

물론, ‘이상 현상’은 시시각각 생명을 위협해 지루할 틈을 느낄 수 없도록 만든다. 이상 현상의 종류는 셀 수 없이 많은데, 바닥에서 기둥이 솟아오르거나 지형이 일그러지면서 새로운 구조물이 생겨나는 등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차량을 운전하는 스릴을 느낄 수 있다.

▲ 숲 속이나 길에서 볼 수 있는 이상 현상 '관광객'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숲 속이나 길에서 볼 수 있는 이상 현상 '관광객'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이상 현상을 스캔해 파악하는 재미가 있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이상 현상을 스캔해 파악하는 재미가 있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분위기에 맞춰 으스스한 공포를 전달하는 이상 현상도 존재한다. 특히 ‘관광객’은 매우 공포스러운데, 겉보기에는 인간의 형체를 딴 목각 인형처럼 생겼으나 시선이 닿지 않으면 점점 모습을 바꾸며 다가오고 조금이라도 몸이 닿으면 그대로 폭발해 큰 피해를 준다.

가장 무서운 점은 재료 수집을 위해 ‘반드시 차에서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차는 훌륭한 이동 수단, 창고, 조합대의 역할을 보유하고 있으나 아이템 수집을 위해 반드시 차에서 내려야 하며 그동안 차량이 끌려가거나 여러 위험 요소에 의해 목숨을 위협받을 수 있는 것.

차량이 매우 중요한 이유는 결국 탈출의 핵심 요소가 차량이기 때문이다. 게임의 유일한 지역 탈출 방법은 ‘불안정한 에너지’를 수집해 레이더 장치에 붙이고 무작위로 솟아오르는 빛기둥까지 도달하는 것인데, 결국 레이더 장치가 조수석에 붙어있어 반드시 차량이 필요하다.

▲ 재료 파밍은 차에서 내려 직접 해야 한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재료 파밍은 차에서 내려 직접 해야 한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빛기둥을 향해 달려가는 광란의 질주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빛기둥을 향해 달려가는 광란의 질주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당연한 이야기지만 지역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각종 재료를 모으고 여러 개가 존재하는 불안정한 에너지까지 수집하려면 차량은 필수다. 불안정한 에너지는 크기에 상관없이 첫 회수를 할 때부터 지역의 붕괴를 일으킨다. 지역 붕괴는 마치 자기장이 줄어드는 것처럼 점점 활동 반경을 좁혀온다.

불안정한 에너지를 회수하고 빛기둥까지 도달하는 과정은 거의 광란의 질주에 가깝다. 빛기둥은 대부분 길이 없는 곳에 생성되기에 지역 붕괴를 피해 미친 듯이 달리며 나무와 바위, 이상 현상을 피해야 한다.

복귀 후는 다시 즐거운 차량 정비 시간이 이어진다. 차량이 곧 목숨과 같기에 부서진 문을 고치거나 범퍼를 교체하는 등 꼼꼼한 점검에 나서야 한다. 동시에 차량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연구는 매우 방대한 편이기에 필요한 재료를 리스트에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 차량 수리 대용 퍼티를 바르는 장면, 고철에 가깝지만 소중한 목숨줄이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차량 수리 대용 퍼티를 바르는 장면, 고철에 가깝지만 소중한 목숨줄이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텍스트의 압박을 느낄 수 있는 제작 창, 번역 퀄리티가 매우 좋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텍스트의 압박을 느낄 수 있는 제작 창, 번역 퀄리티가 매우 좋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게임은 차량의 정비, 연구, 리스트, 일지 작성 등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매우 많은 텍스트의 압박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모든 곳에 적용된 한글화가 매우 놀랍게 느껴지는데, 게임에 필요한 정보부터 라디오 메시지, 작은 정리까지 어색한 부분이나 오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꼼꼼한 해석이 돋보인다.

퍼시픽 드라이브는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 있는 게임이다. 하지만 재료 수집부터 드라이브, 차량 정비, 모험, 풍부한 이야기, 독특한 음악까지 취향을 저격할만한 요소는 충분히 준비되어 있어 누구나 깊게 빠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운전대를 잡고 나아가는 길이 공포에 가득 찬 탐험이 될지, 음악을 들으며 여유롭게 달리는 힐링 드라이브가 될지, 선택은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새로운 미스터리를 찾기 위해 시동을 걸고 가속 페달을 밟을 때가 됐다.

저작권자 © 게임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