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잉크리나티 플레이 화면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잉크리나티 플레이 화면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책 한쪽, 빼곡한 글자가 자리를 비운 공간에서 칼을 든 여우와 강아지를 업은 토끼가 전투를 벌인다.

잉크리나티는 중세 시대 책에 그려진 낙서를 유닛으로 활용해 전략적 전투를 펼칠 수 있는 게임으로 유저가 직접 모든 말을 움직이는 ‘마스터’에 빙의해 유닛을 그리고 직접 전투에 개입하는 독특한 플레이 방식을 선보인다.

게임은 마치 체스나 장기와 비슷하게 상대와 서로 턴을 주고받으며 말을 움직이고 적을 제압하는 과정을 다룬다. 검을 든 개, 활을 든 토끼, 창을 든 여우처럼 독특한 특성을 보유한 동물 유닛은 게임 중 획득하는 잉크를 소모해 직접 ‘그려서’ 소환할 수 있다.

▲ 양 쪽의 토끼를 한 번에 공격하는 모습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양 쪽의 토끼를 한 번에 공격하는 모습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유닛들은 종족과 무기에 따라 각각 다른 공격을 가한다. 검은 한 칸 및 좌우 휘두르기, 창은 두 칸 찌르기, 활은 아주 먼 거리까지 공격하며 철퇴를 휘두르거나 폭발물을 던지는 등 여러 공격 방법을 무기에 따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종족은 개, 토끼, 여우, 당나귀, 달팽이 등 종류가 매우 많은데, 개는 특별한 스킬은 없지만 평균적으로 높은 공격력을 보유하며 토끼는 턴 종료마다 기도해 광채 버프를 획득하고 적을 도발해 두통을 일으킨다. 달팽이는 무기를 보유하지 않으나 나아가는 길의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 손으로 그림을 밀거나 직접 타격을 줄 수 있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손으로 그림을 밀거나 직접 타격을 줄 수 있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의 ‘손 행동’도 전투에 다채로운 영향을 준다. 손 행동을 활용하면 유닛을 그려서 소환하는 것뿐만 아니라 유닛을 한 칸씩 밀 수 있고 직접 그림을 때려 피해를 주거나 종을 울려 턴을 이어가는 것도 가능해 상황에 따라 다채롭게 행동해야 한다.

유닛과 유저 스킬을 활용하다 보면 단순히 적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넘어 밀기 같은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특히 밀기는 판을 구성하기에 따라 커맨드 센터 역할을 하는 적의 초소형 잉크리나티를 한 번에 처치할 수 있어 현재 턴을 넘어 미래의 행동 방식까지 예측할 필요가 있다.

▲ 승리화면, 배경을 잘 보면 온갖 난리가 나 있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승리화면, 배경을 잘 보면 온갖 난리가 나 있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잉크리나티는 쉽다고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복잡하고 두통을 유발하는 수준의 판짜기가 필요한 게임이다. 물론 복잡한 만큼 다양한 해결 방법이 존재하지만 가벼운 게임을 생각하고 플레이했다간 순식간에 유닛이 몰살당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스토리 모드는 스테이지를 직접 선택해 나가는 구조인데, 잉크리나티가 참여하는 승부뿐만 아니라 일종의 묘수풀이 같은 전투도 참여해야 하며 상점에서 부대를 꾸리기 위한 유닛을 구매하거나, 위신의 중첩, 최대 체력 및 잉크 소지 한도의 확장을 계속 고민하며 선택지를 골라야 한다. 전투와 함께 운영까지 고민해야 하는 것.

▲ 레벨에 따라 획득할 수 있는 신규 콘텐츠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다회차 플레이도 제공되는데, 게임을 마칠 때마다 경험치와 레벨이 오르고 그에 맞춰 새로운 야수, 무기, 손 행동, 특성이 계속 추가되어 마치 로그라이크처럼 끊임없이 도전하는 매력을 준다. 스토리 역시 클리어마다 스테이지가 3개씩 최대 9개까지 늘어나며 이야기가 계속 확장된다.

잉크리나티는 매우 까다롭고 어려운 게임이지만 전체적으로 풍기는 우스꽝스러움 때문에 어렵지 않게 보이지 않는다. 튜토리얼부터 시작된 나사 빠진 설명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 계속 이어지며 ‘제발 툴 팁 좀 보라’고 애원하거나 체력을 모두 소모했을 때 ‘패배자’라고 비꼬는 등 소소한 웃음거리가 가득하다. 

▲ 수녀와 기사의 한 판 승부가 펼쳐진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수녀와 기사의 한 판 승부가 펼쳐진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진심을 담아 선택하게 되는 선택지 '나 좀 내버려 둬!'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스토리 모드를 진행하며 만나는 게임 속 등장인물들은 정상적인 인물이 하나도 없는데, 중세 기사와 수녀가 서로를 헐뜯으며 비난하고 마스터는 제자를 잘 키웠다고 파티를 벌이다가 떨어트린 물건을 줍던 ‘죽음’에 살해당하고 음유시인은 위신에 눌려 욕을 먹고 즐거워하는 등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을 보는 재미도 있다.

잉크리나티는 가벼워 보이는 그림체와 달리 게임 방식은 매우 묵직하고 내용은 유쾌함으로 가득 차 있어 끊임없는 반전을 선사한다. 전투에 실시간으로 바뀌는 룰렛을 도입하는 등 단순히 전략 중심의 느긋한 플레이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도 돋보인다.

판을 짜고 전략을 구상하는 게임을 즐겨보고 싶다면 잉크리나티가 나쁘지 않은 해답을 보여준다. 다만 앞으로 책의 여백만 보면 갑옷 입은 동물들이 생각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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