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체 옆에서 열 번째 기록을 발견했다. 죽음이 몇 번 반복된 걸까?”

외계 행성에서 처음으로 발견한 우주인은 사망한 ‘나’였다.

리터널은 외계 행성에 불시착한 주인공 셀린의 처절한 탈출기를 다룬 로그라이트 탄막 슈팅 게임으로 2021년 PS5에 독점 공개되어 더게임어워드 최고 액션게임에 선정된 바 있다.

이번 PC 버전은 돌비 사운드와 한국어 더빙으로 외계 행성에 홀로 떨어진 셀린의 불안한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며, 레이트레이싱 및 반사 효과로 한층 음울한 공포 분위기를 더했다. 동시에 성능 측정, 진행도 추적, 도전과제로 기존과 다른 PC 버전만의 콘텐츠를 완성했다.

게임은 오프닝부터 ‘반복되는 사망’을 경고한다. 언제든 추락할 수 있는 지형의 조합과 곳곳에서 등장하는 괴물, 3차원으로 쏟아지는 탄막까지, 주인공은 이야기를 진행하는 동안 끊임없이 죽음을 맞이하고 추락한 시점으로 되돌아간다.

탐험과 사망의 반복은 자칫 지루하게 표현되기 쉬운 주제이지만 리터널은 스토리의 구성과 깊이로 불편을 덜어냈다. 주인공의 이야기는 마치 조각난 파편을 맞추듯 삶이 반복될 때마다 조금씩 모이고 반전과 추리를 거듭해 후반부에 다다랐을 때 상상을 뛰어넘는 거대한 퍼즐로 돌아온다.

맵과 아이템, 적의 구성 역시 매번 바뀌어 항상 긴장 상태가 유지된다. 과거 큰 위험이 없던 공간을 안심하고 지나가다 갑자기 적의 습격을 받고 체력을 큰 폭으로 잃거나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도 잦다.

전투는 탄막 슈팅 장르에 걸맞게 모든 적이 원거리에서 탄막을 발사해 빠른 판단과 정확한 움직임이 요구된다. 대부분의 적이 한 번에 10개 이상의 탄막을 날려 자유로운 이동을 제한하고 심지어 주인공의 위나 아래, 대각선에서 탄막이 날아와 기본 지급된 권총으로 빠르게 적을 처치하고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보스전은 진정한 탄막 지옥을 경험할 수 있다. 그동안 만난 적의 공격이 애교로 느껴질 정도로 촘촘한 탄막이 쉴 틈 없이 쏟아지고 역으로 근접 공격을 시도하는 등 색다른 패턴으로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스테이지 보스는 총 6종이며 과거 기록을 토대로 필드에 중간 보스를 소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동과 조작은 굉장히 뛰어난 편이다. 특히 달리기와 점프, 대쉬를 모두 사용하면 배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맵을 가로지른다. 속도를 적극 활용해 탄막을 피하고 칼을 휘두르며 적과 근접전을 펼치는 독특한 플레이도 경험할 수 있다.

성장 방식은 로그라이트 장르답게 아이템 획득이 주를 이루나 무작위 요소가 강화되어 활용이 쉽지 않은 편이다. 외계 물질에 오염된 상자는 높은 확률로 슈트의 기능 오류를 유발하고 디버프를 중첩한다. 오염은 자원을 소비해 제거할 수 있으나 수집 양이 적어 항상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기능 오류는 자원의 획득량을 줄이는 단순한 제한부터 공격 간격을 늘리거나 이동을 제한해 생존을 어렵게 만드는 경우까지 있어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기능 오류는 근접 공격으로 적을 처치하거나 아이템을 제작하는 등 주어지는 미션을 달성하면 해제할 수 있다. 아이템은 권총, 검, 그래플링 훅 같은 기본 장비를 제외하고 사망 시 모두 초기화된다.

PC 버전에 맞춰 향상된 그래픽은 한층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광원은 배경 곳곳에 존재하나 안개에 의해 자연스럽게 흩어져 더욱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외계 생명체의 형태와 모습 역시 세밀하고 징그럽게 표현되어 빠르게 처치하고 싶은 마음을 더한다.

한국어로 더빙된 주인공 셀린의 독백은 돌비 애트모스로 전달되어 사운드를 풍부하게 채운다. 과거의 셀린이 남긴 기록물은 발견할 때마다 자동 재생되어 따로 내용을 확인하지 않아도 이야기의 흐름을 쉽게 따라갈 수 있고 셀린의 현재 상황에 맞춰 울리거나 먹먹해져 게임에 금세 빠져들게 만든다.

2D가 3D로 확장되자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리터널은 최후까지 희망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로그라이트 장르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사방을 점령하고 날아오는 탄막을 피하는 과정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나 계속 도전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이다.

게임 후반부 밝혀지는 거대한 비밀은 촘촘한 구성과 더빙을 기반으로 짜릿한 충격을 선사한다. 징그러운 괴물을 처치하고 셀 수 없는 죽음을 경험하며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이 충분히 가치 있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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