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가 경쟁력인 시대는 지났다"

지스타 2019, 방준혁 넷마블 의장이 자사 부스를 방문해 남긴 말이다. 넷마블은 모바일 초창기 빠른 속도를 내세워 시장을 이끌었다. 성장 동력이 떨어질 시점에서 과감한 장르 선점은 대성공이었다. 이후 넷마블은 다시 전략을 바꿨다. 속도를 버렸지만, 대신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2019년 넷마블의 연간 매출은 2조 1,755억원으로 3년 연속 2조원을 넘겼다. 국내 게임계 상장사 중 최고 매출이다. 그러나 낮은 영업이익이 발목을 잡는다. 2,017억원으로 전년 대비로도 16.5% 줄었다. 그 결과 4분기 순이익이 적자로 전환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단기적으로는 환율로 인한 손실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근본적으로 로열티 지급 비용이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로 꼽힌다. 자체 IP가 아직 부실하기 때문이다. 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지급수수료로 빠져나갔고, 그중 대부분이 로열티 비용이다.

넷마블이 '웰메이드'를 새로운 키워드로 내세운 것도 지금 환경과 연결된다. 예전처럼 강한 크런치 작업을 진행해 일정을 맞출 수 없고, 게임의 퀄리티는 상향평준화됐다. 더 잘 만든 게임으로 장기적 흥행을 지키는 동시에, 고유의 IP를 키워내 내실을 다지겠다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웰메이드 게임이 회사를 긍정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일곱개의대죄: GRAND CROSS, 킹오브파이터즈 올스타, 쿵야 캐치마인드. 넷마블의 자체개발로 작년 선보인 주요 신작들이다. 모두 만듦새에서 호평이었다. 신작 출시 빈도는 줄었지만, 웰메이드 기조로 전환하겠다는 넷마블의 움직임은 선명하다.

BTS(방탄소년단) 프랜차이즈도 계속 이어간다. 넷마블몬스터에서 개발 중인 BTS IP 스토리텔링형 신작이 기대를 받는 이유는 BTS월드와 달리 자체개발이기 때문이다. 넷마블몬스터의 최근작들인 마블 퓨처파이트와 매직: 마나스트라이크는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했다는 특성을 지닌다. 세계적인 지명도의 BTS를 '웰메이드 게임'으로 소화할 수 있다면 잠재력은 여전하다.

2020년 글로벌 플랜은 공격적이다. 이미 출시한 매직: 마나스트라이크부터 시작해 3월은 일곱개의대죄가, 4월은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이 연달아 글로벌 마켓의 문을 두드린다. 상반기 내 마블 렐름 오브 챔피언이, 올해 내 쿵야 캐치마인드가 글로벌 진출을 앞두고 있다.

이미 넷마블의 주력 시장은 글로벌이 됐다. 2019년 넷마블 총매출 중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8%에 불과하다. 북미가 30%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일본과 유럽이 그 뒤를 잇는다. 자회사 카밤의 마블 콘테스트 오브 챔피언즈와 잼시티의 쿠키잼이 북미 시장에서 큰 성과를 냈다. 마블 퓨처파이트 역시 성공적인 해외 서비스를 이어나간다.

2020년 캐치프레이즈 '강한 넷마블'은 이루어질까

웅진코웨이를 인수하면서 게임사업에 덜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방준혁 의장과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넷마블의 본질은 게임사업"이라고 연신 강조했다. 그와 함께 신년사에서 강조된 단어는 건강한 넷마블에 이은 강한 넷마블이었다.

3월 12일 국내 출시를 앞둔 A3: 스틸얼라이브는 그러한 키워드를 처음 테스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MMORPG와 배틀로얄의 융합장르로 성장과 경쟁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웰메이드를 표방한다. 자체 IP로 오랜만에 선보이는 대형 신작이기도 하다. A3가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경우, 다른 게임에 비해 중요한 가치를 남길 수 있다.

세븐나이츠 IP로 준비 중인 신작들도 같은 결에서 움직인다. 세븐나이츠2,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에 더해 세븐나이츠 스위치 버전도 개발되고 있다. 넷마블은 13일 컨퍼런스콜에서 "세나IP 3종 중 2종 정도는 올해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셋 모두 완성도와 퀄리티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대형 신작인 동시에 자체 IP다.

시연을 통해 퀄리티와 완성도를 향한 기대감은 불러일으켰다. 게임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재미다. 과연 내부 야심작들이 색다른 재미로 강한 넷마블을 완성시킬 수 있을까. 그중  첫 번째 타자인 A3를 3월에 확인할 수 있다.

저작권자 © 게임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