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돌아온 디아블로2: 레저젝션의 알파 테스트가 끝났습니다.

디아블로2는 어떤 이에게 청춘을 같이한 인생 게임으로 기억 될 수 있고, 이름만 들어본 전설의 게임으로 인식될 것입니다.

그렇다보니 알파 테스트를 마친 디아블로2: 레저렉션의 평가 기준을 잡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디아블로2: 레저렉션의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얼마 전 우연히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를 다시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70년 만에 해동되어 기존의 가치관과 현실에서 고뇌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담겨있었습니다.

디아블로2는 20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당시가 온라인게임 초창기였고 IT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20년은 강산이 아닌 천지가 개벽한 수준에 가까운 시간입니다. 상대적으로 70년 만에 돌아온 캡틴 아메리카 보다 더 큰 간극일 수 있습니다.

디아블로2는 20년 전 수식어가 필요없는 최고의 평가를 받았습니다. 레저렉션은 2021년에 맞춰 그래픽과 편의성까지 개선했죠. 근간에는 지금까지 유저들이 찬사를 보내는 게임성이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완벽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나옵니다. 20년 전의 기반 시스템은 그대로인데, 겉모습은 최신게임이 되었습니다. 기존 팬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겠지만, 명성만 알고 있던 신규 유저들에게 디아블로2의 시스템이 과연 최고의 만족감을 줄 수 있을까요.


레저렉션이 만약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캡틴 아메리카가 현생에 깨어나 도시를 멍하니 바라보는 감각과 비슷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때는 당시의 감성과 낭만이 있었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경쟁과 트렌드 그리고 매서운 기준의 유저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인정하는 독보적 위치의 게임이 20년 만에 돌아와 생존경쟁을 해야할 수 있다는 사실은 큰 충격이 될 수 있습니다.

블리자드 경영진 입장에서도 쉽지 않을 결정이 될 것 같습니다. 기존 시스템을 어느 부분까지 유지해야할지, 편의성의 기준을 어디까지 두어야할지.

‘추억 속의 불편함’과 ‘현재의 불편함’은 상당히 큰 차이가 있습니다. ‘라떼는 말이야~ 예전에 다 그렇게 게임을 했었어’란 말 뒤에는 ‘어떻게 게임을 했는지 모르겠지만’이란 부정적 뉘앙스가 숨겨진 경우가 있습니다. 

줍기 전에 확인할 수 없는 아이템, 스택되지 않는 보석들, 비좁고 자동정리 되지 않는 인벤토리 등 과거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 다시 체험하니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게임이 재미없는 것은 아닙니다. 오래간만에 룬워드를 만들고 스토리를 보며 추억을 돌아보는 시간은 짧지만 충분한 만족감을 주었습니다. 새롭게 만들어질 인게임 영상은 생각보다 더 낡아 있음에 놀랬고 180도 리뉴얼된 비주얼은 2021년 게임으로 부족함이 없습니다.

원작 팬들이 있기에 모든걸 트렌드에 맞춰 바꾸기란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시스템으로 게임을 즐겨야 한다면 확실히 불편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알파 테스트는 많은 여운이 남습니다. 20대에 함께했던 추억의 게임이 새 옷을 입고 돌아와도 만족감을 줄 수 있다는 개인적인 느낌과 최신작이라면 당연히 갖추고 있어야 할 시스템들의 부재는 좀처럼 좁히기 힘든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분위기를 보면 머지않은 시기에 또 다른 테스트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 테스트를 보면 블리자드의 선택이 어느 방향인지 조금 더 명확해지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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