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상반기 가장 이슈가 된 온라인게임은 메이플스토리라 할 수 있다.

누적된 실수와 아쉬운 소통으로 불만이 커졌고, 이를 해소할 자리를 빠르게 마련하지 못했다. 트럭시위는 악화된 민심을 대변하는 사건이었다. 결국 메이플스토리 강원기 디렉터는 고객 간담회에서 사과와 함께 게임의 대대적인 변화를 약속했다.

메이플스토리의 다음 행보는 그래서 중요하다. 이번 간담회를 시작으로 소통을 이어가고 바뀐 콘텐츠 역시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 18년 서비스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기로에 섰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잘못을 향한 인정과 사과, 대처 과정이 깔끔한 편은 아니었다. 개발진은 액션 연출 오류, 색맹, 색약 보조기능 미지원, 부적절한 스토리, 부족한 콘텐츠 등의 문제점을 방치하거나 인지하지 못했다. 부실한 로드맵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분위기는 조성됐다. 게임을 떠나지 않은 유저들은 변화를 바라고 개발진은 반성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장수 온라인게임으로서 지지를 다시 얻을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를 일만 남았다.

첫 과제는 고객 자문단이다. 최대 20명으로 이루어진 유저 자문단은 개발진이 개선을 약속했던 부분을 검증한다. 메이플스토리는 자문단 한 기수를 6개월 주기로 운영하고 이들로부터 유저 눈높이에 맞는 피드백을 수집할 계획이다.

옴부즈맨 방식의 자문단은 그동안의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어찌 보면 간담회는 자문단의 효율성을 검증하는 자리였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미흡했던 소통으로 인한 문제들이 직접적으로 드러났고 개선을 약속받았기 때문이다.

개발진 입장에서 아쉬울 것이 없는 제도다. 특히, 자문단이 직접 콘텐츠를 검증하는 과정은 고객센터의 신뢰를 아직 회복하지 못한 메이플스토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절차다. 루델팡, 왕토, 콘파쿠를 비롯한 10인의 대표단은 철저한 준비로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향후 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쌓는데 성공했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는 소통 이상으로,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요한 사안이다. 환생의불꽃, 어빌리티, 큐브 등의 내용이 간담회의 상당부분을 차지했으나, 구체적인 보상안과 향후 로드맵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환생의불꽃은 신규, 복귀 유저보다 실질적인 피해를 입은 기존 유저들에게 더 많은 보상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조치될 예정이다. 종결급 스타포스, 잠재능력을 보유한 아이템에 최고 등급 추가 옵션을 이전시킬 수 있는 기능을 아이템 형태로 지원한다. 최상위권 유저들의 부담을 낮출만한 정책이지만 종결급 노작 아이템을 다시 구해야 하는 아쉬움이 남아있다.

어빌리티와 큐브는 복합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만큼 신중하게 다뤄질 것으로 전망이다. 어빌리티 레시피로 인해, CS팀과 개발진간 미흡한 소통이 대두됐고 ‘보보보’, ‘드드드’로 대표되는 큐브 문제는 간담회에서 모든 의혹을 해결하지 못했다.

확률형 아이템 이슈는 1기 자문단과 강원기 디렉터의 첫 과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해당 이슈로 손상된 이미지를 복구하기 쉽지 않고 이어지는 비판도 게임사가 홀로 해결하기에 신뢰도가 부족하다. 투명한 확률 공개는 게임사 입장에서 고육책이지만 서비스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할 과정이다.

큰 대가를 치렀지만 기회는 남아있다. 간담회에서 개발진의 발언을 미루어볼 때, 메이플스토리는 유저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게임을 개선할 의지가 큰 것으로 보인다.

넥슨 관계자는 “성장 과정에서 겪어야 할 성장통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시대 변화에 발맞추고 유저들의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단기간에 많은 이슈가 겹치면서 게임사의 운영을 바라보는 시선은 날카로워졌다. 유저들은 조금이라도 불합리한 면모를 발견하면 개발진에게 소통을 요청하는 추세다. 콘텐츠뿐만 아니라 게임사의 대처도 새로운 평가 기준이 되는 시대다.

반성과 소통은 추가 인력이 필요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 게임을 정상화하는 것만으로 외양간도 고치고 소도 되찾는 케이스는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저와의 소통을 유지하는 것. 초심(初心)이야말로 서비스 20년을 앞둔 현 메이플스토리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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