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개발자들이 들썩이고 있다. 연봉 인상과 채용 경쟁으로 새로운 물결이 밀려들어왔다.

2월 넥슨이 연봉 일괄 800만원 인상과 개발직군 초봉 5,000만원을 발표한 뒤, 주요 게임사들이 앞다투어 연봉 인상을 발표했다. 엔씨가 초봉 5,500만원을 선언하자 크래프톤은 6,000만원으로 받아쳤다. 일괄 2천만원 인상이었다.

그밖에도 넷마블, 펄어비스, 스마일게이트, 네오위즈, 컴투스, 게임빌, 조이시티, 베스파 등의 게임사들이 일제히 파격적 일괄 인상에 나섰다. 인상액은 보통 800만원에서 1,500만원 사이다. 현재 규모에 상관없이 업계 기준에 맞춰나가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그동안 노력한 보상을 이제서야 정당하게 받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간 업무량과 실적에 비해 대우와 복지가 좋지 않다는 지적이 존재했기 때문. 한 개발자는 "게임계 근무환경 인식이 좋지 않아 마음에 드는 신입 개발자를 만나기 어려웠는데, 이번을 계기로 좋은 인력이 보충되지 않을까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보유한 인재를 지키고 신규 인력을 영입하려는 경쟁이 심화되면서, 게임계에 일대 격변이 벌어질 조짐도 함께 보인다. 게임사 형편에 따라 표정 역시 다르게 나타난 것이다.

쿠팡, ICT, 모바일... 그리고 게임으로

연봉 인상 돌풍은 비단 게임계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ICT 업계 전체가 인재 영입 경쟁에 한창이다. 시작은 쿠팡이었다. 쿠팡은 작년 하반기 2년차 개발자 연봉을 6천만원 선에서 책정하고, 경력직 200여명을 채용하면서 입사 보너스로 5천만원씩 지급하는 파격적 정책을 제시했다.

쿠팡으로 시작된 연봉 기준점이 IT업계와 게임계에 차례대로 번진 것이다. 특히 민감하게 반응한 분야는 모바일 앱 사업이었다. 근본적 원인으로 인력난이 꼽힌다. 앱 시장은 매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는 중이고, 모바일 플랫폼 개발자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 게임업계 개발 직군 대부분은 모바일 플랫폼과 연관되어 있다. IT 산업에 인력을 빼앗길 위험에 직면했고, 경쟁적인 연봉 인상은 필연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코어 개발인력을 빼앗기면 업체 미래가 통째로 사라지는 셈"이라면서 "성장률이 큰 만큼,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인력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실정"이라고 답했다.

"기준은 맞춰야 하는데..." 중소 업체들의 속앓이

'3N' 급 대형 게임사는 연봉 인상에 따른 출혈이 적다. 넥슨, 엔씨, 넷마블의 2020년 영업이익은 각각 1조 1,907억, 5,866억, 2,720억(원)이었다. 인건비에 따른 이익 감소는 일부에 불과하며, 오히려 고급 인재를 유치해 영역을 확대할 가능성도 생긴다.

반면 중소 게임사들은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장기간 적자 실적을 기록하다가 이제 수익을 내기 시작한 업체들은 당장 연봉 인상이 큰 리스크로 다가온다. 게임빌처럼 과감하게 투자한 사례도 있지만, 특별히 인상하지 않기로 결정하거나 아직까지 고려 중인 업체도 있다.

중견 게임사의 한 개발자는 "내부 직원끼리 이직을 주제로 대놓고 이야기하는 일은 드물었는데, 최근 들어 타사 근무환경이나 채용공고 관련 대화가 급격히 많이 들린다"면서 "제대로 된 조건을 원하는 분위기가 매우 커졌다"고 답변했다.

연봉에 울거나 웃는 게임사들, '미지의 새 판' 열릴까

'꼼수'도 등장했다. 인상을 평균 기준으로 발표한 뒤 일반 직원 인상률은 예년과 비슷하거나, 연봉 인상분의 상당 비율을 인센티브로 채우는 식이다. 연봉 인상을 따라가는 대신 추가 채용을 줄인 사례도 있다. 그만큼의 근무량 부담은 개발자에게 돌아온다.

개발력 양극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올해를 기점으로 게임계의 재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 속에서 개발자들의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각종 편법으로 주52시간 근무제를 피해나가는 경우가 속속 제보되면서 근무환경 개선을 향한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연봉 인상 돌풍으로 게임계 인재들의 '르네상스'가 열릴 것인지, 반대로 '치킨게임'의 서막이 될 것인지를 두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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