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되어야 했던,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들을 만들고 싶었어요"

이만큼 '대박'이 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요? 쿠키런: 킹덤은 1월 출시와 함께 올해 최고 흥행작 후보로 떠올랐습니다. 데브시스터즈는 신작 하나로 일약 슈퍼스타가 됐죠. 바라보기만 해도 힐링될 만큼 귀여운 쿠키들, 꾸미기와 RPG를 합친 재미는 수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떠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숨은 공신은 또 있습니다. 캐릭터 뒤에 치밀하게 구성된 세계관과 스토리가 그 주인공이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라도 플레이를 계속하게 됩니다. 쿠키런 IP가 그동안 쌓아온 재료를 신작 하나에 녹인 비결은 무엇일까요? 조길현, 이은지 공동 PD에게 쿠키런: 킹덤 세계관에 대해 물었습니다.

조길현 PD(왼쪽), 이은지 PD(오른쪽)
조길현 PD(왼쪽), 이은지 PD(오른쪽)

Q: 쿠키런: 킹덤 흥행이 놀라울 정도인데요. 이 정도 반응을 예상했나요? 소감도 궁금하네요.

이은지: 흥행을 예상했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도 아니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쿠키런: 킹덤은 시장에서 찾기 힘든 형태의 장르 결합, 귀엽고 캐주얼한 그래픽, 쉽고 간편한 게임성 등 특징을 가졌어요. 이건 양날의 검처럼 타 게임과 차별화되는 기대 요소이기도, 동시에 불안 요소이기도 했거든요.

하지만 개발진 내부에서 어느 정도 확신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쿠키런 for Kakao 때부터 쌓아온 개발과 운영 노하우를 총동원해 준비한, 말하자면 쿠키런 IP에 대한 애정이 집대성된 프로젝트였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쿠키런: 킹덤은 이런 예상을 뛰어넘는 더 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어요. 확신과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게 만들어주신 모든 유저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조길현: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고 출시하며 겪을 수 있는 수많은 어려움을 다 거쳐온 느낌인데요. 그만큼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토대를 갖춘 IP와 이것에 진심으로 몰두할 수 있는 개발팀, 사람들의 감정과 경험을 깊게 생각하고 고민한 개발 환경 등이 쿠키런: 킹덤을 탄생시킨 자산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2013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쿠키런을 기억하고 아껴주신 많은 분들이 함께 만든 결과라고 생각해요.

Q: 쿠키런 시작점은 마녀의 오븐 탈출이었는데요. 쿠키런: 킹덤은 고대 쿠키 왕국과 어둠의 전쟁까지 세계관을 대폭 확장시켰습니다. 이런 스토리가 탄생한 배경이 궁금해요.

조길현: 쿠키런: 킹덤은 쿠키런을 오래 지속될 수 있는 IP로 성장시키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그간 쿠키들이 마녀의 오븐을 탈출하는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쿠키런: 킹덤은 탈출 이후의 이야기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힘들게 달려온 쿠키들이 새로운 터전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 그리고 또다른 흥미로운 세계를 모험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그런 스토리가 그려질 공간을 '왕국'으로 설정하고, 왕국이 어떤 곳인지 구체적으로 그려나갔고요. 고대에 등장한 영웅 쿠키들과 그들이 세운 왕국, 그리고 그 왕국들이 번창하고 멸망하기까지의 과정을 쿠키런: 킹덤 세계관의 주축으로 삼았습니다.

Q: 어둠마녀 쿠키 아래 모인 빌런 집단이 큰 인기를 끌고 있고, 그중 감초맛 쿠키와 독버섯맛 쿠키는 킹덤 오리지널 쿠키들인데요. 지금 멤버가 갖춰진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은지: 어둠마녀 쿠키는 쿠키런: 오븐브레이크에서 '떼탈출' 모드를 처음 선보일 때 등장한 쿠키예요. 당시에는 마녀들의 연회에서 태어난 악당 쿠키라는 설정이었죠. 그 시기에 쿠키런: 킹덤에서는 세계관 설정 작업이 한창이었는데요. 4개의 왕국과 5명의 영웅 쿠키, 그리고 영웅이었다가 타락한 한 쿠키의 이야기의 뼈대가 나온 시점이었어요. 문득 그 타락한 영웅 쿠키가 어둠마녀 쿠키가 된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세계관에 녹여냈습니다.

어둠마녀 쿠키의 궁극적인 목표는 섭리를 거스르는 것, 다시 말해 먹히기 위해 태어난 쿠키라는 자신의 운명을 거부하는 것인데요. 이는 결국 용감한 쿠키의 딜레마와 비슷하기도 합니다. 아이러니하죠. 빌런을 단순히 나쁘기만 한 캐릭터가 아니라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당위성을 부여하고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조길현: 어둠마녀 쿠키 수하의 다른 쿠키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캐릭터마다 각자의 철학과 신념을 갖고 움직이죠. 석류맛 쿠키는 어둠마녀 쿠키가 고통에 갇혀있던 본인을 구해줬기 때문에 감사함과 충성심을 갖고 있어요. 감초맛 쿠키는 자기애와 과시욕이 강하고 중요한 존재가 되고 싶어하는 욕망으로 움직이는 캐릭터입니다.

다크초코 쿠키는 과거의 잘못된 행동에 절망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더 강력한 어둠의 힘을 얻고 싶어해요. 독버섯맛 쿠키는 악의 없이 나쁜 짓을 하는 빌런계의 마스코트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요(웃음). 쿠키들 각자의 서사가 다양하면서도 흥미롭죠.

Q: 플레이하다 보면, 기존 쿠키런 시리즈와 또 다른 방향에서 스토리에 대한 고민이 느껴지거든요. 쿠키런: 킹덤은 RPG인 만큼 메인 스토리의 기승전결이 뚜렷할 것 같은데요. 어떤 점이 특히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은지: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왕국'인데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만 해도 쿠키 왕국은 단순히 쿠키들이 살아가는 왕국 정도의 수준이었어요. 그런데 2년 정도 개발을 하다 보니 이름만 왕국인 공간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멸망한 쿠키 왕국은 과연 누가 언제 세웠고 왜 멸망했는지 문득 의문이 들었어요.

결국 팀원들이 잠시 하던 일을 중단하고 다 같이 구체적인 세계관 구축에 집중했습니다. 개발하는 사람들이 만들고 있는 세계에 스스로 몰입할 수 있어야, 유저 역시 몰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Q: 쿠키런 전작들에서도 멸망한 쿠키 왕국에 관한 이야기가 간혹 나오곤 했죠. 쿠키런: 킹덤 역시 그 이야기의 연장선이라고 봐도 될까요?

쿠키런 for Kakao 때 등장한 폐허가 된 왕국은 공주맛 쿠키와 용사맛 쿠키가 있던 곳이었어요. 그리고 쿠키런: 오븐브레이크에도 다크초코 쿠키가 있는 멸망한 왕국의 폐허가 존재합니다.

'현재 쿠키런 세계관에는 멸망한 쿠키 왕국이 최소 2개다. 그렇다면 사실 태초에 쿠키 영웅들이 많았고, 이 영웅들이 세운 쿠키 왕국이 도처에 있었던 게 아닐까?'하는 지점에서부터 생각들이 터져나와 세계관을 넓혀갔어요. 만일 그 작업이 없었다면 굉장히 가벼운 느낌의 게임이 되었을지도 모르죠. 그만큼 쿠키런: 킹덤은 짜임새 있고 폭넓게 형성된 세계관 위에 견고하게 세워졌다고 볼 수 있어요.

Q: 세인트릴리 쿠키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스테이지8이 마무리됐는데요. 앞으로 쿠키런 킹덤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혹은 이후 오픈될 스토리나 스테이지에 대해 힌트를 얻을 수 있을까요?

이은지: 올해는 고대에 존재했던 왕국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발견해나가는 모험의 과정이 그려질 예정인데요. 다음 스테이지 역시 그 스토리에 맞춰 오픈될거에요. 그리고 향후 업데이트들을 통해 어둠마녀 쿠키의 비밀도 점차 밝혀질 예정입니다.

Q: 튜토리얼 스토리에 등장했던 영웅 쿠키들의 디자인이 정말 멋진데요. 인게임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조길현: 앞으로 쿠키들이 모험을 통해 경험하게 될 다양한 이야기 중, 영웅 쿠키들을 만나는 스토리도 준비되고 있는데요. 쿠키들이 어떤 모험을 펼치게 될지 기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Q: 출시 전부터 세계관을 모두 담은 아트북 예약판매를 시작한 점이 독특합니다. 어떻게 이런 전략을 추진할 생각을 하셨나요? 아트북에 어떤 부분을 담고자하셨나요?

이은지: 아트북은 판매 자체를 위해 새롭게 제작된 건 아닙니다. 쿠키런: 킹덤 개발 당시 세계관을 구체화하는 단계에서 관련 세부 정보와 컨셉 아트를 담은 바이블 문서를 제작했었어요. 게임의 배경이 되는 세계관을 탄탄하게 쌓아올려야 개발진은 물론 유저분들도 이 세계를 더욱 깊게 몰입하며 사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그 문서를 만들 때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 그런 감각들이 그대로 아트북에 옮겨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길현: 출시 전부터 예약 판매를 시작한 것은 사람들이 미리 쿠키런: 킹덤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기대감 증진 목적이 있었어요. 게임을 출시하기도 전에 아트북을 판매한다는 독특한 전략이 먼저 시선을 끌고, 이후 실제 아트북을 수령했을 때 또 한 번 화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실제 유저분들이 받으시고 아트북의 내용들을 좋아해주시고 즐겁게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Q: 호화 성우진도 많은 화제가 됐는데요. 쿠키런 시리즈 최초로 성우를 기용한 계기가 있을까요?

조길현: 쿠키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해 더 생동감 있고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만들고자 하는 계획은 쿠키런 IP의 퀀텀점프(대도약)를 위한 전략으로 아주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가장 적합한 시점이 언제일지 고민하던 중, 쿠키런: 킹덤이 최초로 쿠키들의 목소리를 넣기에 가장 적합한 콘텐츠라고 판단해 도입하게 됐죠.

이은지: 한국에 실력있고 매력적인 성우분들이 워낙 많거든요. 캐릭터와 어울리는 분을 매칭하고 작업하는 과정이 어렵긴 했지만, 개발팀에게도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성우분들도 캐릭터와 게임에 애정을 갖고 열심히 참여해주셔서 쿠키런: 킹덤이 사랑을 받는 데 큰 역할을 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Q: 편의성 문제는 계속 건의가 나오는데요. 창고 공간 관리나 열차 재료, 왕국 편집 등에서 특히 불편이 많이 느껴지거든요. 개선 계획이 궁금합니다.

조길현: 밸런스와 편의성에 대한 꾸준한 개선은 쾌적하고 즐거운 게임 플레이 경험을 만드는 데 아주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파악하여 각종 밸런스와 편의성을 향상시키는 보완 작업을 진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개선을 위한 꾸준한 고민을 하며 점차적으로 완성도를 높여나갈 예정입니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 쿠키들에게 펼쳐질 이야기와, 쿠키런: 킹덤의 세계관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조길현: 폭넓은 세계관과 다양한 이야기를 게임에서도 점차적으로 풀어나갈 계획입니다. 아트북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듯이 아직 출시되지 않은 매력적인 이야기가 많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쿠키 왕국들이 어떻게 생겨났고 어떤 사건으로 멸망하게 됐으며 현재는 어떤 상태인지, 우리의 쿠키들이 어떤 모험을 하면서 성장해나갈지 흥미롭게 지켜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은지: 길현님이 설명주신 2021년의 계획을 1장이라고 표현한다면, 이후 2장에서는 쿠키라는 메타포를 통해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고민과 철학을 풀어내며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꾸준히 깊이를 더해가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을 갖고 있는데요. 쿠키런: 킹덤을 통해 이런 열망을 담은 콘텐츠를 하나하나 선보이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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