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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스 언리쉬드 PC, 'MMO'가 잃어버린 기억을 찾다

기사승인 2021.08.19  16:5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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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의미에서 첫인상은 어려웠다. '블레스'는 유저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지 못한 이름이었다. 게다가 전장은 후발주자가 자리잡기 어렵다는 PC MMORPG 장르다.    

8월 7일, 블레스 언리쉬드 PC가 스팀 플랫폼으로 글로벌 출시됐다. 블레스 언리쉬드를 2020년 콘솔 버전으로 먼저 선보였고, 서구권 유저를 상대로 운영 경험과 피드백을 쌓은 뒤 업그레이드한 버전이다. 원작 블레스에서 전투를 비롯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냈다.

블레스 IP를 향한 신중한 시선, 현재 눈높이에서 특출나지 않은 그래픽. 초반부터 폭발적인 화제를 얻기는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플레이 시간에 비례해 게임 몰입도는 늘었다. 네오위즈가 전면에 내세운 액션에 더해, 지금 MMORPG에서 찾기 힘든 원초적 탐험의 맛이 살아 있었다.

* 최고 장점은 역시 '전투'

블레스 언리쉬드의 전투는 직관적인 곳에서 시작한다. 마우스 좌클릭과 우클릭으로 구사하는 논타게팅 콤보, 구르기를 사용해 적의 공격을 흘려내는 액션이 대표적이다. 콘솔 액션게임의 법칙을 다수 적용한 흔적이 게임에서 드러난다.

블레스는 다른 게임들의 특성과 비슷한 역할인데, 훨씬 차별화된 형태로 발전했다. 각 블레스를 취향에 맞는 방식으로 성장시킬 수 있고, 특정 지점에서 자유롭게 바꿔 착용한다. 출시 전 언급처럼 완전히 다른 전투방식이 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스킬에 따른 장단점이 선명히 구분되면서 콘텐츠에 맞는 전투 방식으로 유연하게 활용된다.

테스트 당시 UI는 큰 단점이었다. 콘솔 버전의 게임패드 조작에 최적화되어 있었고, 거기에서 크게 고쳐지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정식출시 버전이 완벽하다고 할 수 없지만 키보드와 마우스로 무난한 조작이 가능하도록 개선됐다. 서버 렉도 해결되면서 찰나의 회피 액션을 펼칠 수 있는 전투가 완성될 수 있었다.

* 길 가다가 마주친 하피 여왕을 20분 동안 잡아본 기억

오픈월드 속에서 콘텐츠는 유동적으로 움직인다. 모든 지역에서 필드보스가 정기적으로 나타난다. 굳이 찾으러 다니지 않아도 대부분 만날 수 있을 만큼 수가 많고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 라이트유저들이 부담없이 참여해 상급 보상을 얻기 좋은 콘텐츠다. 채팅으로 도움을 요청하면 협력도 빠르게 이루어진다.

필드에서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몬스터도 경우에 따라 일반과 정예로 나뉘는데, 정예 몬스터는 어느 정도의 컨트롤을 병행해야 한다. 돌발 이벤트도 간단하고 가벼운 임무 위주로 구성되어 그저 필드만 여행하고 다녀도 소득이 생길 만큼 할 거리가 많다.

MMORPG의 시작점인 다른 유저와의 교류도 필드에서 자연스럽게 겪는다. 필드보스를 잡다가 패턴에 잘못 맞고 쓰러진 유저를 일으키거나, 모닥불에서 음식을 나눠 먹는 등 상호작용이 흔하게 사용된다. 중요한 것은 강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상호작용 대부분은 자의에 의해 벌어지고, 그것은 필드를 탐험하는 또 하나의 재미다.

* 정신을 차리고 나니 30레벨 무과금이 되어 있었다

추가 장점은 과금 유도가 극히 적다는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현존 MMORPG 중 과금 필요성 최하위권이라고 평해도 무방하다.

메인 과금모델인 블레스 패스는 가격도 저렴할뿐더러 밸런스에 별 영향이 없다. 과금으로 플레이 체감이 유의미하게 좋아지는 분야는 가방 칸인데, 그마저도 인게임 보물상자만 꼼꼼하게 찾으면 무과금도 약간 불편한 수준으로 즐길 수 있다.  

유일한 확률형 아이템인 블레스 뽑기 역시 성능을 크게 가르는 수준은 아니다. 신월 블레스를 사용하고 싶은 유저라면 욕심이 날 수 있는데, 어디까지나 선택사항에 불과하다. 모든 클래스가 신월 외에도 전투력 좋은 블레스를 하나 이상은 꼭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밖에 무기 획득이나 강화 역시 과금이 아니라 인게임 보상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 그래도, '클론' NPC가 너무 많은 건 좀

메인퀘스트의 몰입감은 아쉽다. 방대하게 흘러가는 시나리오에 비해 유저에게 전달되는 내러티브가 촘촘하지 않다. 적극적으로 이벤트씬과 시네마틱을 넣으면서 집중을 유도하려는 움직임은 있지만, 대형 자본을 투입한 최근 MMORPG들의 연출력에 비하면 한 단계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NPC 모델링이 다양하지 않고, 마을마다 같은 얼굴을 가진 NPC가 재사용되는 점도 몰입을 해친다. 등장하는 인물 숫자를 생각할 때 모두 개별 외형을 가지는 것은 어렵지만, 적어도 메인스토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별개의 모델링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밖에 기술적 문제도 발견되고 있다. 특히 최적화에서 프레임 드랍이나 그래픽카드 발열 문제가 발생한다. 라이팅 관련 옵션을 낮추면 그래픽카드 문제는 대체로 해결되는데, 관련 문제에 대해 상세한 사전 안내가 없는 것은 단점이다.

* 맞다, 이 맛이 MMORPG였다

블레스 언리쉬드를 표현하는 단어는 '볼매'다. 철 지난 신조어지만, 이보다 어울리는 요약은 없다. 길게 볼수록 매력적인 게임이다.

볼매 특성을 증명하는 흥미로운 지표가 있다. 현재 스팀 상점 리뷰에서 한국어 긍정률은 76%다. 그런데 1시간 이상 플레이 리뷰로 필터링을 할 경우 83%, 10시간 이상으로 잡으면 90%까지 올라간다. 무료게임이 플레이타임에 비례해 긍정률이 조금씩 오르는 경향은 있지만, 블레스 언리쉬드의 상승폭은 특히 극적이다.

클래식 MMORPG의 재미를 되새기게 된다. 신경 써서 컨트롤하게 되는 전투, 협력 콘텐츠, 오픈월드 탐험에 빠져드는 재미 등. 최근 온라인게임이 최대한의 효율성을 위해 가지를 쳐내는 것과 반대로, 잊고 있었던 비효율적 긴장감을 다시 느끼게 만든다.

남은 과제도 자연스럽게 정해졌다. 게임성에 빠져들기 전까지 첫인상을 강화하는 것. 그리고 매력적인 고레벨 파티 콘텐츠를 꾸준히 추가하는 일이다. MMORPG와 액션의 본질을 묵직한 맛으로 다시 느끼고 싶다면, 블레스 언리쉬드 PC는 오래 즐길 만한 해답이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저작권자 © 게임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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