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닿을 수 있을 것만 같았어요"

쿠키런 세계의 쿠키는 어느새 150종이 넘습니다. 귀여운 행동으로 힐링을 주기도 하고, 유쾌한 이야기로 웃음을 선사하기도 하죠. 멋지거나 예쁜 비주얼로 많은 팬을 보유한 쿠키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쿠키는 우리에게 또 다른 느낌을 줍니다. 신비스러운 디자인을 가졌지만 더 눈에 들어오는 감정은 '아련함'이거든요. 바로 바다요정 쿠키의 이야기입니다.

바다요정 쿠키는 바다를 벗어날 수 없는 저주를 가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명을 거스르고 하늘로 향하려다 얼어붙고 말았죠. 다른 쿠키들의 도움으로 깨어날 수 있었지만 운명에 맞서겠다는 마음은 여전합니다.

어떻게든 하늘 위로 오르고 싶은 이유는 '사랑' 때문입니다. '달'을 향한 마음이죠. 이 마음은 게임 속에서 어떻게 드러났을까요? 그리고, 왜 달이어야만 했을까요?

"그리움이 파도처럼 밀려오네요"

짝꿍 펫 파도방울 이야기에서도 같은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달을 향한 바다의 사랑은 이 세상에 처음으로 파도가 친 순간부터 이어져 왔다고 하죠. 

파도방울은 얼음파도의 탑 꼭대기에 바다요정 쿠키가 남겨둔 순수한 마음이 만들어낸 펫입니다. 쉬지 않고 거대한 파도를 쳐올리면서 바다요정 쿠키의 진심을 달에게 전해주려 애쓰고 있습니다. 항상 웃고 있는 표정은 둘이 언젠가 만날 거라는 믿음을 상징하고요.

그밖에도 바다요정 쿠키 대사 곳곳에서 한결같은 마음이 보입니다. 달빛술사 쿠키를 향해 사랑하는 그의 힘이 느껴진다거나, 달을 향한 사랑이 곧 바다를 움직이는 힘이 된다는 사실도요. 

"나를 알고나 있을까요?"라는 의문을 통해서, 이 애정은 상대방이 의식조차 하지 못하는 슬픈 짝사랑이란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달빛술사 쿠키 시점 관계도에는 바다요정 쿠키의 이름조차 보이지 않거든요.

"동이 틀 때까지 그를 바라보곤 하죠"

바다요정 쿠키는 왜 하필이면 달을, 그리고 달빛술사 쿠키를 동경하는 걸까요? 여러 상상 속에서도 한 가지 해석이 떠오릅니다. 달의 중력으로 일어나는 조석 현상이 그것이죠.

바다에 밀물과 썰물이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달 때문인데요. 해수면이 인력에 이끌려 조수간만의 차가 생기고 해류가 움직이면서 바다 생태계를 만들어냅니다. 여기서 상상력을 발휘해보면, 달에게 이끌려서 해수면이 오르내리는 현상을 바다요정 쿠키로 표현했다고 볼 수도 있고요.

바다와 달의 관계망은 시 문학에서도 종종 사용됐습니다. 작가 상상에 따라 달 시점에서 표현하기도 하고, 흔들리는 바다와 파도의 이미지를 그려내기도 해요. 달과 바다와 밤, 모두 낭만적인 소재다 보니 매력적인 은유가 불쑥 나타나기도 하고요.

설정에 대한 해석을 쿠키런 개발진이 직접 답변하진 않겠죠. 뒷이야기 상상은 유저들의 몫이자 권리니까요. 그래도 이런 재미있는 해석이 어우러진다면 바다요정 쿠키의 이야기에 조금 더 빠져들 수 있겠죠?

"더 이상 가라앉을 수는 없어요"

바다요정 쿠키는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의 주인공이지만 마냥 아련함만 내세우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지극히 능동적으로 맞서 싸우는 캐릭터죠. 

그래서 더 아끼고 응원하는 유저 반응이 많은 걸지도 모릅니다. 손에서 절대 검을 놓지 않은 채 운명과 싸우고 있습니다. 비록 긴 시간 얼어붙어 있었지만 "그에 대한 마음은 한순간도 얼지 않았죠"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이 쿠키를 어떻게 지나칠 수 있겠어요.

2019년 공개된 쿠키런 뮤직비디오 'I Want You Every Day'는 쿠키들의 다양한 모습을 담았는데요. 그중 한 장면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찡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밤바다에서 달빛술사 쿠키를 마주하고 있는 바다요정 쿠키의 모습이었죠. 그 옆으로 흩날리는 물방울은 아마 파도방울이겠지만 왠지 바다요정의 눈물을 담은 연출 같기도 하고요.

바다와 달은 영원히 만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쿠키런이라면, 이 세상이라면 다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언젠가 그들의 뒷이야기를 볼 수 있길 바랍니다. 해피엔딩이라도 혹은 비극이라도 바다요정 쿠키는 이겨낼 준비가 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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