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은 수도권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입니다. 하루에 몇시간을 열차 속에서 보내는 경우도 많고요. 하지만 어떤 과정으로 움직이는지 큰 관심은 없었죠. 

그 운행 과정을 체험해볼 수 있는 시뮬레이션이 나왔습니다. 흠심 메트로(Hmmsim Metro)는 10년 동안 철도 시뮬레이터를 만들어온 개발자가 6월 스팀 얼리액세스로 출시한 신작입니다. 흠심 알파 이후 모바일 플랫폼으로 2개 게임을 내놨고, 이번 게임으로 다시 PC 플랫폼 개발에 나섰습니다.

지금 구현된 구간은 1호선 중 일부입니다.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면서 지하와 지상을 모두 포함하죠. 모두가 기관사의 삶을 겪어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게임을 실행하고, 열차에 올라타봤습니다.

튜토리얼을 살펴본 뒤 플레이를 시작하면 청량리역의 모습이 펼쳐집니다. 실제와 똑같은 운행 안내방송이 나오고, 눈앞에는 복잡한 기기판이 늘어서 있죠. 현재 버전의 최종 목표는 영등포역까지 운행입니다.

간단한 시뮬레이터이기 때문에 간략화된 편이지만, 기관사 유저들의 증언에 따르면 기본 틀은 실제와 흡사합니다. 조작은 DSD 키를 누르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전후진 제어기를 전진으로 바꾸고, 제동변을 중립에 놓은 뒤 주간제어기를 움직여 가속을 넣을 수 있죠. 정차는 그 반대로 하면 됩니다. 말처럼 쉽게 되진 않지만요.

겨우겨우 열차를 움직이고 멈추면서, 그래픽 수준에 놀라게 됩니다. 물론 해외에는 실제를 그대로 옮긴 듯한 철도 시뮬레이터도 많지만, 흠심 메트로는 소규모 인디게임이거든요. 열악한 인력에도 불구하고 역마다 실제 구조를 그대로 반영했고, 지상과 지하 모두 주변 비주얼을 최대한 구현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입니다. 

서울역을 통과하면 삭막한 지하구간이 끝나고 빛이 흘러나옵니다. 지상구간이 시작되는 것이죠. 그때 눈부심 뒤 펼쳐지는 바깥 풍경은 짜릿함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실제 1호선과 2호선에서 질리도록 봐온 모습이지만, 실제로 운전하면서 마주치니 색다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이런 맛이 바로 진정한 체험이 아닐까요.

시뮬레이터답게 열차 운전은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알맞은 위치에 정차하는 일은 플레이를 반복해도 쉽사리 익숙해지지 않아요. 정차 인정 구간이 앞뒤 50센티미터로 총 1미터인데, 도착 전에 너무 서행해버리거나 훌쩍 넘어가서 다시 후진기어를 넣기 일쑤거든요. 

매번 정확한 타이밍에 빠르게 멈추는 프로 기관사들에게 존경심이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운행 내내 DSD 버튼을 누르고 있어야 한다는 고충도 알게 됐고요. 게다가 실제 운행은 훨씬 많은 숙지사항과 돌발사고가 있겠죠. 이 자리를 빌어 시민의 발을 책임지는 기관사 여러분의 건강과 안전을 기원합니다.

조작이 어렵지만,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플레이를 계속하게 되는 매력이 있습니다. 생동감 넘치는 비주얼, 그리고 음향이 큰 역할을 합니다.

1호선을 많이 타본 유저라면 헤드셋 너머로 들려오는 사운드에 분명 반응하게 될 겁니다. 열차에 시동이 걸리며 출발하는 굉음, 최고 속도에 다다랐을 때 덜컹거리는 소리, 정차한 뒤 문 열리고 닫히는 소리에 기내 안내방송부터 환승 BGM까지. 현실 열차 효과음을 모두 따온 청각 효과가 게임 조작과 함께 어울립니다. 

얼리액세스로 첫 출시되면서 단점도 많았습니다. 조작 난이도에 비해 튜토리얼이 불친절했고, 편의성 문제와 버그도 많았죠. 하지만 며칠 단위로 패치가 이루어지면서 대부분 개선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튜토리얼과 함께 외국어도 지원되고요. 이제는 업데이트만 기다리면 되겠습니다.

대부분 지하구간으로 다니는 한국 메트로 특성상, 추가할 만한 노선이 제한된다는 점은 좀 걸리네요. 그래도 1호선 나머지 지상구간과 경의중앙선 등 남은 기대 요소는 많습니다. 미션을 통해 넣을 만한 콘텐츠도 보이고요. 

철도 시뮬레이션은 해외 각국에서 많은 마니아를 보유한 장르입니다. 반면 국내는 제대로 된 시뮬레이션 게임이 나오지 않아 아쉬움이 컸죠. 수요가 비교적 적은 것도 있지만, 개발 의지를 가진 게임이 몇 없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흠심 메트로는 가뭄에 단비 같은 게임입니다. 소규모 개발에도 불구하고 시뮬레이션의 기본기를 갖췄고, 오랜 기간 실제 노선을 분석한 정성도 느껴집니다. 단순히 그동안 없던 장르라서가 아니라, 잘 만들었기 때문에 기대가 오릅니다.

흠심 메트로는 12월 정식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입니다. 업데이트도 계속될 예정입니다. 국내 철도가 1호선 일부에서 시작해 수많은 노선으로 확장된 것처럼, 이 작은 게임이 한국을 대표하는 시뮬레이션으로 뻗어나가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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