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국내 최고 흥행작, 쿠키런: 킹덤 개발 비화가 NDC 2021에서 공개됐다.

데브시스터즈 조길현, 이은지 공동PD는 '감정을 움직이는 사랑받는 게임 만들기'를 주제로 온라인 강연을 진행했다. 

이은지 PD는 "좋은 게임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 서두를 열었다. 이어 "좋은 콘텐츠는 결국 누군가의 감정을 움직이는 것이고, 다양한 감정 중 어떤 하나를 강하게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몰입할 수 있는 좋은 게임이 된다"고 정리했다.

쿠키런: 킹덤이 초점을 맞춘 단어는 '사랑'이었다. 이은지 PD는 "귀엽고 달콤한 세계지만, 단순히 귀여웠다면 이렇게까지 애정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쿠키는 먹히는 것이 탄생 이유이자 자연의 순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감한 쿠키는 운명을 거부하고 오븐 밖으로 뛰쳐나왔다.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쿠키가 거대한 세계 앞에 선 이야기라면, 용감한 쿠키의 서사가 인간의 용기에 대한 찬가일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이은지 PD는 "그래서 이것은 우리의 10년을 바칠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쿠키런 세계의 가능성을 실재하는 가치로 만들려는 의지가, 우리 둘이 쉼 없이 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쿠키런: 킹덤 프로젝트는 2016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최초의 질문은 '쿠키런 IP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떤 장면을 보여주면 더 사랑하게 만들 수 있을까'였다. 

제주도 합숙에서 3일 밤낮을 회의한 끝에 게임의 내러티브, UI 등 출시 버전과 유사한 초기 설계를 모두 잡아냈다. 기존 쿠키런 for kakao에 '멸망한 쿠키 왕국'이란 스테이지가 있다. 그것을 실마리로 삼고 콘셉트를 확정했다. 쿠키 왕국을 건설하고 쿠키들과 모험을 떠나는 게임으로 확정된 것이다.

순탄할 줄 알았으나, 고난의 행군이 이어졌다.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SNG+RPG의 조합부터 부정적인 우려가 흘러나왔다. 단일 장르 게임에 비해 개발력은 2배가 들었고, 세계관과 디테일에 시간을 많이 쓰면서 왕국을 없애면 안되냐는 의견까지 나왔다.

"게임을 사업적으로 접근하는 논리에서는 장르나 타깃층을 중요하게 여기고 요구한다. 그런데 통계 데이터가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인 내 입장에서 그런 것들이 의미가 있을까?"

조길현 PD는 "전통적인 장르 구분과 인구통계학적 분류가 우리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회고했다. 어떤 장르를 특정 성별이나 연령이 좋아한다는 관념을 탈피하고, 사업적 관점이 아니라 종합적인 경험과 감정을 기반으로 개발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디렉팅 방식도 '정이 들고 사랑스러움을 느끼면 된다' 같은 느낌으로 진행했다. 그 뒤로는 감정을 잡아내기 위해 기획하고 구현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전투를 비롯해 랜드마크나 꾸미기 역시 뿌듯한 느낌을 전제에 두고 개발 과정에 임했다. 

스토리와 세계관에 비용을 많이 쓴 것도 같은 이유였다. 사랑하고 몰입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설득력 있는 세계여야 했다. 역사서와 백과사전이 존재할 정도의 세계를 만들기로 했다. 쿠키왕국 건국 신화와 역사부터 시작해서 전체 세계의 형상을 그려나갔다. 마침내 5대양 4대륙으로 이루어진 사랑스러운 세계지도까지 갖추게 됐다. 

"우리는 사람을 즐겁게 하고 싶어서 이 길을 선택했잖아요"

이은지 PD는 이렇게까지 디테일을 갖춘 이유에 대해 "우리가 사랑하고 몰입할 수 있는 세계여야, 유저도 사랑하고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쿠키런: 킹덤은 2개월 만에 누적 다운로드 1천만을 넘었고, 한국에서 가장 많은 유저가 이용하는 게임이 됐다. 2월 초 정점을 찍은 일평균 이용자수가 5월까지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10대부터 50대까지 모든 세대에서 골고루 접속하는 현상도 경이적이다.

조길현 PD는 "업계에서 사업적으로 검증된 길로 가지 않고 마음을 울리는 것은 어렵다"면서도, "쿠키런: 킹덤의 성공이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많은 분들에게 힘이 되는 사례가 되었으면 한다"는 소망을 남겼다.

저작권자 © 게임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