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근 디자이너가 NDC 2021에서 야생의땅: 듀랑고 마지막 이야기를 공개했다.

야생의땅: 듀랑고(이하 듀랑고)는 2018년 출시된 모바일 MMORPG다. 섬에서 재료를 모아 집과 장비를 만들고, 공룡들 속에서 생존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참신한 게임성에도 불구하고 운영에 난항을 겪은 끝에 2019년 12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당시 이은석 프로듀서는 개발팀에게 서비스 종료를 공지하는 동시에, '듀랑고의 우아한 종료'라는 새로운 비전을 공유했다. 듀랑고를 아껴준 팬들을 위한 마지막 의무로 새로운 목표를 갖는 동시에, 서비스 종료가 아닌 '엔딩'을 준비한 것이다.

엔딩 프로젝트, 듀랑고 선셋

개발팀이 공유받은 시점은 9월이었다. 마지막까지 가능한 업데이트 횟수는 3주 간격으로 4회. 오현근 디자이너는 "스튜디오 해체까지 예고되면서 힘든 시기였지만, 듀랑고가 더 오래 기억되길 원했다"고 회고했다. 그렇게 마지막 프로젝트 '듀랑고 선셋'이 시작됐다.

선셋의 첫 업무는 듀랑고가 서비스를 시작하며 했던 일을 다시 정리하는 일이었다. 엔딩 마무리까지 유관부서와 계속 미팅을 진행했다.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해 필수였다. 유저와 지속적 의사소통을 위해 운영 및 사업팀, QA의 지원은 계속 이루어져야 했다.

9월 업데이트는 기존 라이브 이벤트를 마무리하고, 엔딩 개발 전에 우선 필요했던 개선과 버그수정 작업을 했다. 이어 10월에 서비스 종료를 유저들에게 공지했다. 본격적인 엔딩 업데이트는 11~12월, 2개월에 걸쳐 작업됐다. 

유저들이 플레이한 듀랑고가 머릿속에만 남지 않고, 실제로 무엇가를 남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구체적인 방안을 위해 의견을 수집했다. 마지막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추억하도록, 새로운 것보다 기존 것에 변화를 주도록 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였다. 단, 비극적인 엔딩은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실행 화면부터 뭔가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도록"

첫 업데이트는 엔딩 분위기부터 퀘스트까지 크게 5가지 항목을 포함했다. 매번 플레이한 듀랑고의 공간이지만, 노출되는 정보에 의해 체감 환경이 보다 위험하고 마지막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주려 했다.

실행 화면부터 변화가 있었다. 출시 버전은 듀랑고의 새벽녘을 표현했다면, 선셋은 듀랑고가 저물어가는 노을로 바뀌었다. 로딩 화면 역시 흉포한 공룡과 엔딩 이야기가 연결되는 불안정한 모습으로 새로 구성했다. 항해지도의 모습도 폭풍우가 치는 배경으로 변경했다.

불안정해진 분위기 속에서 배틀로얄 PvP 콘텐츠인 난투섬을 업데이트했다. 마지막 상황에 잘 들어맞았고, 지금까지 쌓아올린 캐릭터를 활용할 수 있는 자리였다. 종료 전 잠깐이라도 접속해 한판을 하더라도 충분한 만족감을 제공하는 목적도 있었다. 

난투섬과 정반대인 악기 연주도 업데이트했다. 엔딩 마지막 분위기를 유저들이 모여 스스로 연출할 수 있도록 만든 것. 악보 공유 기능과 미디파일 불러오기 기능도 추가되면서 품질을 올렸고, 유저 합주까지 벌어지는 모습이 나타났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엔딩의 마지막 순간"

가장 중요한 엔딩 스토리는 퀘스트 방식으로 제공했다. 일주일 내에 클리어 가능한 범위였다. K라는 인물에게 구조받으며 시작한 스토리가, 엔딩에서는 K와 협력하며 듀랑고의 붕괴 원인을 찾아나가는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완전히 새로운 UI를 제공한 것도 주효했다. 퀘스트에 더욱 몰입해 플레이하도록 하려는 목적이었다. 개발 비용이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엔딩에 먼저 집중하고, 그 외 콘텐츠는 다음 우선순위로 준비했다. 

개발팀이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서브 퀘스트로 묶었다. 일일퀘스트 시스템을 활용해 텍스트로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메인스토리와 연관된 회상 스토리, 캐릭터 TMI와 인물간 관계를 최대한 풀어낼 수 있었다. 

마지막 과제는 유저들에게 추억을 남겨주는 일이었다. 유저가 가진 개인섬을 하나의 사진으로 남겨주는 항공샷 기능을 제공했다. 서비스 종료 이후에도 언제든 실행하면 듀랑고 게임 화면으로 개인섬을 돌아다닐 수 있게 만들었다. 

12월 18일 서버를 닫은 이후에도 할 일이 남아 있었다. 모바일뿐 아니라 PC 오프라인에서도 섬을 꾸밀 수 있는 시뮬레이션을 배포한 것이다. 별도의 게임으로 분류되어 심의까지 새로 받아야 했다. 이 모든 노력 끝에, 듀랑고는 서비스 종료 공지 이후에도 60% 이상 유저가 남아 엔딩 스토리를 즐겼다. 

오현근 디자이너는 "서비스 종료는 아무도 하고 싶지 않지만, 선셋은 다시 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다"면서 "듀랑고가 좋은 모습으로 기억되고 새로운 기대감을 주었다면, 그것만으로 의미 있는 엔딩"이라고 소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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