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보이, 황금도끼, D&D, 천지를먹다 등 횡스크롤 액션은 오락실의 황금기를 장식한 장르다. 

그 중 메탈슬러그는 가장 최근까지 유저들이 사랑하고 즐겨온 횡스크롤 액션게임이다. 도트 그래픽, 직관적인 액션, 코믹한 분위기는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게임에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꾸준히 발매되던 시리즈는 어느 순간 그 명맥이 끊어졌다. 오락실의 쇠퇴와 함께 시리즈가 계속되며 세계관의 붕괴, 부족한 제작비, 그래픽 리소스 재활용은 남아 있던 팬들의 관심을 멀어지게 만들었다.

나즈카(Nazca)의 메탈슬러그 - 어둡고 현실적인 전쟁의 모습

메탈슬러그 1편은 대부분의 시리즈를 만든 SNK가 아닌 나즈카란 개발사가 만든 게임이다. 나즈카는 건포스2 개발자들이 만든 회사로, 메탈슬러그 최종 보스의 웃음 소리나 반란군 병사의 사운드를 건포스2에서 들어볼 수 있다. 

초기 설정은 유저들이 메탈슬러그(탱크)를 타고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포로는 군인들이었다. 추후 현실감을 이유로 사람 형태 캐릭터와 포로들로 설정이 변경됐다. 

메탈슬러그의 전체적인 스토리는 테러 사건으로 가족들을 잃은 도널드 모덴이 반란 세력을 조직해 정규군 소속 군인들과 대립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메탈슬러그2 - 대중성 기반으로 SNK 대표작까지

메탈슬러그2는 SNK가 본격적으로 개발에 참여하기 시작한 작품이다. 1편의 세계관에 SNK의 색을 입히며 조금 더 가벼운 분위기와 대중성 있는 모습으로 변화했다. 팬티 차림을 하고 있는 모덴이나 화성인 최종 보스가 이런 영향을 받았다.

나즈카의 메탈슬러그가 무거운 분위기를 바탕으로 매니악한 유저들을 공략했던 것에 반해 SNK는 대중성을 기반으로 유저들의 접근을 도모했다. 이러한 SNK의 시도는 적중했다. 런앤건 장르의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는 평가로 메탈슬러그2는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했다.

2편의 스토리 라인은 1편을 그대로 가져왔다. 하지만 모덴군의 배후가 화성인이란 설정과 영화 인디펜던스데이를 패러디한 엔딩은 SNK만의 센스와 개성을 느끼게 해준다.

메탈슬러그3 - 성공과 함께 찾아온 비극, SNK의 파산
                    
메탈슬러그3는 2000년 출시됐다. 2편에서 현실성 대신 대중성을 선택했던 시도는 3편에서 이른바 포텐이 폭발한다.

좀비, 외계인, 돌연변이와 같은 참신한 적들과 다양한 갈림길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에 더해 권총을 바다에 던져버리는 엔딩 연출은 유저들로 하여금 깊은 여운을 남기며 시리즈의 완벽한 마무리를 선사한다. 

게임성과 재미면에서 절정에 달한 메탈슬러그3는 KOF 시리즈 못지 않은 인기를 구가하며 
런앤건 장르의 선두 주자로 우뚝 서게 된다.

하지만 성공의 기쁨은 얼마가지 못한다. 메탈슬러그3 제작 당시부터 SNK의 재정은 최악에 달한 상태였다. 메탈슬러그3의 발매 1년 후인 2001년, SNK는 자회사인 SNK플레이모어로 주요 제작진을 이직시킨 후 도산했다.

그래픽도 재활용 대상인가요? 비판받는 후속작들

SNK플레이모어는 한국 기업 메가엔터프라이즈와 협력해 메탈슬러그 4편의 제작에 나섰다. 
하지만 1년 남짓한 짧은 제작 기간에 메가엔터프라이즈의 무리한 요구까지 더해지며 희대의 실패작이 탄생했다.

메탈슬러그4가 실패작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그래픽의 재활용이다. 매번 새로운 그래픽과 뛰어난 도트 그래픽을 선보인 것과 달리, 전작의 그래픽을 재활용한 흔적이 만연했다.

이에 더해 개연성없는 설정의 신규 캐릭터 트레버와 나디아가 등장한다. 트레버는 한국 국적을 가졌는데, 발차기 외에는 한국적 요소가 전혀 없다. 나디아는 다이어트를 위해 군에 입대했다가 아무리 먹어도 살찌지 않는 시스템에 반해 재입대했다는 말도 안되는 설정이다. 

메탈슬러그5는 SNK 플레이모어가 독자개발했으나 개발기간이 겨우 10개월이었다. 좋은 퀄리티를 제공하기엔 무리였다. 스테이지 순서가 뒤바뀌고, 초기 설정상 존재했던 다수의 보스가 없어지면서 뜬금없이 악마가 소환되는 괴작으로 남았다. 

4편과 5편은 SNK가 정식 시리즈 넘버링에 포함하고 있으나, 팬들에게 외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런앤건 메탈슬러그가 사라지다

SNK는 이후 발매된 6, 7, XX에서 인벤토리 시스템을 도입했고 KOF 시리즈와 콜라보하며 매니아층의 지지를 회복했다.

하지만 6, 7편이 출시된 2000년대 중반은 아케이드 시장이 쇠퇴하고 PC 기반의 게임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상업적인 성공까지 이어내지 못했다. 이후 주요 개발진들이 모두 퇴사하면서 유저들이 기억하는 메탈슬러그 시리즈의 종료를 알렸다.

2014년부터 메탈슬러그 IP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게임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디펜스 형태의 방치형 장르이며 런앤건 메탈슬러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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