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운하 의원이 발의한 게임법 개정안이 화제다. 역사왜곡 게임물 방지법, 혹은 게임 동북공정 방지법으로 불린다. 몇몇 모바일게임이 중국의 역사왜곡 및 문화공정 수단이 되면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 결과다.

시작은 작년 출시한 스타일링게임 샤이닝니키였다. 한국 서비스 기념 한복을 업데이트하자, 중국 조선족의 전통복인 '한푸'라는 주장이 빗발쳤다. 이에 중국 개발사 페이퍼게임즈는 조국의 존엄성을 수호하겠다며 한복을 삭제하고 출시 일주일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지난 2월 SKY: 빛의아이들 역시 분노에 불을 붙였다. 한국 전통 디자인의 갓을 출시하자 본래 자기들 것이라는 중국인의 항의가 이어졌고, 게임사 대표가 중국 것이라고 인정하며 이름까지 'Chinese hat'으로 바꿔버린 사건이 있었다. 지금은 다시 중립적 이름으로 바뀌었지만, 갓의 국적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나 사과는 들을 수 없었다.

규제와 자유 침해 우려? 일단은 없다

발의안 내용은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 등급분류 개선이다. 사행성 여부만을 검토하고 역사적 사실 왜곡을 검토하지 않아 문제가 된다는 것.

이에 등급분류에서 과도한 반국가적 행동, 역사왜곡, 미풍양속 저해, 범죄ㆍ폭력ㆍ음란 등의 내용을 담은 게임물인지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주요 내용이 알려지자 규제와 창작의 자유 침해를 향한 우려도 나왔다. 반국가적 행동, 역사왜곡, 미풍양속 저해 등의 판단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안 원문을 검토한 결과, 본래 게임법에 명시된 유통금지 불법게임물 기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지 그 기준을 게임위 심의 기준에 추가하는 간단한 내용의 개정안이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32조 제2항은 국내에 제작 및 반입이 불가능한 게임물을 규정하고 있다. 그중 '반국가적인 행동을 묘사하거나 역사적 사실을 왜곡함으로써 국가의 정체성을 현저히 손상시킬 우려가 있는 것'도 포함된다. 표현 자체에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없던 규제를 신설하는 것은 아니다.

게임법 제32조 제2항
게임법 제32조 제2항

그러나 실효성도 없다

시간을 되돌려서 이 법안을 통과시켜 적용한다고 해도, 샤이닝니키와 빛의아이들 사태는 막을 수 없다. 등급분류 단계에서 아무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샤이닝니키는 출시 이후 추가한 한복 의상에서, SKY: 빛의아이들은 출시 1년이 지난 꿈 시즌 업데이트에서 문제가 생겼다. 설정이나 플레이 내용 등 인게임 모든 정보는 역사와 정치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역사왜곡 방지의 주체가 게임위의 등급분류인 점도 실효성에 의문을 일으킨다. 샤이닝니키의 경우 한복의 인게임 표시는 역사왜곡이 없었다. 문제는 인터넷을 통한 게임사의 입장 발표였다. 게임위는 어디까지나 작품 자체에 대한 심의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권한 바깥의 일을 맡기지 않는 이상 위와 같은 사건을 막을 방법은 없다.

지금까지 게임 동북공정이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졌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 유저들이 동북공정을 위한 항의를 시작하고, 이에 게임사들이 사실관계를 버리고 중국 편을 들면서 생긴 일이다. 결국 등급분류 방식 수정은 해답이 아니다. 게임 바깥에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대안은?

게임 심의가 아니라, '문화 콘텐츠' 카테고리 내에서 사후검증 및 대응이 가능한 주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역사왜곡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동아시아 역사에 해박한 전문가가 다수 필요하다. 한국사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 등 옆나라 역사를 아울러야 한다. 또한 '문화공정'에 대응하기 위한 문화 전문가들도 있어야 한다. 게임 담당기관에 돌려서 가능한 일은 아니다.

중국의 역사왜곡이 게임에 국한된 사건은 아니다. 드라마와 영화, 기타 방송물 등 광범위한 문화콘텐츠에 중국 자본이 투입되고 있다. 그리고 중국 상징물 투입과 한국 문화 보유 시도가 계속된다. 세계 기준에서 문화 경쟁력을 잃어버리자 타국의 유산을 가져오려 하는 모양새다.

게임에서 벌어진 사건 역시 전장은 게임 바깥이다. 역사왜곡 및 동북공정 대응이 가능한 전문가 집단을 구성하고, 유연하게 자문을 받아가며 대응할 필요가 있다. 게임을 넘어 한국 문화 전체가 맞이한 방어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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