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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제대로' 고증한 게임들이 소중한 이유

기사승인 2021.04.05  18: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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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위적 역사 방어전이 벌어지고 있다. 게임을 포함해 문화계 전체가 맞이한 숙제다.

최근 파문을 일으킨 드라마 '조선구마사'는 고증 무시와 역사왜곡에 시달린 대중의 분노가 폭발하는 계기였다. 중국의 동북공정이 현실 위협으로 다가온 시기와 맞물렸다. 실존했던 인물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고증 오류와 비하가 도를 넘었고, 광범위한 항의가 이어진 끝에 제작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게임 유저들 역시 한국의 역사와 유산을 지켜야 한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졌다. 작년 출시한 중국 스타일링 게임 샤이닝니키는 감정에 불을 당겼다. 한복이 중국 문화의 일부라는 중국인들의 항의에 굴복하며 일주일 만에 서비스를 종료한 것. 역사 속 공정이 얼마나 심각해졌는지 일깨우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한국게임 웬즈데이 역시 유저들을 화나게 했다. 일제강점기 위안부 할머니들의 비극을 되새긴다는 취지로 관심을 끌었지만, 완성된 결과물은 낮은 품질과 조악한 게임성과 빈약한 고증 및 스토리텔링이었다. 1억원이 넘는 정부 지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비판은 더욱 거셌다.

역사는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소재다. 대체역사물이 인기를 얻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역사 속 민감한 지점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섬세한 고증과 조사가 바탕에 깔릴 때 좋은 작품은 탄생한다.

언폴디드: 동백이야기는 그 선례가 될 수 있다. 젊은 개발자 2명이 결성한 스튜디오 COSDOTS에서 개발한 포인트앤클릭 어드벤처로, 1948년부터 벌어진 제주 4.3사건을 다룬다. 그동안 구글플레이에 낸 작품을 PC 스팀 플랫폼으로 리메이크한 완전판이다.

제주 4.3 사건이 가진 아픔은 현재진행형이다. 추정 사망자가 최대 8만명에 달하지만 긴 세월 어둠 속에 묻혀 있었다. 최근 들어서야 사건의 진상이 규명되기 시작했고, 피해자 보상 및 명예회복을 위한 법안이 마련됐다.

언폴디드 시리즈는 정치적 잘잘못을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당시 제주인들이 직접 겪었던 참극을 한 소년의 시선에서 섬세하게 풀어낸다. 그 속에는 제주의 경관을 그려낸 아트워크도, 4.3범국민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완성해낸 역사적 고증도 있다. 만듦새 곳곳에서 개발 인력의 한계도 느껴지지만 작품으로서 의미를 남기기엔 충분하다.

고증 분야에서 특히 빛난 게임이 있다. 자라나는씨앗이 개발한 MazM: 페치카, 러시아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의 일대기를 다룬 모바일 어드벤처다. 널리 알려진 안중근 외에도 대중이 잘 모르던 이위종, 홍범도 등 연해주 지역 주요 운동가들의 군상극을 흥미로운 전개로 풀어냈다.

페치카는 역사를 해치지 않기 위해 강박적으로 보일 만큼의 고증 작업을 거쳤다. 스토리 작업 전 연구한 논문만 53편, 그밖에도 추산이 힘들 정도로 방대한 서적과 사료를 탐독했다. 완벽한 고증이 깔리자 실존 인물과 오리지널 캐릭터의 조화도 자연스러워졌다.

이런 과정을 통해 역사 알리기와 재미를 동시에 살린 스토리가 완성됐다. 2020 대한민국 게임대상 굿게임상, 문체부 이달의 게임상, BIC 페스티벌 소셜임팩트상을 수상했다. 역사물 스토리가 전멸에 가까웠던 한국 게임계에서 가장 커다란 볼륨을 남긴 작품으로 꼽힌다.

깊은 고증으로 감동적 스토리를 선사한 유비소프트의 발리언트 하츠

문제는 그 다음이다. 고증에 정성을 들여 의미 있는 이야기를 빚어내려는 개발작은 종종 있다. 하지만 정작 그런 게임들에게 적절한 지원이 돌아가기 쉽지 않다. 화제성을 올리는 것도 어려운 과제다.

언폴디드: 동백이야기는 스팀 출시 열흘이 넘었지만, 현재 유저 평가가 5개에 불과하다. 게임 관련 미디어와 커뮤니티에서도 언급을 찾기 어렵다. 좋은 이야기에 비해 재미나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것도 진입장벽을 만든다. 노하우 전수와 기술 지원이 가능했다면 더 좋은 성과를 냈을 가능성이 있다.

한 인디게임 개발자는 "이야기 중심 게임을 개발할 때 가장 고생하는 것은 기술 노하우와 기술적 문제"라면서  "정권을 불문하고 정무부처에 게임을 제대로 이해하는 인력이 없어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원을 받기 어려웠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문체부 주도 아래 다양한 소규모 게임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효용성을 더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임 실제 플레이가 아닌 프레젠테이션 위주로 선별하면서, '그럴싸해 보이는 아이디어'나 신기술 분야에 지원이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한국사 고증은 '국뽕'을 넘는 실리가 있다. 자국 역사와 설화는 문화적으로 활용하기 좋은 자산이다. 특히 소재 고갈이 지적을 받는 국내 시장에서, 탄탄한 고증을 갖출 경우 재미 역시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문화적 침공이 계속될 미래에 우리가 만들어낼 결과물은 무엇일까. 게임이 문화라면 답변해야 할 질문이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저작권자 © 게임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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