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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마무스메, 하루 체험하러 갔다가 타임머신을 탔다

기사승인 2021.03.05  16:5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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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는 게임이 탄생했다. 

우마무스메는 2개 요소에서 유명했다. 첫째는 콘셉트. '말(ウマ)과 무스메(娘-딸 혹은 소녀)가 결합된 제목으로, 경주마를 미소녀로 변환해 육성과 레이스를 벌인다. 한국식 별칭은 '말딸'. 인간의 상상력이 여기까지 와도 괜찮은 것일까 싶어지는 아이디어에 많은 유저가 경악했다. 

둘째는 끝없는 개발 연기였다. 2016년 초 처음 공개된 뒤 일정 연기와 발표 지연이 이어졌다. 메인PD가 중도 퇴사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모바일계의 듀크뉴캠 포에버라는 별명이 생길 때쯤, 마침내 정식출시 일정이 발표됐다. 사전예약 기간 3년이라는 기록은 덤으로 남았다.

출시일인 2월 24일, 일본 스토어로 가볍게 여행을 떠났다. 마침 연휴를 앞두고 있어서 시간도 좀 남았고, 게임 질이 낮더라도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었다. 기대감은 없었다. 괴이한 콘셉트만 가지고 연기를 반복한 게임이 잘 나올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날부터, 지금까지 모든 여가시간이 삭제됐다.

"이 연출은 무언가를 갈아넣은 것이 확실하다"

핵심은 경주(레이스) 화면이었다. 개발 초기 트레일러에서 보여준 어설픈 그래픽이 아니었다. 화면 구성부터 갈아엎었다. 세로화면의 장점을 극한으로 살린 연출은, 가볍게 들어온 유저에게 '이거 심상치 않다'는 인상을 처음 남긴다.

우마무스메는 유저가 육성을 담당하고, 레이스는 따로 컨트롤 없이 매니지먼트 게임처럼 지켜보는 방식이다. 컨트롤이 잦으면 피로해지는 모바일 특성에 잘 맞는다. 하지만 레이스가 모든 육성의 결과물인 만큼, 레이스 관전은 반드시 재미있어야 했다.

그 미션은 초과달성했다. 이런 걸 숨을 멈춘 채 응원하고 있는 나 자신에 자괴감을 느낄 만큼. 최종 코너에 돌입하면 긴박해지는 BGM과 연출 템포, 고조되는 아나운서의 중계 더빙, 화면 폭을 최대한 활용하는 속도감까지. 

여기서 머리카락 하나 차이로 갈리는 승부를 겪고 나면, 이미 게임에서 빠져나가는 일은 불가능하다.

달리는 캐릭터들의 표정만 봐도 상황을 알 수 있을 정도다. 후반 스퍼트를 시작하면 눈빛부터 바뀐다. 다른 말이 거리를 좁혀올 때 그 방향을 힐끗 바라보면서 이를 악무는 모습이나,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는 표정까지 모두 다르다. 

카메라워킹은 불가사의하다. 분명 모든 레이스는 똑같지 않다. 그런데 모든 순간 가장 중요한 장면을 실제 경마장 카메라보다 다양한 각도에서 생생하게 잡아낸다. 경합 상태에서 바로 개시되는 2분할 컷, 바짝 따라붙는 주자를 비춰주는 후방 카메라, 그리고 자유로운 줌인과 줌아웃이 레이스 흐름에 따라 긴박하게 연출된다.

말이 되지 않는다. 대체 어떻게 만들어낸 연출력일까. 아니 그 이전에, 이들은 무엇을 위해 그저 미소녀 경주마 게임의 연출을 마스터피스 수준으로 깎아냈을까. 인간의 능력과 기술은 어느 지점까지 낭비가 가능한 것일까.

"대체 왜 이런 것들까지 잘 만든 건데"

육성 시스템은 싱글 모드에서 시작한다. 우마무스메 하나를 선택해 미리 편성한 서포트 카드들과 교감을 거치며 능력치와 기술을 얻고, 정해진 레이스 미션을 돌파해나간다. 최종 목표는 URA 파이널 우승이다. 엔딩을 보거나 미션에 실패하면 육성은 멈추고, 최종 버전을 다른 콘텐츠에 사용할 수 있다.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 시리즈와 흡사하다. 최근 아이돌마스터 샤이니 컬러즈가 채용한 방식이기도 하다. 우마무스메는 조금 더 '경주'의 테마에 맞춘다. 혈통이 중요한 경마를 소재로 한 만큼, 먼저 키운 캐릭터의 인자를 계승하는 시스템도 있다. 이번 다른 방향으로 경우의 수를 따져가며 새롭게 키워보는 재미가 생긴다.

육성은 깊으면서 넓다. 수많은 서포트카드마다 모두 개별 이벤트가 있고, 캐릭터 및 상황별 이벤트가 촘촘하다. 육성모드의 이벤트 대화는 성우 더빙이 빠져 있는데, 플레이할수록 이해가 된다. 이것들을 모두 더빙했다가는 성우 노동착취와 개발예산 붕괴 중 하나는 터졌을지 모른다.

중요 레이스에서 처음 승리하면 뜻밖의, 그리고 아무도 원하지 않던 볼거리가 생긴다. 서로 이기겠다며 죽일 듯이 달리던 친구들이 갑자기 한 데 모여 아이돌처럼 라이브 무대를 가진다. 곡에 따라서는 캐릭터 개별 목소리로 부른 버전이 존재한다.

너무 맥락 없는 흐름이라 어이가 없는데, 또 당대 최고의 연출력과 퀄리티라 다시 어이가 없다. 라이브 영상이 핵심 콘텐츠인 게임들도 여기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다시 궁금하다. 개발진들은 무슨 계기로 악마와 계약하게 됐을까.

"3성 선택권을 라이스샤워에 써버린 피해사례 속출"

게임 배경을 알아갈수록 기가 막힌 점은 늘어난다. 고증까지 완벽하다. 경주마는 모두 정식 라이센스를 얻어 만드는데, 그들의 역사를 단순히 캐릭터 설정과 스토리 사용을 넘어 게임성 자체로 소화해버렸다. 

만년 3등으로 유명했던 나이스네이처는 모든 레이스 미션을 '3착 이내'로 정하고 거기에 밸런스를 맞춰버렸다. 복(福)의 상징인 후쿠키타루는 이것이 육성인지 하스스톤인지 모를 만큼 랜덤 파티가 벌어진다. 참가 레이스까지 무작위로 정해지는 것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113전 전패의 끔찍한 전적으로 오히려 유명해진 하루우라라는 레이스 등수가 아닌 팬 모으기가 초중반 미션이고, 레이스에서 꼴찌를 해도 해맑은 모습에 응원하는 팬이 늘어난다. 라이스샤워는 눈물 없이 보기 힘든 마생 스토리가 육성 난이도에 그대로 반영되면서, 트레이너를 한번 더 울게 만든다. 특히 애니메이션 시청 피해자가 속출한다고 전해진다.

지금까지 8명... 아니 8마리의 우마무스메를 우승시켰다. 사쿠라 바쿠신 오 같은 단거리 스프린터가 쉬웠고, 실제로 온갖 종목마다 당대 명마들에게 치였다는 킹 헤일로의 우승 여정이 가장 어려웠다. 새로운 말을 키울 때마다 플레이 방향과 이벤트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런 철저한 고증은 랭킹을 신경 쓰지 않고 육성만 즐겨도 질리지 않게 만든다.

한줄 평: "사이게임즈, 너희가 이겼다"

퀄리티에서 단점을 찾을 수가 없다. 다른 곳에서 흠을 찾자면, 뽑기 픽업정책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는 것과 상점 UI가 약간 불편하다는 것 정도다. 

사이게임즈에 충격을 받은 경험이 한번 더 있다. 6년 전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걸즈 스타라이트 스테이지(데레스테)였다. 흥행 돌풍도 거셌지만, 특히 개발자들은 머리를 망치로 한 대 맞은 느낌을 받을 만했다. 

모바일에서 저 정도의 모델링이 곡마다 다른 뮤직비디오 연출로 들어간다는 것, 그것이 캐릭터와 의상 선택에 따라 유동적으로 설정된다는 것은 당시 시점에서 혁신이었다. 모델링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지금까지도 데레스테는 캐릭터 리듬게임 장르의 기준이 되고 있다.

우마무스메에 시간을 갈아먹히면서 다시 직감한다. 이 게임은 앞으로 새로운 기준점이다.

인류에게 너무 이른 소재를 가지고, 박수를 칠 수밖에 없는 퀄리티로 모든 걱정을 찍어눌렀다. 일본 양대마켓 인기 1~2위, 매출은 1위 고정. 이 성적이 출시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지 시장구조를 생각할 때 믿어지지 않는 수준이다. 하지만, 게임을 직접 해보면 이해가 된다. 

상상 가능한 최악의 운영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우마무스메가 당분간 가라앉을 방법이 있을지 의문이다. 경마 지식이나 관심, 말 모에화를 향한 거부감은 전혀 장벽이 아니다. 이 정도 재미는 모든 것을 압도할 수 있다. 퍼블리싱 블루칩을 넘어서 골든 칩이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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