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하나가 게임계를 뒤집어 놓으셨다.

그랑사가는 13일 온라인 쇼케이스와 함께 10분 가량의 광고 '연극의 왕'을 업로드했다. 그 파장은 모든 인터넷 커뮤니티를 타고 퍼져나갔다. 유아인과 신구에서 시작해 이경영, 박희순, 조여정, 태연 등으로 이어지는 블록버스터 캐스팅. 거기에 평범한 이성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연출과 전개로 역사에 남을 웃음이 탄생했다.

"이거 보여주려고 어그로 끌었다"는 의도는 적중했다. 영상은 사흘 만에 조회수 50만을, 그랑사가 사전등록은 이틀 만에 100만명을 돌파했다. 광고 본편에 이어 공개 중인 메이킹 다큐멘터리와 비하인드 영상 역시 이 세상의 센스가 아니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영상 초반 '돌고래유괴단'이라는 프로덕션 이름이 뜨는 순간, 알 만한 시청자들은 엄청난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다. 2015년 캐논 광고로 충격을 준 뒤 이마트, 정몰 등에서 연이어 대박을 터트리며 광고 생태계 파괴종으로 명성을 떨친 제작사다.

돌고래유괴단의 존재감은 게임광고에서 더욱 컸다. 일반 기업에 비해 소재나 세계관이 다양하다는 장점이 반영된 것 아닐까. 그랑사가에서 감동받은 유저라면, 아래 영상들도 감상해보도록 하자. 그 어느 것도 스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검은사막 X 오연서,  '신규캐릭터 란'

때는 2017년, 연예인 기용 게임광고가 슬슬 물린다는 반응이 나올 시기였다. 검은사막 란 업데이트 광고는 그 선입견을 쪼개버렸다. 배우 오연서를 기용해 화장품 광고 같은 촬영 현장을 보여주다가, "지금까지 페이크였다"고 말하는 듯 기가 막힌 반전으로 화면을 불태웠다.

당시 난립하던 천편일률 게임광고를 풍자한 듯한 연출도 곳곳에 보인다. 후속작인 Episode 2. '15세이용가' 편과 함께 유튜브 조회수 3백만을 넘겼다. 게임 홍보업계에서 돌고래유괴단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계기였다.

액스 1주년 업데이트 CF

2018년 대한민국 유튜브 광고 리더보드에 선정됐다. 광고를 기획하는 과정부터 픽션이 들어간 메타광고 형식이다. 1주년 의미에서 게임 서비스와 연애를 연결시켰고, 훈훈하게 전개되는 듯한 내용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이성을 잃어가기 시작한다.

"형이 왜 여기서 나와?"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예측 불가능 전개, 실제 1주년 이벤트였다면 이 커플은 어떻게 됐을까 싶은 상상폭행이 후반부를 메운다. 검은사막 광고와 비슷하게, 영혼이 가출한 여성 배우의 표정 리액션이 백미다.

브롤스타즈 '아 안돼! 솔플보다 트리플'

그랑사가 이전까지, 돌고래유괴단 게임광고 중 마스터피스로 군림했다. 게임을 넘어 모든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며 새로운 시대를 보여준 광고다. 명성에 걸맞게 현재 유튜브 조회수는 1,100만에 달한다.

흔히 보기 힘든 메인모델 이병헌의 망가지는 모습, 김영철과 이순재를 비롯한 호화 캐스팅, 쓸데없이 빛나는 연기력과 연출, 결국 보던 사람들을 무너지게 만든 피치 브라더스의 정체까지. 여기에 브롤스타즈가 가진 특징인 3:3 대전액션까지 메시지에 녹였다. 최고의 광고를 만드는 모든 공식이 여기 다 있다.

테라 클래식 '몰겜하다 걸렸을 때 완벽 대처법'

이것이 리얼리즘 스릴러 휴먼드라마가 아닐까. 직장에서 딴짓을 하다 걸릴 뻔하거나, 실제로 걸린 경험은 이 시대 비즈니스맨들이 누구나 가진 경험이다.

그 공감 소재를 배우들의 숨막히는 '티키타카', 스마트폰을 둘러싼 코믹 연출로 버무려냈다. MMORPG 특유의 역할 분담을 담은 것은 덤이다. 남성 주연배우의 근엄한 무표정과, 감동적인 척하면서 긴장감을 최고조로 올리는 후반 씬은 그동안 보여준 연출 스타일과 또 다른 특색을 보인다.

V4 '백종원이 알려주는 자기관리 비법'

돌고래유괴단과 가장 자주 손잡아온 게임사는 넥슨이다. V4 광고는 모델 화제성이 게임과 섞이면서 가장 큰 화제가 터진 사례다. 대규모 동시플레이 강조, 모델은 백종원. 이 2가지를 연결하는 것이 과제였다. 그들은 이번에도 예술적인 상상력으로 소화해버렸다.

백종원이 아니라 100종원이었다. 광고 시작부터 1종원과 2종원이 등장하더니, 100명의 종원들이 수많은 업무를 소화하는 모습을 차례대로 보여준다. 각 종원들마다 캐릭터가 확실해서 지루하지도 않다. 급기야 길드 레이드 타임에 게임으로 모두 모이는 밥장사001부터 100까지, 기승전결이 완벽하다. 베스트 플레이어를 꼽자면 거짓말 담당 89종원이다.

피파 모바일 '저는 스웨덴의 사자...'

테라 클래식이 하이퍼 리얼리즘이라면, 피파 모바일은 포스트 모더니즘이다. 광고가 무엇을 표현하는지, 무엇이 게임의 장점인지 등 의문은 잠시 접어두자. 아무튼 중요한 사실은, 모델 신현준과 축구선수 즐라탄은 아주 많이 닮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웨덴의 사자와 함께 피파 모바일을 즐기면 된다.

김장 성우의 강제 우김 나레이션과 함께 관전 배우의 리액션이 어우러지는 시트콤은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마지막 배신으로 마무리되는 훈훈한 결말까지 '우리가 대체 4분 18초 동안 무엇을 본 것인가'를 강렬하게 느끼도록 만든다. 아무튼 그는, 스웨덴의 한글을 쓸 줄 아는 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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