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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를 수 있는 '샤이닝니키 사태'의 숨겨진 타임라인

기사승인 2020.11.10  16:4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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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간의 기다림이 산산조각 난 시간은 단 7일이었다.

샤이닝니키는 한국 서비스를 기념해 한국 서버에 한복을 출시했다. 이것을 중국 소수민족인 조선족의 전통복 '한푸'라고 명시하라는 중국인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사과와 함께 한복 의상을 삭제하자 한중 양쪽의 불만이 정점에 달했고, 결국 "중국에 대한 조국의 존엄성을 수호할 것"이라며 서비스 종료를 밝혔다. 익히 알려진 타임라인이다.

여성향 스타일링 게임 하나가 한-중 문화갈등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개발사 페이퍼게임즈와 니키 시리즈를 줄곧 지켜본 시점에서, 이 이야기는 조금 다른 결에서 읽힌다.

황당과 분노를 넘어 크게 스며드는 감정이 있다. 바로 공포다.

대만 서버 오픈 때부터 달려봤다

* "샤이닝니키가 뭐길래?"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게임도 있었냐"는 반응도 다수 나왔지만, 페이퍼게임즈는 여성향게임 중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게임사다. 그 중심에 니키 시리즈가 있었다.

스타일링 게임 중 자타공인 압도적 퀄리티였고, 아이러브니키의 후속작 샤이닝니키(원제 '섬요난난')는 풀3D 모델링으로 그동안 본 적 없는 디테일을 자랑했다. 차이나조이 2018에서 시연 영상이 공개된 뒤, 여성 유저들 사이에서는 최대 기대작 중 하나였다. 중국과 대만에서 먼저 서비스를 거치고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먼저 택한 시장이 한국이었다.

본래 국적이나 정치색을 드러내는 게임은 아니다. 니키 시리즈는 현실이 아닌 가상 세계관을 구성했고, 테마와 분위기에 따라 7대왕국으로 나뉘어 설정을 표현한다. 예컨대 동양풍 의상은 아샤 왕국, 유럽 로코코 귀족풍 드레스는 카나리아 왕국, SF 등 미래풍은 스텔라 왕국 의상에 포함되는 식이다.

게임 외적으로 해당 국가의 전통 의상을 강조하는 프로모션을 계속해왔다. 아이러브니키는 국내 퍼블리싱 과정에서 한국 유저를 위한 한복을, 일본(미라클니키) 출시 기념으로 기모노 의상을 출시하며 SNS 홍보를 병행했다. 여기에 북미 서버까지 포함해 서비스 지역 한정으로 전통 의상을 제작하는 사례가 잦았다.

아무도 한복이라는 데에 의의를 제기하지 않던 3월 의상

* 분명, 몰라서 이런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니키 운영진은 한복이 한국 고유의 전통의상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전세계 모든 국가의 전통 복식을 수집하고 연구해온 만큼 당연했다. 이번달 출기했던 세트의상의 개별 이름에서도 답이 나온다. '가온누리', '나린 가락지', '멀리 나르샤' 등 전통 우리말을 중심으로 작명한 흔적이 보인다.

지난 10월 8일, 한국 서비스를 앞두고 한글날을 기념해 '니키의 한복 착샷'이라는 영상을 한국 니키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해당 영상 내에서도 '봄날의 아리랑', '봄날의 진달래' 등 한국을 상징하는 키워드로 세트 명칭이 확정된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중국 유저들도 알고 있었다. 올해 3월 샤이닝니키는 중국과 대만 서버에서 봄맞이 한복을 먼저 출시했다. 한국 서비스가 지속됐을 경우 내년 봄에 만날 확률이 높았다.

당시 웨이보 공지에 달린 댓글에서 이것이 중국의 옷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한국 서비스 시작하면 한복 콜라보 많이 해달라", "한국 유저들에게 욕 먹지 않으려면 고증 더 신경 써라" 등의 의견까지 보였다. 모두가 한국 전통 의상이라는 것을 인지한 채 한복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 모든 인식이 어째서, 단 몇개월 사이에 손바닥 뒤집듯 바뀌었을까?

절대 대충 만든 퀄리티는 아니다

* '한복공정'은 최근 급박하게, 전방위적으로 진행됐다

인식뿐 아니라 중국 정부 단위에서도 큰 움직임은 없었다. 관내 미디어들 역시 올해 초까지 한복에 대한 별다른 표현과 언급은 없었다. 가끔씩 한국 모습을 소개하는 기사에서 한복 사진이 소개되는 정도였다.

분위기 급변은 여름부터였다. 중국 드라마와 예능 방송에 중국 소수민족의 문화라는 이름으로 한복 의상이 교묘하게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푸 부흥운동도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흐름은 자연스럽지 않았다. 어느 한 플랫폼에서 유행을 끌면 점차적으로 번지는 것이 문화 전파의 흐름인데,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모든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 한복 인지도가 널리 퍼진 시점과 맞물렸다. 3월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시즌2는 글로벌 시청자들의 호평 속에 마무리됐고, K-POP 대표 그룹인 BTS와 블랙핑크가 지난 여름 한복을 활용한 스타일링을 선보이면서 세계적 화제를 낳았다. 이 모습을 지켜본 중국이 동북공정의 새로운 키워드로 한복을 택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미디어와 네티즌의 한복 왜곡공세는 11월 시작과 함께 절정에 달했다. 중국의 한 일러스트레이터가 자신의 트위터에 한복 패션을 중국 전통 의상인 양 그려서 올렸고, 이에 대한 항의에 중국 네티즌들이 대거 참여해 불을 붙인 것. 트위터와 중국 웨이보를 중심으로 대규모 논쟁과 한국을 향한 비방이 이어졌다.

공교롭게도, 샤이닝니키가 한국 서비스 기념 한복 의상을 SNS에 공개한 것은 바로 하루 뒤인 11월 2일이었다. 이미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른 불길은 바로 샤이닝니키에 옮겨붙었다.

* 공산주의청년단의 글 하나에, 한국에서 한복이 사라졌다

샤이닝니키 측은 이틀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에서 논란이 더욱 거세지자 해당 유저들을 상대로 웨이보에 입장문을 게시했다. 11월 4일이었다. "하나된 중국 기업으로서 조국의 입장과 늘 일치한다"는 말과 함께 "한국 서버에서 조국을 모욕하는 유저에게 제재를 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소식을 들은 한국 유저들은 큰 분노를 드러냈지만, 그것은 중국 유저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해당 의상이 한푸라거나 중국의 일부라는 표현은 에둘러 피해나갔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그나마 중국 기업 처지에서 최선의 입장문 아니겠느냐는 의견도 나온 반면, 중국 웨이보 반응은 갈수록 싸늘하게 커져갔다.

결국, 페이퍼게임즈는 완벽하게 중국을 택했다. 5일로 넘어가는 새벽 2시에 "불미스러운 논란이 된 의상 세트"를 모두 파기한다고 공지했다. 이어 5일 23시 58분, 한국 공식카페에서 본 적이 없었던 닉네임으로 서비스 종료 공지를 작성했다. 완벽한 중국식 문체에 카페 방문수가 2회에 불과한, 급조 아이디였다.

의문의 아이디가 동의한다며 올린 링크의 원본은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중앙위원회 웨이보로 밝혀졌다. '한복의 의관제도는 모두 중국과 같다'는 제목의 글이다. 게재 시각은 11월 4일, 15시 7분.

샤이닝니키 첫 입장문이 올라왔던 14시 16분과 한시간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

'CN'은 차이나를 뜻하는 글자였을까

* 공청단이란? 중국 공산당 최대 파벌

무엇을 겨냥한 메시지인지는 명백했다. 공청단은 중국 공산당 최대 파벌이다. 후진타오 전 수석과 현 중국 2인자 리커창 총리가 이곳 공청단 출신이다. 공청단 웨이보에 올라간 메시지는 곧 중국 정부의 뜻과 다르지 않다. 암묵적인 메시지도 아닌, 공개적 입장 표명에 가깝다.

전조는 있었다.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가 한창일 때, 중화권 유저 중 상당수가 샤이닝니키에서 검은 마스크를 장착하며 무언의 지지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페이퍼게임즈는 패치를 통해 마스크를 귀 한쪽에 걸친 형태로 바꿔버렸다. 국내 소수 유저 사이에 알려졌지만,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는 사례 중 하나로 스치듯 지나갔다.

이 순서를 고려할 때 샤이닝니키 서비스 종료 공지에 적힌 전문은 유저를 향한 메시지가 아니게 된다. 공산당 산하 공청단에서 직접 게시한 글을 포함해 재구성하면, 타임라인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1. 한국 서비스 기념 한국 서버 한복 출시
2. 웨이보와 트위터에서 중국인들의 항의
3. 샤이닝니키, 이틀 뒤 입장문 발표
4. 같은 시각, 공산당 공청단 "한복은 중국 문화의 일부" 글 게재
5. 샤이닝니키, 당일 즉시 한복 의상 삭제 공지
6. 공지 직후 점검, 한국 서비스 종료 발표

페이퍼게임즈는 작년 한국 지사를 차렸다. 샤이닝니키 한국 서비스 전담 준비가 목적이었다. 한국 최고급 성우진을 캐스팅해 메인 스토리 풀 더빙까지 작업했다. 홍보모델을 채용하고 온-오프라인에 걸쳐 전방위적 광고 공세를 펼쳤다.

하루아침에 이 모든 시간과 자본을 날리고 철수할 만큼 정부의 말 한 마디는 강력했다. 한 마디 전후로 기업 하나의 정체성이 완벽하게 달라졌다. 공포감의 근원은 여기에 있다.

* 공정(工程)의 서막

페이퍼게임즈의 행보는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 피해자인 한국 유저가 그들의 속사정을 굳이 배려해줄 필요도 없다. 하지만 저변에 깔린 구조는 반드시 파악해야 한다. 앞으로 어떤 중국게임도 이런 문화통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샤이닝니키는 하필 의상이 메인 콘텐츠인 장르였고, 최악의 타이밍도 겹쳤다. 오래 준비해온 한국 서버와 한복을 출시하는 순간이 곧 중국의 한복공정이 광기의 정점까지 치달은 시점이었다. 샤이닝니키의 선택은 한국 시장 전체를, 그와 함께 양심을 버리는 방향이었다. 그것은 선택이 아닌 강요였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 본사 입장에서는 기업의 존속 여부와 개인 안위까지 고려해야 한다. 아시아 최대 자산가인 알리바바 마윈 회장조차 정부 비판 발언 한 마디에 산하 기업 상장이 중단되는 국가다. 동물의숲으로 비판 퍼포먼스를 벌이자 해외 서버 접속 전체를 막아버리는 곳이다. 소녀전선 4컷만화에 의성어 'Poo' 하나가 들어갔다고 만화 전체가 삭제되는 나라다.

경찰국가의 문화통제가 극에 달할 경우 어떤 참사가 벌어지는지, 우리는 샤이닝니키를 매개체로 실시간 체험할 수 있었다. 작년 이맘때 한복이 문화침략의 소재가 될 것이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내년 이맘때, 어떤 키워드가 중국게임의 양심을 위협하게 될까. 그 역시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일이다.

샤이닝니키의 전작 아이러브니키(기적난난)

좋지 않은 전망이지만, 샤이닝니키의 글로벌 흥행은 순조로울 가능성이 높다. 같은 장르에서 경쟁작이 없다. 지금 와서 그 퀄리티를 따라잡을 신작 기획도 불가능에 가깝다. 이미 한국 절교가 확정됐기 때문에 전통 의상에 어떤 작업이 추가로 더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다.

즉, 이번 사태는 끝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꺼내게 될 화두다. 정확한 구조 파악과 해외 대응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게임계 역시 문화적 연구를 병행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중국의 문화통제는 한국 서비스까지 영향을 미칠 만큼 커졌다. 이제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

이제는 니키를 영영 떠나보낼 때다. 양심과 진실을 모두 버리지 않으면 문화콘텐츠를 만들 수 없는 국가에 애도를 표하면서.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저작권자 © 게임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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