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드릴을 손에 잡을 날이 다가온다.

트릭스터는 세대차가 갈릴 만한 이름이다. 2003년 4월 오픈부터 2014년 1월까지 약 11년간 서비스를 이어갔다. 전성기는 길지 않았지만, 서비스와 동시에 유저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독특한 게임성과 아기자기한 비주얼은 곧 흥행으로 돌아왔다.

엔씨소프트는 트릭스터M 브랜드 페이지를 오픈하고 출시 임박을 알렸다. 드릴 액션과 2D 도트 그래픽 등 원작 주요 요소를 모바일로 재해석한 MMORPG다. 엔씨의 기술인 캐릭터 충돌처리와 심리스 월드가 합쳐져 원작 이상의 감동을 선사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 7월 제작발표 이후 반응은 뜨거웠다. 초창기 PC 온라인게임을 즐겨온 유저층을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졌다. 세대에 따라서는 트릭스터가 무엇이길래 큰 화제가 되는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플레이 영상을 살펴보면 의문은 풀린다.

* 땅을 파면 돈이 나오나? 나온다

그전까지 온라인 RPG는 모든 성장의 기반에 몬스터 사냥이 있었다. 사냥이나 퀘스트 수행으로 돈과 경첨치 및 재료를 얻고, 그것을 바탕으로 레벨을 올리고 더 좋은 장비를 만든다. 지금까지 이어지는 공식이다.

트릭스터는 고정관념을 깼다. 핵심 정체성은 드릴이었다. 원하는 지점에 가서 드릴을 장착하고 땅을 파면 아이템과 경험치를 얻는다. 지역에 따라 아이템 목록도 달랐다. 캐릭터의 감지력, 유저 컨트롤, 드릴의 성능과 옵션이 성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드릴 하나만으로 독자적 게임성과 콘텐츠를 갖출 수 있었다.

드릴이 스포트라이트를 크게 받았고 전투 역시 진부하지 않았다. 카드를 발굴해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시스템은 독특했다. 유저에 따라 발굴 작업에 연연하지 않고 전투만을 즐기기도 했고, 초기 버전은 직업 제약 없이 자유로운 육성 방향이 가능해 매력적이었다.

음...... 고생이 많으십니다
음...... 고생이 많으십니다

* 보기 좋고, 이야기하기 좋았다

비주얼에서도 감성을 저격했다. 도트 그래픽은 같은 시기 게임들 중 확연히 눈에 띌 정도로 퀄리티가 섬세했고, 여기에 미려한 일러스트가 조합되면서 쌍방향 시너지를 냈다. 성별과 세대를 가리지 않고 인기를 얻은 비결이었다.

스토리나 캐릭터 역시 파고들수록 흥미로웠다. 대부호 돈 까발리에가 사망하면서 남긴 유산 상속게임에 참여하기 위해 유저들이 까발라 섬에 모여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채굴과 탐험이라는 플레이 요소가 세계관에서 설명되는 효과도 있었고, 스토리를 둘러싸고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매력도 재미를 더했다.

캐릭터 콘셉트 역시 영리한 기획을 통해 완성됐다. 유저는 각기 개성과 강점이 다른 캐릭터 중 하나를 선택해 플레이했는데, 캐릭터는 모두 고양이, 여우 등 동물 형태를 가졌다. 토끼와 양이 특히 인기가 많아 2차창작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또 하나의 특징은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했다는 것. GM들도 캐릭터와 같이 동물 이름을 가졌고, 게임 속 마을에 가끔씩 나타나 불만사항을 접수하고 버프를 걸어주거나 OX퀴즈 등 즉석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서비스 종료 순간까지 마을을 지킨 독수리는 현재 트릭스터M 게시판에서도 종종 회상되곤 한다.

* 무엇보다, '감성'의 귀환을 바라며

사업적 관점에서는, 엔트리브소프트의 시작을 알린 게임이다. 트릭스터 오픈 직전 손노리에서 분사해 독자적 개발에 나섰고, 초반 호평을 기반으로 흥행작을 연달아 만들어내며 몸집을 키웠다. 특히 트릭스터와 팡야는 일본에서 한국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트릭스터M 출시일은 미정이다. 하지만 미디어영상 공개 일정을 토대로 살펴볼 때 빠르면 12월, 늦어도 내년 1월경 출시를 추측할 수 있다. 엔씨소프트 역시 연내 출시를 목표로 막바지 작업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기술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유저들이 가장 원하는 지점은 다른 방향에 있다. 단순 퀄리티로 설명되지 않는 원작의 즐거운 감성을 살리는 것이다. 원작에서 미처 끝맺지 못한 거대한 모험이 화려하게 완성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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