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를 강타한 소위 ‘궁댕이게이트’의 여파가 게임 콘텐츠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궁댕이게이트는 그동안 던파에 축적된 운영 문제점을 폭발시킨 사건이다. 사건 이전부터 고객센터의 매크로 답변과 낮은 퀄리티의 일러스트, 에픽장비의 기울어진 밸런스 등이 개선점으로 지목됐지만, 던파는 패치 의도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피드백 요청을 일단락 지었다.

불통 운영은 사건의 단초로 이어졌다. 궁댕이게이트는 유저들의 외부 제보로 시작된 점에서 논란이 됐다. 지난 1월 강화대란 이벤트 사전 유출의 당사자였고 고객센터가 비정상 계정의 제보를 무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던파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이 밖에도 던파 유저를 비난하는 개발사 직원의 블라인드 게시글이 유출되면서, 운영을 지적하는 여론이 확산됐다. 작성자가 현재 근무 중인 직원인지 알 수 없지만, 해당 게시글로 인해 최상위권 유저들이 장비를 터뜨리며 게임에 돌아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단순한 시위 퍼포먼스처럼 여겨졌던 최상위권 유저들의 이탈은 콘텐츠 구조상 새로운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던파의 주요 콘텐츠는 최상위 레이드를 활용한 캐릭터 스펙업이다. 업데이트는 신규 던전과 최상위 레이드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유저들의 스펙은 강화, 증폭, 마법부여 등에 따라 마름모 형태로 분포되어 있다. 새로운 던전이 등장하면 최상위권 유저들이 공략을 시도하고 나머지 유저들이 뒤를 잇는다.

레이드 공격대 구성 또한 비슷하다. 시로코 레이드 1, 2번 파티는 공격대에서 스펙이 가장 높은 유저들로 구성해, 공략의 핵심으로 배치한다. 고스펙 유저가 저스펙 유저를 케어하는 방식은 길드의 순기능임과 동시에, 골드 수급원이자 스펙 상승 창구로서 순환구조를 이룬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여파로 최상위권 유저가 대거 이탈하면서, 레이드 공격대의 숫자도 줄어들고 있다. 최상위권 유저의 이탈은 최대 10개 이상의 캐릭터 이탈로 이어진다. 레어 아바타 보상으로 신규 유저와 신전 지하, 고통의 지하실 파티는 늘어났지만 정작 메인 콘텐츠를 이끌어갈 유저들이 사라지고 있다.

변화는 골드 거래 사이트의 지표로도 확인할 수 있다. 사건 발생 직후 골드 가격은 최고치를 기록했던 올해 7월 대비 30%가량 하락했다. 작업장 방지 대책이 여전히 유효한 상황에서 최상위권 유저들이 대량의 골드를 처분했고 이로 인해 수요대비 공급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최대 화두로 자리 잡아야할 진각성 업데이트도 눈길을 끌지 못하고 있다. 여프리스트는 여귀검사에 버금가는 성능과 인지도로 기대를 모았으나, 지난 17일 진각성 업데이트는 같은 날 올라온 개발사의 해명문에 묻혀, 이슈를 만들지 못했다.

네오플 노정환 대표의 사과문에도 사건은 깔끔하게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5천만 원 이상의 아이템을 외부로 유출하는 과정에서 공범 유무와 추가 범행 사실 가능성이 남아있다. 수사 기관의 조사가 마무리되고 공범 유무를 밝히기 전까지, 네오플의 약속은 색이 바랠 수밖에 없다.

향후 던파의 운영을 담당할 운영진의 어깨도 무겁다. 유저 이탈과 레이드 공격대 편성 문제 등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신규 최상위 콘텐츠를 추가하더라도 낮은 참여율로 좋은 반응을 얻기 어렵다.

내부 프로세스 정비 이상으로 인게임 콘텐츠의 방향성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게임을 지휘할 디렉터의 공백이다. 그동안 던파를 이끌어 왔던 강정호 디렉터는 이번 사건으로 정직 처분을 받아, 운영에서 이탈했다. 연말에 신규 레이드 공개가 예정된 상황에서 디렉터의 부재는 유저들의 불안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게임사와 유저간의 온도차를 낮추는 소통 과정이 중요하다. 사건 발생 이후, 떠오르고 있는 경매장 실명제 도입 요청은 개발사의 경제 개입 루머와 미흡한 작업계정 관리를 둘러싼 불신에서 비롯됐다. 진각성, 신규 레이드 이상으로 운영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조치가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단기간에 많은 이슈들이 겹치면서. 던파를 바라보는 유저들의 시선은 날카로워지고 있다. 눈앞에 벌어진 사건을 수습해도 민심은 회복되기 어렵다. 낮은 평판의 원인이 무엇인지, 인게임에서 어떤 일이 벌이지고 있는지 먼저 파악해야한다. 보상과 약속보다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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