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게임 시장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동력은 개발 기술과 표현력 발전이다.

만화나 게임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흥행작은 많지만, 반대 작업은 좋은 성적을 낸 사례가 드물었다. 영화의 게임화가 까다로웠던 이유와 비슷하다. 유저 조작과 상호작용하는 게임은 영상물만큼 역동적인 연출을 내기 어려웠다. 개발 및 라이선스 비용은 크고, 팬들의 눈을 만족시킬 확률은 낮았다.

예외는 나루토 얼티밋 시리즈 정도였다. 콘솔 기반으로 원작을 초월한 연출을 선보이면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원작 기대가 클수록 실망을 낳았다. 특히 원피스 IP는 관련 게임이 나오는 족족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물을 보였다.

이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애니메이션 원작 게임들의 수준이 올랐고, 실적 면에서도 게임사를 견인하는 사례가 생긴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골고루 사랑 받는 경우가 늘어 해외 경쟁력을 향한 확신도 늘었다.

작년 6월 넷마블이 출시한 일곱개의대죄: 그랜드크로스는 국내외 모두 의미 깊은 성적을 거뒀다. 올해 글로벌 출시 하루 만에 130만 다운로드 기록을 세웠고, 미국 앱스토어 매출 10위권의 문을 두드렸다. 프랑스와 독일 등 주요 유럽 국가에서도 최상위권을 달렸다.

실적을 넘어 게임의 파급력으로는 더욱 큰 의의를 갖는다. 모바일게임에서 이 정도의 인게임 애니메이션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서구권 미디어에서도 퀄리티 관점에서 집중 조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애니메이션의 모바일게임 구현을 향한 인식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모바일 플랫폼에서 애니메이션 연출을 부담 없이 사용한다는 것은, 매체가 가지는 캐릭터물의 특성을 적극 반영할 수 있다는 결과와 연결된다.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권에서 관련 프로젝트가 다수 진행 중인데, 서구권 수요까지 확인했기 때문에 개발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밖에도 일본 애니메이션 중심으로 모바일게임 흥행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퀄리티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경우도 많지만, 오직 IP만 의존하는 것이 아닌 나름대로의 디자인과 게임성을 보여주면서 평가가 향상되는 모습이다.

디엔에이가 개발하고 중국과 한국에 출시한 슬램덩크 모바일이 대표적 사례다. 고전 아케이드 시절 이후 별다른 성과가 없던 슬램덩크 IP를 다시 흥행가도에 올려놓았다. 귀여운 SD 캐릭터로 간단한 조작을 유도했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기술 연출을 보여주면서 매출 상위권에 자리잡았다. 친숙한 국내 방영 삽입곡들을 적극 활용한 현지화도 돋보였다.

일본 시장은 드래곤볼Z 폭렬격전이 드래곤볼 IP 게임 최고의 흥행을 이끌었다. 단순하면서도 전략적 요소를 가미한 퍼즐 전투 방식, 모바일 최상급의 필살기 연출력과 시나리오 연출로 누적 다운로드 3억 돌파라는 대기록을 만들었다. 국내에서도 입소문이 퍼지면서 마니아 유저를 다수 보유한 게임이다.

콘솔은 아티스트 역량과 개발비에 따라 충분히 훌륭한 퀄리티를 뽑을 수 있지만, 모바일은 기술과 노하우의 부재가 있었다. 이제 개발 역량이 늘어나면서, 모바일 역시 애니메이션 풀 그래픽을 깔끔하게 지원하기 시작했다. 3D 모델링이나 2D라이브 기술 역시 인게임에 위화감 없이 녹아들었다.

애니메이션 게임화가 자유로워졌다는 것은, 미디어의 게임화 소재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반경이 비약적으로 늘어났다는 의미다. 일본 외에도 전세계에 누적된 고전 및 최신 애니메이션이 장르별로 포진하고 있다. 이제 시작이라고 해도 될 수준이다. 원작의 감동을 새로운 퀄리티로 전달해줄 게임의 출현은 유저들에게도 기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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