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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요뿌요부터 오버쿡까지' 우리를 울린 우정파괴 게임들

기사승인 2020.09.07  18: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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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하면서 가장 많이 만나는 상대는 친구들이다. 대부분의 게임은 누군가와 가까워지게 하는데, 몇몇 게임은 친구들의 우정을 파괴하기도 한다.

우정파괴 게임은 크게 몇개 분류로 나뉜다. 팀플레이형과 대결형이다. 같은 팀으로 게임하다가 손발을 맞추기 힘들어 서로의 탓을 하는 스타일과, 적으로 대결하는데 너무 잔혹하게 당해서 친구의 인성을 탓하게 되는 스타일이다. 넓게 보면 리그오브레전드 5인큐도 준수한 우정파괴 게임이다.

말은 우정파괴라고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친구끼리 즐기기 아주 좋은 게임들이다. 시타델을 비롯한 보드게임들이 대부분 우정파괴 요소가 있는 이유도 비슷하다. 그만큼 게임 속에 다양한 재미 요소가 숨겨졌다는 의미다. 우정이 존재하기 때문에 파괴가 가능한 것이고, 잠시 파괴해도 더 친밀하게 쌓으면 되니까. 

공통점이 있다. 우정을 제대로 파괴하기 위해서는, 잘 만들어야 한다. 몰입하게 만드는 재미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치밀하게 연계되는 게임성과 변수 창출 시스템도 필수다. 앞으로도 많은 우정파괴 게임들이 새로운 시도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길 바라게 된다.

뿌요뿌요 - 비디오게임 '빠요엔'의 시작

퍼즐 대전게임의 방향을 바꾼 게임이다. 조상님이라고 할 만한 테트리스도 이후 대전 시스템이 생겼지만, 기본적으로 유저 개인의 장기 생존과 기록경신에 비중을 뒀다. 하지만 뿌요뿌요는 초기 설계부터 일대일 대결에 집중됐다. 콤보를 최대한 쌓은 뒤 상대 칸에 장애물을 터트리는 연쇄, 그것을 되받아 넘기는 상쇄로 수많은 명승부가 연출된다.

고인물의 초보 학살을 뜻하는 은어 '빠요엔'도 여기서 나왔다. 특정 콤보 이상일 때 성우가 외치는 바요엔에서 유래했다. 본래 상대를 감동시킨다는 뜻을 가진 주문이지만, 뿌요뿌요에서 당하면 감동이 아닌 치욕을 받는다. 절대 친구와 같이 하면 안되는 게임으로 꼽히게 되는 계기가 됐다.

웜즈 시리즈 - "턴제인데 왜 내 턴이 없지?"

귀여운 캐릭터를 보고 입문하곤 하지만, 다양한 무기와 컨트롤이 존재해 실력 차이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잘 하는 유저와 만났을 때, 정반대 위치에서 로프로 공중 서커스를 펼친 뒤 내 앞까지 날아오는 모습은 귀여운 호러 장르에 더 가깝다.

상대를 온갖 다채롭고 수치스러운 방법으로 죽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절벽 앞에서 손가락으로 툭 쳐서 떨어뜨리기도 하고, 양폭탄 등으로 반동을 이용한 더블 킬 혹은 트리플 킬도 가능하다. 뿌요뿌요는 스스로 퍼즐을 쌓아볼수라도 있지, 웜즈는 실력과 운이 동시에 나쁘면 키보드에서 손을 붙여보지도 못하고 끝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대난투 시리즈 - 내가 지면 운빨인 대전격투 

격투게임은 기본적으로 실력차가 나면 두드려맞을 수밖에 없다. 닌텐도의 대난투(슈퍼 스매시 브라더스) 시리즈가 가진 역설은 여기서 출발한다. 초보라도 숙련자 상대로 뭔가를 해볼 수 있고, 나름대로 계획을 실현하기도 한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스트레스가 적을 것 같다. 그런데, 실제로 지고 나면 더 화가 나는 게임이다.

체력을 소모시키는 것이 아니라 장외로 만들면 이기는 규칙 때문에, 세상 온갖 변수와 비열한 책략 및 심리전이 횡행한다. 친구와 대결하든, 같은 팀으로 싸우든 마찬가지다. 팀플레이는 트롤러 한명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물론 스트레스가 쌓이는 게임은 아니다. 대난투 시리즈가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는, 이길 때의 즐거운 성취감도 아주 크기 때문이다.

레프트4데드 - 좀비보다 내부의 적이 공포인 게임

드라마 워킹데드에서 모인 사람들의 멘탈이 왜 하나씩 박살이 났는지 체험할 수 있는 게임이다. 좀비 세상에서 유저 4명이 팀을 이뤄 미션을 수행하고 전진하다 보면, 반드시 한 명씩 튀는 사람이 생긴다. 한눈 팔다가 좀비 1개 대대를 불러오거나, 총을 난사하다가 팀원이 죽거나, 혼자 살겠다고 도망치다가 나머지를 좀비떼에 휩쓸리게 하거나.

온갖 인간군상을 체험할 수 있으며, 실수 하나가 팀의 전멸 혹은 빈사를 불러오곤 해서 갈수록 동료를 향한 목소리를 높이게 되는 마력이 있다. 다른 모든 점에서 멀쩡한데 한 가지씩 고질병이 발휘되어 모두가 범인이 되는 사례도 종종 생긴다. 필자의 경우는 윗치에게 반사적으로 총을 쏴버리곤 하는 악질 트롤러였다.

헬다이버즈 - 외계인보다 내부의 적이 공포인 게임

레프트4데드와 비슷하지만, 특히 팀킬 분야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걸작이다. 총, 폭탄, 차량, 자동포탑까지 그 무엇으로도 팀원을 죽일 수 있다. 심지어 부활과 보급용으로 떨어지는 포트에 맞아서 즉사하는 경우도 많다. 죽인 유저와 죽은 유저의 잘못이 반반일 때가 비일비재하다. 친구들과 싸우기 가장 좋은 절묘한 밸런스다.

그중에서도 헬다이버즈가 악랄한 점은 시야 고정 방식이다. 팀원 시점을 쿼터뷰 카메라 하나만으로 비추기 때문에, 자꾸 멀리 떨어지는 유저가 생기면 반대쪽 방향에 무엇이 있는지 안 보인다. 싸움이 나는 사건의 절반은 서로 가는 방향이 엇갈려서 생긴다. 그 순간 사각지대에서 고급 외계인이 습격해올 경우, 팀원의 생명과 멘탈이 동시에 승천하는 재미가 있다.

오버쿡 시리즈 - 솔직히 상대 요리 던져버리기는 선 넘었다

이 동네의 신흥강자이자 '끝판왕'으로 불린다. 2016년 1편 출시 이후 파티게임 분야에서 화제가 됐지만, 온라인 멀티플레이가 없어 큰 '파장'은 아니었다. 2018년 출시한 2편은 온라인의 보강을 통해 완벽한 멀티플랫폼 파티게임으로 완성됐다. 

팀플레이와 대결 중 어느 방향으로 해도 완벽한 우정파괴가 가능하다. 게임 시스템이 불러온 대참사다. 재료 준비와 조리 및 서빙이 톱니바퀴처럼 맞아들어가야 하는데, 숙련자만 모이지 않은 이상 절대 손발이 맞을 수 없다. 

대결은 한술 더 뜬다. 맵에 따라 상대를 방해할 수 있는 기믹이 친절하면서도 지능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특히 후반부 승기를 먼저 잡았을 때 마음먹고 방해플레이에 돌입하면, 사탄이 거품 물고 쓰러질 만큼 지독한 악행이 가능해진다. 현재로서는 친구를 없애기에 가장 빠르고 정확한 게임이라고 불리기 부족함이 없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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