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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드 스타즈, '수일배 월드'의 한국형 세계관이 반가운 이유

기사승인 2020.08.12  16: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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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콘솔게임, 대중성과 거리가 있다는 스토리 어드벤처.

베리드 스타즈에 큰 기대를 거는 목소리는 많지 않았다. 잘 만들어도 상업적 흥행은 힘들지 않겠느냐는 회의도 있었다. 그런데 초반 성적은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다. 패키지 물량은 품귀 현상을 겪었고, DL판 역시 닌텐도 다운로드 랭킹 1위까지 올랐다.

플레이 디자인이 매끄럽진 않았다. 긴 분량의 초중반 커뮤니케이션을 회차마다 반복해야 하는 구조는 주요 단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와 연출만으로도 유저를 잡아끌기 충분한 힘을 가졌다. 후반부 진상을 향해 달려가면서 휘몰아치는 격정적 전개는 성우들의 명연기와 시각-청각 연출이 어우러지면서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한국게임의 독자적 이야기를 갈망하는 유저는 많았다. 종종 시도하는 게임이 있었지만 결과물은 좋지 않았다. 그중 베리드 스타즈가 유독 공감대를 자아내는 이유는 멀리 있지 않다. 지금 시대상 속에서, 우리가 직접 겪고 느끼는 이야기를 그대로 풀어내기 때문이다.

진승호 디렉터는 필명 '수일배'로 더 유명하다. 검은방과 회색도시를 거쳐오면서 긴 시간 디렉팅을 맡았고, 게임 시나리오 역시 직접 집필했다. 작품이 거듭될수록 고정팬은 늘어났다. 비결은 크게 2개가 꼽힌다. 국내에서 극히 보기 드문 파격적이고 어두운 스토리 전개, 그리고 지극히 현실에 충실한 인물과 배경묘사다.

그런 현실 세계관 구성은 베리드 스타즈에서 진일보했다. 비교적 특수한 환경이었던 전작들과 달리, 누구나 쉽게 목격했거나 겪어봤을 인물과 사연을 다룬다. 주요 소재인 오디션 프로그램부터 친숙하다. 여기에 친숙하면서도 식상하지 않은 내러티브가 첨가됐다.

인물을 읽는 시선은 유저마다 다르겠지만, 이규혁의 이야기는 사회가 가진 계층 인식의 양면을 선명하게 드러낸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민주영은 여성 아이돌을 둘러싼 편견과 욕망 사이를 버텨내는 인물이다. 오인하는 본래 자신과 미디어를 통해 만들어진 자신 사이에서 갈등을 내비치며, 서혜성과 장세일 역시 무거운 배경 속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캐릭터성을 보인다.

작중에서 오디션 참가자들을 표현하는 단어인 '연반인'은 연예인과 일반인의 합성어다. 본래 평범하게 자기 삶을 살아온 사람이지만, 어떤 계기로 연예인에 준하는 유명세를 얻게 된 경우를 뜻한다. 무너진 무대에 갇힌 TOP5는 각기 다른 성격과 참가 배경을 가졌고, 그것은 곧 현실적인 사회 문제를 마주한 각자의 존재를 암시한다.

현실 속 문제를 지독할 정도로 드러내지만, 비판 메시지와는 한 걸음 떨어져 있다. 그저 사건 그대로 보여준 채 느낌을 열어둘 뿐이다.

메시지를 주입식으로 읊는 방식이었다면 세련되지 않았을 것이다. 베리드 스타즈는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다루면서도, 그 이야기를 인물 속에 자연스럽게 녹인다. 사회 현실과 개인의 내면을 오가는 형태다.

인물을 보는 거대한 익명 사회의 시선을 표현한 것이 게임 속 SNS '페이터'다. 페이터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합성어로, 특히 트위터를 주로 참조한 구조를 드러낸다. 소름 돋을 정도로 실제 SNS에 존재하는 악플과 논쟁의 말투를 그대로 구현했고, 베리드 스타즈에서 가장 호평을 받는 동시에 정신적으로 힘들 정도라는 반응이 나오는 요소다.

통신 인프라가 눈부시게 발달하고 온라인 커뮤니티가 확장되면서, '악플'은 날이 갈수록 사회의 어두운 면으로 떠올랐다. 비단 연예인만의 문제가 아니게 됐다. 일반인이라도 자의나 타의로 화제가 될 경우 무수한 익명의 칼날에 시달리는 사례가 급증했다. 온라인 음지에서 조롱하고 비웃는 '조리돌림' 문화도 지적을 받는다.

페이터 시스템은 디지털 문화가 가진 가장 어두운 이면을 드러내면서, 그 자체를 도구 삼아 수많은 한국 특유 문화를 행간에 담아낸다. 같은 언어와 같은 감성으로 건드리는 대화는 해외게임 번역과 다른 결을 지닌다. 한국적 정서를 담는 게임이 그리웠던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다.

한번쯤 소름 돋게 만드는 페이터 연출

한국에서 게임은 문화콘텐츠 중 압도적인 수출액을 자랑한다. 그러나 문화를 수출한 적은 없었다.

한국게임 중 한국 특성이 드러나는 세계관을 찾기는 극히 어려웠다. 해외에 어필할 만한 퀄리티로 조건을 좁히면, 전혀 없었다고 말해도 무방하다. 영화, 드라마, 그리고 K-POP 뮤지션들이 문화적 매개체로 작용하는 것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 수준이다. 기술과 개발력은 충분했다. 창작 영역에서 의지와 능력이 없었을 뿐이다.

그 작업으로 가장 성과를 거둔 사례가 과거 일본의 서브컬처 산업이었다. 일본 버블시대 만들어진 작품 중 다수는 자신들의 문화를 매력적으로 보이게끔 가공한 뒤 해외 시장에 수출됐다. 자국민들조차 모르던 전통 요괴들이 캐릭터화되고, 전통 복장이 커스터마이징을 거친 채 팔려나갔다.

한국의 문화와 세계관을 표현하는 것은 '국뽕' 요소와 다른 개념이다. 우리가 직접 겪는 현실, 그리고 우리의 생각과 사상을 바깥과 교류하는 일에 가깝다. 문화는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연결된다. 그 가치를 보여주는 게임이 등장할수록 게임 시장의 가치도 함께 오른다. 베리드 스타즈는 한국의 게임 시나리오에서 오랜만에 나타난 가능성이다.

베리드 스타즈는 4개 언어로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두며 출시됐다. 한국형 세계관을 의도하지 않고 만든 작품이기에 역으로 이야기는 더 빛난다. 한국에서 특히 감정이입하게 되는 배경이지만, 동시에 인류 보편적 정서도 건드린다. 미디어 시대를 둘러싼 사회와 개인의 갈등은 어느 곳이든 진행되고 있거나, 곧 진행될 이야기다.

진승호 디렉터의 차기작이 기대된다. 첫 콘솔 도전작으로 서투른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의 힘은 여전했고, 더욱 대중적으로 다가섰다. 이제, 조금 더 큰 목소리로 "웰컴 투 수일배 월드"를 외칠 수 있을 것 같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저작권자 © 게임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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