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콘솔게임 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

플레이스테이션(PS)5 시대가 다가오면서 게임 패키지 가격 논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NBA2K21이 차세대 플랫폼 타이틀 가격을 69달러까지 올린다고 발표한 것이 방아쇠였다. 서구권 매체들은 가격 인상에 관한 전망을 대거 내놓기 시작했다.

유저 의견 역시 분분하다. 가격이 올라도 그동안의 물가 상승을 감안해 인정할 만하다는 측이 있는 반면, 차가운 시선도 공존했다. 도화선이 NBA2K 시리즈가 된 것도 부정적 의견에 한 몫을 했다. 스포츠게임들은 매년 발전이 정체된 채 DLC와 인게임 결제만 늘어난다는 불만이 쌓여왔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 인상은 반가울 수 없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전망할 때, 어느 정도의 인상은 시장의 구매 만족도를 올리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특히, 현업 개발자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새로운 판매모델의 합의점을 찾아낼 때라는 여론이 일어나고 있다.

최저임금으로 30시간 아르바이트해야 창세기전2를 살 수 있었다
최저임금으로 30시간 아르바이트해야 창세기전2를 살 수 있었다

현재 해외 콘솔 시장에 통용되는 '풀프라이스' 가격은 59달러, 원화로 7만원이 조금 되지 않는다. PS3과 Xbox360이 등장한 2006년 전후로 형성됐고, 이후 물가와 인건비가 치솟는 과정에서도 변하지 않고 지금까지 온 가격이다.

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도 큰 차이는 없다. 오히려 훨씬 비싼 시기도 있었다. 카트리지 콘솔 시대, 패미컴과 닌텐도64의 게임 가격은 10만원을 돌파하는 경우가 종종 나왔다. 비싼 하드웨어와 게임팩 제작 비용으로 인한 단가 문제였다.

90년대 한국게임들의 가격 역시 만만치 않았다. 주요 작품인 1996년작 창세기전2, 1997년 포가튼사가가 4만원대를 기록했고 그밖의 메이저 게임들도 4~5만원대에서 가격이 형성됐다. 1996년 기준 최저임금은 1,400원. 경제력에 여유가 없는 학생 신분으로 돈을 모아 게임 패키지를 구매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개발비가 3천억원에 육박한 GTA5
개발비가 3천억원에 육박한 GTA5

"콘솔 세대가 바뀔 때마다 AAA급 게임의 개발비는 2배씩 늘었다"

전 PS US 총책임자 숀 레이든은 '지속 가능한 판매 모델'을 강조했다. 오랜 시간 게임은 계속 59달러였지만, 개발비는 10배 가량 증가했다는 것. 갓오브워 디렉터 코리 발록 역시 지난 7월 자신의 SNS에서 "게임 초기가격 인상이 소액결제로 가득한 지옥보다 낫다"고 말하며 가격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개발비 상승의 주요 원인은 크게 3개로 나뉜다. 1인당 인건비 상승, 개발규모 증가, 마케팅 비용 상승이 그것. 게임 개발은 인력의 싸움이고, 퀄리티와 볼륨 경쟁은 세대가 지날 때마다 격화됐다. 특히 엄청난 미디어자본 경쟁의 장이 된 마케팅 시장이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부담감을 크게 늘렸다는 말이 나온다.

유통의 부담을 덜어준 현상도 있다. 다운로드(DL) 판매 활성화다. 현물로 패키지를 찍어내 배급과 배송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단가가 크게 하락한다. 그러나 현물 패키지를 완전히 버릴 수 없다는 한계도 이어졌다. 인터넷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종량제를 사용하는 지역에 고용량 게임의 DL 판매는 어렵다.

모바일게임 시장과의 대비도 심해지고 있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큰 수익을 올리는 모바일 플랫폼에 투자가 늘어나는 만큼, 상대적으로 PC와 콘솔 분야 대작은 사업적으로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 모바일의 경우 인앱 결제로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일에 놀라울 정도로 저항감이 없다.

지금과 같은 구도가 변화 없이 이어진다면, 장기적으로 콘솔 싱글플레이 대작 개발이 고사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저의 거센 비판을 감수하고 DLC '쪼개 팔기'나 인게임 추가결제를 고려하는 게임사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2020년, 영화관 티켓 가격은 주말 1만원을 넘어섰다. 각종 인터넷 회원권, 콘서트나 공연 등 문화콘텐츠 가격도 물가에 맞춰 조금씩 오르는 추세다. 그러나 패키지게임만큼은 개발비 급증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고정된 지 오래다. 공급과 소비 양쪽이 모두 만족하는 적정선 논의가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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