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커펀치 프로덕션의 신작, 고스트오브쓰시마(이하 고오쓰)가 유저들을 놀라게 했다.

몽골군으로부터 대마도를 지키기 위해, 무사도를 버린 사무라이의 이야기. 매력적인 소재와 감성을 구현한 그래픽, 절제된 검술 액션은 긍정적인 반응으로 이어졌다. 고오쓰는 출시 3일 만에 240만 장이 팔리면서, PS4 신규 IP 게임 중에서 가장 빠른 판매기록을 갱신했다.

고스트오브쓰시마 - 와패니즈의 틀을 깬 사무라이
고오쓰는 사무라이를 그동안 서양 매체에서 비지던 이미지와 다른 방향으로 조명한다. 사카이 진은 쓰시마를 통치하는 숙부 시무라로부터 무사도를 배우고 사무라이로 성장하지만 백성을 구하기 위해, 규율을 어긴다. 상대의 배후를 노리고 온갖 암기를 사용하는 그를 사람들은 망령이라 부르며 경외한다.

백성을 구하는 진의 이야기는 사무라이를 둘러싼 명예와 이면의 모순점에 주목한다. 무사도는 약한 자를 지키고 명예롭게 싸우라고 강조하지만 몽골군의 강력한 화력 앞에서 허울로 전락한다.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나는 진의 모험은, 절대적인 줄로만 알았던 도덕과 명예의 기준이 지극히 주관적임을 보여준다. 쓰시마 전역에서 만난 사람들에 얽힌 서브 퀘스트 또한 다양한 인간 군상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구로사와 아키라 - 게임에 녹아있는 오마주의 흔적
사무라이와 인간을 향한 고찰 그리고 아름다운 배경까지. 그래픽과 서사, 연출 등 고오쓰의 모든 것에는 일본 영화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구로사와 아키라는 ‘라쇼몽’, ‘7인의 사무라이’, ‘요짐보’ 등의 영화를 제작한 감독으로 상황과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는 미학적인 촬영 기법, 독특한 연출 기법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의 영화는 황야의무법자, 스타워즈, 반지의제왕 등 할리우드 감독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준 것으로 유명한데, 써커펀치 역시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구로사와 모드’로 표현했다.

구로사와 모드는 고오쓰의 모든 콘텐츠를 흑백 화면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설정이다. 일반 모드와 달리 붉은 빛 낙엽과 파란 하늘 등 게임에 존재하는 모든 색깔을 검은색과 흰색으로 연출한다. 단순히 색깔만 바꾸지 않고 특유의 자글거리는 화면과 투박한 사운드까지 더해, 1950년대 흑백 영화 화면을 재현한다.

화면뿐만 아니라 메인 콘셉트와 스토리, 인물상에서도 영화를 향한 오마주 요소를 찾아볼 수 있다. 진은 첫 번째 암살을 마치고 숙부로부터 진정한 무사도를 가르침 받던 때를 떠올린다. 이처럼 과거의 이야기로 캐릭터의 내면을 보여주는 플래시백 기법이나, 하나의 사건을 여러 인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퀘스트 스토리 구조는 라쇼몽으로 이어진다.

라쇼몽은 구로사와 감독에게 베니스 황금사자상을 안겨준 영화로 폭우가 쏟아지던 날, 나생문(라쇼몽) 아래에서 나무꾼과 승려, 하인이 살인사건과 재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그렸다. 재판의 당사자들인 사무라이와 사무라이의 아내, 도적은 자신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고 이 과정에서 인간의 이기적인 면모와 일말의 희망을 함께 보여준다.

이 밖에도 7인의 사무라이처럼 백성을 구하는데 의의를 둔 진의 이야기나 화면을 가릴 정도로 퍼붓는 비와 끊임없이 불어오는 바람, 시야를 가리는 안개 등 구로사와 감독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고오쓰 곳곳에 깔려있다.

문화에 대한 존중. 결과는 WIN-WIN
구로사와 감독을 향한 오마주를 드러내며, 영화의 특징을 가감 없이 차용한 써커펀치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미국 개발사임에도 일본 시대극에 어울릴법한 캐릭터와 배경, 주제, 콘셉트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구로사와 영화의 표현 기법을 그대로 따라간 만큼, 스토리 전개 면에서 다양성은 부족하지만 서양 개발사가 일본 문화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와패니즈 의혹을 성공적으로 떨쳐냈다.

자국 문화에 민감할 수 있는 일본 현지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출시 첫 째 주 판매량은 21만 장 이상을 기록했고 이는 라스트오브어스2 한달 누적 판매량을 넘어선다.

라스트오브어스2의 유저 평가가 급락한 이후, 고오쓰는 PS4의 마지막 시대를 장식하는 타이틀로 자리 잡았다. 두 게임 모두 게임성 면에서 극찬을 받았지만 주제를 다루는데 있어, 문화를 향한 존중의 유무는 큰 차이를 만들었다. 고오쓰를 통한 구로사와 감독을 향한 헌사는 써커펀치와 일본 유저들 모두에게 만족감을 남겼다. 

저작권자 © 게임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