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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심의법 '글로벌 스탠다드', 이제는 말할 때 됐다

기사승인 2020.06.05  17:4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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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 유저들을 떠들썩하게 만든 스팀게임 심의 규제 논란이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스팀에서 한국에 유통되는 미심의 게임들에 일제히 규제가 이뤄질 수 있다는 소식이 일파만파 퍼졌으나, 취재 결과 사실과 다른 정보가 다수 섞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와 스팀의 정책 및 입장은 변함이 없다. 

게임위는 오히려 스팀과 논의를 통해 해외 게임들에 더욱 편리한 제도를 마련해 안내한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논란으로 인해 근본적 주제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업계에서 전면 수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지만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한 법안이 있다. 게임산업법 32조, 게임 등급분류 법안이다.

* 한국 게임 심의법, 해외와 어떻게 다르길래?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32조 1항은 게임물 등급분류제도를 다룬다. 한국에 유통되는 모든 게임에 적용되는 강제 의무다. 출시에 앞서 사전 등급분류를 받아야 하며, 등급을 받지 않았거나 등급분류가 거부된 게임은 국내 유통이 원천 금지된다. 

어느 나라도 심의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않다. 오프라인으로 패키지판을 유통하는 게임은 사실상 의무적으로 심의를 받는다. 단, 결정적으로 갈리는 차이는 디지털 판매 제품의 의무 유무다. 해외 대부분 국가는 오직 디지털로만 유통하는 게임물에 의무적 등급분류를 요구하지 않는다. 민간 기구를 통한 사후심의도 자유롭게 이루어진다.

게임산업법 32조가 공포될 시기 게임지형은 지금과 완전히 다르다. 스팀과 같은 디지털 오픈마켓은 존재하지 않았다. 스마트폰도 막 알려질 시기다. 법적 형태는 예외사항만 허용하고 나머지는 일괄 적용하는 포지티브 규제이기 때문에, 이후 추가된 디지털 판매 등 새로운 유통 구조는 자동으로 의무에 속했다.

이후 법안 세부사항을 조금씩 개정하고 재편하면서, 최대한 시류를 따라가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개인개발자 대상 등급분류 신청 과정도 예전에 비해 간소화됐다. 모바일게임은 구글과 애플 등의 자율심의에 맡겼다. 

한국어로 즐길 수 있는 게임 중 사각지대는 단 하나 남았다. 그것이 바로 스팀의 해외 인디게임들이다. 2014년 국회에서도 한 차례 지적이 나왔다. 법안을 전면 개정하지 않는 이상 도마 위에 다시 올라갈 가능성은 언제든 존재한다.

* 스팀은 한국을 특별대우할 수도, 버릴 수도 없다

밸브가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거나 대리인을 지정하는 등 '특수 운영'을 취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밸브는 스팀이 유통 플랫폼이 아니라 오픈마켓이라는 입장이고, 모든 국가에 같은 기조를 유지한다. 유일한 예외 사례가 중국을 상대로 한 스팀 차이나인데, 중국의 극단적 통제정책과 거대한 시장이 맞물린 결과다. 한국에는 적용될 수 없고, 적용되어서도 안 된다.

그렇다고 해서, 밸브가 완전한 불통으로 돌아설 것이라 보기도 힘들다. 이미 스팀 운영에서 한국이 작은 시장은 아니다. 잠재력도 크다. Steamspy 사이트 통계에 따르면 스팀에서 한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세계에서 10위권에 들어가며, 줄곧 상승세를 그리는 중이다. 

개발 측면에서도 얽혀 있다. 모두가 아는 배틀그라운드는 물론 넥슨, 네오위즈 등 한국 주요 게임사가 스팀 기반으로 글로벌 서비스를 확장해왔다. 게임위가 "스팀과 오랜 기간 소통하고 협력해왔다"고 말한 근거도 충분하다. 한국 미심의 게임을 일방적으로 내리거나 한국에서 스팀을 차단하는 등의 조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론적으로, 게임위와 스팀은 적당히 협력하고 적당히 각자의 길을 가는 '미온적 관계'를 장시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게임위는 일종의 회색지대에 융통성을 발휘하고, 밸브는 한국에서 선제 조치가 오지 않는 이상 다른 국가와 같은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이다.

* '대부분 민간 심의', 정보는 모두 공개되어 있었다

관련 법안과 최근 나타난 등급분류 추이를 비교분석할 때, 스팀게임 심의 논란에서 게임위에 책임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게임 심의 주체의 절대 다수는 이미 민간으로 넘어와 있다.

민간기관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GCRB)가 2018년 심의한 게임물은 873건, 같은 해 게임위의 심의는 809건이었다. 그리고 모바일 오픈마켓 사업자가 자율심의한 게임이 45만 8천건에 달한다. 2018년 전체 유통 게임 중 99.6%를 자율심의가 차지하는 것이다.

즉, 게임위가 심의를 담당하는 게임은 전체 유통 게임 중 0.2%가 채 되지 않는다. 그중 대부분은 PC와 콘솔 플랫폼 중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 사행성 우려가 짙은 게임을 대상으로 한다.

게임위는 그 대신 사후 모니터링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사행성 단속 비중이 높다. 사설 서버 및 불법 오픈마켓, 게임의 탈을 쓴 도박 영업장 등을 파악해 시정권고 및 수사의뢰 업무를 수행한다. 해당 문제가 없는 미심의 게임에 대해서는 안내와 권고 위주의 조치를 취한다.

국제등급분류연합(IARC)에 포함된 ESRB, PEGI, USK, CERO 등 해외 심의의 통계 및 사례도 함께 소개한다. 이와 같은 정보는 게임물 등급분류 및 사후관리 연감을 통해 모두 공개됐고, 게임위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누구든 무료로 열람할 수 있다. 

* 모든 갈래는 '심의법'으로 모인다

게임위가 스팀 게임들에 강제조치를 취할 계획은 없다. 게임위에게 주어진 권한은 법을 집행하는 선에 머무른다. 현재 법 기반에서 이보다 최선의 중재책은 상상하기 어렵다.

다만 법 개정 필요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스팀의 한국어 공식지원 게임들이 계속 등급분류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게임위 관계자는 "민원이 다수 접수될 경우에는 법적인 조치를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는 답변을 했다.

2019년 비영리 플래시게임을 규제해 논란이 일었던 이유도 비슷하다. 낡은 법이라도 관련 민원까지 무시할 수 없는 위치에서 융통성을 발휘하기 힘들었던 것. 당시 이동섭 의원이 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한편, 정부 차원에서 청소년들의 비영리 게임은 심의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뒤에야 논란은 사그라들었다. 

결국 근본 문제는 법이고, 게임산업법 전면 개정안에서 심의 문제를 개선하기 전까지는 언제든 비슷한 논란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만악의 근원, 바다이야기

자연스럽게 한 가지 의문으로 모인다. '왜 심의법이 고쳐지지 않느냐'는 것. 해답은 선명하다.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의 파장이 아직까지 이어진 것이다. 

사후심의 및 비의무화는 게임계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과제였다. 그 타이밍에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진 것. 게임의 카테고리에 편승한 채 이어져내려온 끝에 터졌기 때문에 게임계에 닥친 파장은 거대했다. 단순히 도박게임장 적발을 넘어서 사회 전반을 뒤흔든 사건이었다. 

게임법 32조는 지금까지 총 5회의 부분 개정이 있었지만, '사전심의'와 '모든 게임 의무'라는 핵심 요소는 변하지 않았다. 근본적 개정을 시도해도 국회의 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것은 곧 부분 개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소규모 및 개인 게임개발에 치명적 타격을 입히는 결과로 다가왔다.

* 강제 X, 네거티브 규제... '글로벌 스탠다드' 이야기할 때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 채 고정된 심의법을 기반으로, 정보 전달 곡해 및 한국 스팀게임 시장에 대한 저평가가 겹쳐지면서 벌어진 해프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개발자들이 대부분 알고 있으나, 일반 유저들에게 널리 노출되지 않은 정보가 많다.

타이밍은 좋다. 이미 게임법 전면 개정은 추진되기 시작했다. 문체부는 개정안 초안을 지난달 발표했고, 국회와 논의해 연내 뚜렷한 결과물을 내놓을 예정이다. 낡은 심의에 대해서도 개선 의지를 밝힌 바 있다. 21대 국회는 이제 막 출범했다. 논의를 시작하고 의견을 수렴하기에 지금 당장만큼 좋은 시기도 드물다.

게임 유통구조가 온라인을 통해 다변화된 지금 시기에, 20세기형 등급분류법은 분명 기초부터 다시 만들 필요가 있다. 국내외 수많은 방식으로 갈라지는 게임의 형태를 모두 담지 못한다. '특정 사례만 제외'가 아니라 '특정 예외만 규제'라는 네거티브 방식 법안도 시급하게 요구된다.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정치 논리에 이슈가 함몰되는 현상이다. 게임은 국내에서 진영과 무관하게 사회 계층에 따라 시각이 나뉘었다. 정당 구분 없이 게임에 관심과 이해를 가진 소수 의원이 개정을 추진하고, 이해도가 부족한 다수 의원들을 넘는 것이 큰 과제였다. 

등급분류 논란을 계기로 게임人들이 함께 소통하고 뭉칠 때다. 게임법 전면개정 논의에 맞춰, '글로벌 스탠다드'를 주요 의제로 등급분류 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 이번 공론화는 곧 기회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저작권자 © 게임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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