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란트가 스트리밍 방송으로 상당한 홍보 효과를 거두고 있다. 

라이엇게임즈가 지난달 7일 발로란트 북미, 유럽 지역 비공개테스트를 시작한 이후, 관련 스트리밍에 최대 172만 시청자가 접속했다. 신작의 관심과 더불어, 시청자에게 무작위로 비공개테스트 베타키를 제공하는 이벤트로 거둔 성과다. 

발로란트에 도전하는 프로게이머 출신 인플루언서 스트리밍도 확장 중이다. 에임 중심의 게임성은 기존 FPS 게임 방송과 다른 재미를 어필했다. 카운터스트라이크: 글로벌오펜시브, 레인보우식스: 시즈 유저풀이 좁은 국내 시장에서 발로란트는 오랜만에 등장한 택티컬 FPS 게임으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에이팩스 레전드 스트리밍에 익숙한 시청자에게 발로란트는 다소 생소한 게임일 수 있다. 캐릭터마다 스킬을 갖추고 있지만 사용 횟수는 제한적이고 캐주얼한 그래픽에 비해, 게임성은 하드코어하다. 스테디셀러 게임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 스트리밍 시장에 발로란트를 자리 잡게 한 포인트는 무엇일까?

긴장감을 낳는 실력 위주의 플레이
라이엇게임즈가 리그오브레전드 10주년 행사에서 공개한 발로란트 영상은 장르를 둘러싼 추측으로 이어졌다.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고 스킬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신작의 장르가 하이퍼 FPS일지 모른다는 의견도 신빙성을 얻었다. 

하지만 발로란트는 정확하고 신중한 에임이 무엇보다 중요한 게임이다. 무기 대미지가 높게 책정되어 있다 보니, 짧은 TTK(Time to Kill) 안에 상대보다 먼저 약점을 쏘아야 한다. 

특히, 프로게이머 출신 스트리머의 플레이는 상대를 발견하고 대응하는 과정이 세분화되어 있다. 이동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집탄률은 대다수 FPS게임에 적용된 특징이지만 발로란트의 정도는 더욱 심하다. 

이러한 특징은 디테일한 발소리와 맞물려, 하이퍼 FPS와 다른 긴장감을 낳는다. 전 프로게이머의 플레이라도 예외는 아니다. 상대와 대면했다면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에임에 집중해야,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다.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고 이동을 멈춘 짧은 순간이야말로 시청자의 눈길이 모이는 때다.  

전술로 이어지는 장비 구매 페이즈
장비 구매 페이즈는 플레이스타일을 미리 살펴볼 수 있는 단계다. 무기는 성능과 가격에 따라 세분화되어 있다. 장비를 구매하지 않는 선택지도 있다. 미사용 크레디트는 다음 라운드로 이전되고 승패 보상의 차이도 크다 보니, 스트리머가 어떤 장비를 선택했느냐에 따라 구상하고 있는 전략을 예상해볼 수 있다. 

무기를 구입하지 않았다면 첫 번째 라운드에 지급되는 800 크레디트의 쓰임새는 2라운드로 넘어간다. 무료 지급 무기 클래식의 성능은 아쉽게 느껴질 수 있지만 다음 라운드를 시작할 때 800 크레디트로 성능 좋은 무기나 더 많은 스킬을 구입하면 된다. 

반대로 첫 라운드부터 크레티드를 투자하는 하이리스크-하이리턴 전략도 설득력이 있다. 상대가 방어구를 입지 않다면 헤드샷 한 방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고스트와 방어구까지 관통하는 섀리프로 클래식을 압도한 후, 3,000 크레디트를 승리 보상으로 차지하는 방식이다. 

무기의 효율 또한 스킬과 플레이스타일마다 다르다. 소총만 해도 소음기 장착 여부와 자동연사 기능, 대미지에 따라 4종류로 분류된다. 캐릭터별 포지션과 전장 형태를 고려한다면 스트리머가 어떤 플레이 스타일을 선호하고 이번 라운드에서 어떤 공격 루트를 선택할지 가늠할 수 있다. 

트롤과 버스기사를 오가는 스킬 활용
발로란트 스트리밍 중 산통이 깨지는 순간이 있다면, 누군가의 스킬이 뜻하지 않는 결과로 이어졌을 때다. 궁극기를 제외한 스킬 대다수의 위력은 플레이를 보조하는 정도에 그치지만 아군 눈앞에서 터지는 피닉스의 커브볼과 세이지의 둔화구슬은 팀에게 패배를, 시청자에게 하이라이트 장면을 선사한다. 

스킬은 일종의 캐릭터 전용 보조장비에 가깝다. 무기처럼 크레티드로 일정량 구매할 수 있고 성능 또한 섬광탄, 연막탄과 비슷하다. 대신 벽을 넘어 발동시키거나 장벽을 생성하고 상대 위치를 밝히는 등 쓰임새가 넓어, 이를 활용한 창의적인 플레이는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끈다.

적절한 타이밍에 사용한 스킬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정도로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출시 전부터 브림스톤과 세이지는 조합 필수 캐릭터로 손꼽히고 있고 제트와 피닉스는 선두에서 화려한 플레이를 선보이는 캐릭터로 주목받고 있다. 

활용 난이도로 인해, 무분별한 스킬 사용이 치명적인 실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또한 교체 모션이 길어, 스킬 사용 중 상대와 마주쳤을 때 대처하기 어렵다. 이러한 한계점은 스킬을 사용하는 유저와 진입하는 유저를 구분하는 팀플레이로 발전했고 FPS 프로게임단의 스크림 영상과 전 프로게이머들의 파티 플레이에서 주목할 만한 명장면으로 남았다. 

스트리밍의 재미, e스포츠로 이어질까
라이엇게임즈가 발로란트 출시일을 올해 여름으로 밝힌 가운데, e스포츠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미 다수의 해외 게임단이 발로란트 프로팀을 창단했으며, 국내에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T1과 젠지 e스포츠도 선수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직 리그 진행에 관한 어떠한 정보도 나오지 않았지만 발로란트 e스포츠를 향한 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보는 게임으로서 발로란트의 재미는 직관적이다. 몇 십 명의 유저가 한 전장에 투입되지 않으며, 쉴새 없는 공수전환도 없다. 최근 FPS 게임 트렌드와 거리는 멀지만, 배틀로얄, 하이퍼 FPS가 e스포츠를 기획하며 겪었던 장소와 장비, 옵저버 문제에서 자유롭다. 두 장르가 고민한 스트리밍과 e스포츠의 간극은, 발로란트의 문제가 아니다. 

라이엇게임즈는 e스포츠 흥행을 전망할 수 있는 스트리밍 시장에서 의미 있는 수치를 확인했다. 물론 뱅가드를 비롯한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한다. 콘텐츠 퀄리티를 높여, 발로란트를 둘러싼 유저들의 궁금증을 확신으로 바꿀 수 있다면, 성공적인 e스포츠 출범도 기대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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