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트렌드는 빠르게 변화한다. 과거 MMORPG를 시작으로 MOBA, FPS, 배틀로얄 등 여러 장르의 게임이 전성기를 누렸다.
 
최근 시장의 키워드로 떠오른 장르는 오토배틀러다. 2018년 등장한 도타2의 커스텀 게임 오토체스가 흥행하면서 붐이 일어났다. 도타 언더로드, 체스러쉬 등 각종 오토배틀러 게임이 연이어 출시되는 흐름을 보였다.
 
특히, 라이엇게임즈에서 전략적 팀전투(TFT)를 출시했으며 블리자드는 하스스톤에 신규 모드 전장을 업데이트하는 등 기존 인기 게임이 오토배틀러에 도전장을 던졌다. 게임방송사 OGN에서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하는 등 오토배틀러는 대세 장르의 입지를 서서히 굳혀나갔다.
 
하지만 지속될 것 같았던 오토배틀러의 인기는 생각보다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도타 언더로드는 출시 7개월 만에 동시접속자가 90% 이상 감소했다. 스팀 차트를 보면 2019년 6월, 약 20만 명의 최고 동시접속자를 기록했던 도타 언더로드의 현재 최고 동시접속자는 1만 3천 명에 불과하다.

오토배틀러 장르의 인기가 급격하게 식어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게임 외적인 이유를 꼽자면, 오토배틀러 게임이 출시될 당시 기대보다 많은 관심을 받은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완전히 새로운 장르의 등장은 언제나 많은 유저들의 관심을 받는다. 단적인 예로 배틀그라운드가 있다. 배틀로얄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등장하자 수많은 유저들의 관심이 몰리며 인기가 폭등하고, 차츰 시간이 지날수록 코어 유저들이 남는 과정을 거쳤다.
 
마찬가지로 오토배틀러 장르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이제 남은 유저들이 앞으로도 오토배틀러 장르를 계속해서 즐길 코어 유저라고 볼 수 있다.
 
남아 있는 코어 유저의 수가 초기에 비해 너무 적어진 것은 사실이다. 이는 오토배틀러의 구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오토배틀러의 가장 큰 구조적인 문제는 긴 플레이타임이다. 오토배틀러가 태동했을 때에 비해 플레이타임이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한 번의 게임을 끝내는데 약 3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최근 게임의 트렌드가 빠른 템포의 플레이를 고려하면 피로감은 크게 차이가 난다.

또한 오토배틀러 장르는 모바일게임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는데 모바일게임의 경우, 빠른 템포의 플레이를 선호하는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어 성공이 쉽지 않아 보인다.
 
자동으로 전투가 펼쳐지는 오토배틀러의 장점을 감안하더라도 한 판이 30분을 넘기면, 플랫폼의 특성상 피로도가 상당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오랜 시간 게임을 플레이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
 
또 하나의 치명적인 단점은 역전이 어렵다는 것이다. 초반부터 승수를 쌓아올린 유저는 연승을 하면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며 연패하는 유저는 전황을 뒤집기 어렵다. 연패 유저를 위한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것은 맞지만, 초반부터 벌어지는 격차를 따라잡기 쉽지 않다.
 
결국 초반에 조합을 구성하는 단계에서 전략이 요구되며, 후반부로 갈수록 단순한 힘싸움으로 변하면서 역전의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다.
 
대전게임에서 역전 확률이 희박하다는 것은 중·후반부로 진입할수록 흥미 요소가 줄어든다는 뜻과 일맥상통한다. 그렇지 않아도 긴 플레이타임으로 인해 다소 지루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중·후반부에 재미를 기대할 수 있는 요소까지 부족하다 보니 장르에 단점이 부각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은 자연스럽게 e스포츠의 흥행 실패와 연관된다. 스포츠에서 얻을 수 있는 재미 중 하나는 짜릿한 역전을 통해 나오는데 게임의 구조적인 특성상 이를 경험하기 어렵다.
 
몇몇 아쉬운 부분이 부각되면서 인기가 사그라들었지만, 오토배틀러는 분명 대세 장르로 날아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한 장르다.
 
단순히 특정 장르가 흥행했다고 해서 비슷한 구조의 게임을 우후죽순 출시하기보다 불완전한 시스템을 보완하고 차별화된 재미를 전달할 수 있다면, 2017년 등장한 배틀로얄을 잇는 차세대 장르의 자리에 오토배틀러가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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