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서 인공지능(AI)의 중요도는 줄곧 우상향을 그렸다. 전세계에서 인공지능 개발 경쟁에 주목하고, 앞다퉈 투자를 늘리고 있다. 2020년은 게임계에서 본격적인 AI 기술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3N'의 대규모 인공지능 투자는 익히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것은 엔씨소프트다. 2011년부터 프로젝트를 시작해 현재 2개 R&D 센터에 150명 이상 인력을 보유하며 국내에서 손꼽히는 규모로 성장했다. 신작 리니지2M에도 보스급 몬스터가 인공지능에 의해 판단하며, 그 행동에 따라 필드 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을 구현했다.

넥슨은 2017년 설립한 인텔리전스랩스를 중심으로 효율적 서비스를 위한 AI를 개발한다. 빅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금칙어 사용과 어뷰징 탐지 등 게임운영 전반에 걸쳐 활용해나가고 있다.

넷마블은 2018년 NARC(Netmarble AI Revolution Center)를 개설한 뒤 투자 규모를 대폭 늘렸다. 또한 구글과 협업을 통한 클라우드 AI 머신러닝을 도입하는 등 글로벌 단위 기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견 게임사들, 인공지능을 '돌파구'로 삼나

3N을 중심으로 기술이 발전하면서, 게임 속 AI 활용 노하우와 신뢰도가 쌓였다. AI 개발 열풍은 더 넓게 퍼지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인공지능 기술은 대형 게임사의 전유물이었다. 인력과 예산 면에서 만만한 작업이 아니고, 국내 게임시장 정체와 맞물려 과감한 시도가 쉽지 않았다. 중견 규모에서 대규모 투자를 감행할 만큼 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작년을 기점으로 인식이 변화했다. 인공지능이 선택지가 아닌 필수라는 판단을 경영진 차원에서 내리는 경우가 많아졌고, 빅데이터 분석과 AI개발 인력을 충원하는 경향이 포착됐다. 게임성 면에서 돌파구를 얻기 위한 방안으로 인공지능 활용이 조명받는다는 분석이다.

익숙한 장르에 변화를 주거나, AI 사업에 따로 진출하거나

16일 출시 예정인 안녕! 용감한 쿠키들은 간단한 매치3 퍼즐 방식에 AI를 접목한다. AI 퍼즐 봇은 스테이지 수천만 번 클리어로 학습을 거쳤고, 그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퍼즐 밸런스와 난이도 조절 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데브시스터즈는 사내 서비스기술실 산하 AI 조직에서 인공지능을 자체 개발해왔다. 자사 대표작 쿠키런 오븐브레이크는 작년 4월 '알파런' 이벤트를 통해 머신러닝 시스템을 테스트했다. 유저 팀과 AI 팀이 서로 대결해 승패를 가르는 내용으로, 이후 알파런이 발전한 형태로 돌아올 것을 예고한 바 있다.

한빛소프트는 2020년 게임사업 재건과 함께 신기술 사업 투자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그 중심에는 AI 기술이 있다. 딥러닝 AI를 활용해 음성인식 및 음성합성 기술이 마무리 단게이며, 교육 앱 개발에 우선 활용할 계획이다. 성과에 따라 차후 게임사업과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AI, 인력과 시간 모두 장벽"

3N을 제외하면 국내 게임사들의 개발 진척도는 높지 않다. 사람을 구하는 것부터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AI 전문기술 인력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매우 적다. AI가 주목받은 지 단기간만에 급성장하며 벌어진 현상이다.

한 게임사 개발자는 "텐센트를 비롯한 중국 대기업이나 서양권 IT기업들이 인재를 대량으로 데려가면서 AI 기술인력은 '금값' 수준이 됐다"면서 "젊은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스펙 향상을 위해 AI와 빅데이터 관련 지식을 공유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정도"라고 답했다.

인력과 함께 시간 소모도 크다. 수많은 데이터를 딥러닝에 활용하는 과정은 결국 시간에 비례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 짧은 기간 내에 체감되는 효과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임사 경영진이 깊은 이해와 의지를 가지고 장기지원을 유지할 때에야 빛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다.

게임계 '인공지능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개발과 서비스 분야에서 새로운 영역이기 때문에 많은 개념이 바뀔 수 있다. 기술에 걸맞는 아이디어와 콘텐츠 역시 요구되는 시기다. 직접적으로 체감되진 않더라도 게임 AI는 조금씩 우리 곁으로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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