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한국게임의 대부분은 모바일이다. 그 거시적 지형은 오랜 시간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쪽에서 만들어내는 새로운 장소가 있다. 게임사들은 이제 다시 콘솔에 주목하고 있다.

PC스팀 및 콘솔 플랫폼의 중요성은 점차 커져 왔다. 모바일 과포화와 비교해 해외 판로가 제약되기 시작한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글로벌 플랫폼에 국내외 유저 인프라가 늘어난 것이 두번째다. 

그러나 콘솔 플랫폼을 개발해본 경험자가 국내에 전무하다시피 한 실정에서, 콘솔 프로젝트 진척은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모바일 MMORPG 개발 노하우가 기형적으로 크다는 점도 다시금 뼈아프게 다가왔다. 

콘솔게임 개발자들은 전부 같은 말을 남겼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박훈 디렉터는 "맨땅에 헤딩"이었다고 표현했고, 베리드스타즈 진승호 디렉터는 "노하우가 없어 PS와 닌텐도 개발 사이트를 오가며 '노가다'로 극복했다"고 개발 과정을 회고했다. 미스트오버 역시 "아무도 콘솔게임을 만들어본 적이 없어서 모든 것을 물어보고 다녀야 했다"고 출시 전 발표에서 털어놓았다. 

기기 점유율에 비해 Xbox 콘솔 개발 비중이 높은 것도 그런 이유다. 콘솔 개발 노하우가 전혀 없는 현실에서 MS 측이 개발 제휴와 노하우 전수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고, 이제 어느 수준까지 기반은 다졌다. 2020년부터 나오기 시작할 결과물은 이전 해와 사뭇 다를 수 있다.

유저들이 가장 먼저 떠올릴 만한 곳은 펄어비스다. 펄어비스는 지스타 2019에서 신작 4종을 모두 PC 및 콘솔 플랫폼으로 들고 나왔다. 절대 다수 신작이 모바일 플랫폼으로 등장하는 지금 시기에 주목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퀄리티는 모두 기대감을 불러일으켰고, 장르 역시 다양했다. 차기 플래그십으로 개발 중인 MMORPG 붉은사막을 비롯해 애니메이션풍 분위기가 인상적인 도깨비, 오픈월드 MMO슈팅 플랜8, 검은사막 기반 배틀로얄 게임 섀도우 아레나까지. 섀도우 아레나 이후 하나둘 베일을 벗을 펄어비스의 도전을 기다려보게 된다.

엔씨소프트와 넥슨도 콘솔 플랫폼 기반을 다지고 있다. 프로젝트 TL(The Lineage)은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이터널 개발 중단 이후 PC와 콘솔로 재탄생을 준비하는 타이틀이다.

2017년 정보 공개 후 아직 베일에 싸인 부분이 많고, 수차례 개발 일정이 지연되면서 기다림이 커지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 내 CBT를 목표로 한다고 새롭게 밝힌 만큼 '더 리니지'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하다. 

넥슨은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통해 서구권 시장 개척에 나선다. 최초 공개 무대가 영국 런던에서 열린 Xbox 게임행사 X019라는 사실은 많은 것을 상징한다. 서구권 유저들의 입맛에 맞게 페이투윈을 완전히 배제하고, 캐릭터 디자인도 대거 개선했으며 PC와 콘솔의 크로스플레이도 지원한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지난달 글로벌 CBT를 통해 만듦새를 입증했다. 바뀐 화풍으로 특유의 애니메이션을 살렸고, 모델링과 배경에서 고해상도 그래픽을 구현했다. 게임패드 조작감과 사소한 충돌 버그만 최대한 해결한다면 경쟁력은 충분해 보인다.

베리드스타즈는 검은방과 회색도시를 개발한 진승호 디렉터의 신작이다. 서바이벌 오디션 배경에서 다양한 인물이 서로 얽히며, 멀티 엔딩이 존재하는 스토리 중심 어드벤처 장르다. 

전작들이 내러티브 면에서 한국게임 중 손꼽힐 만하다는 평가를 받은 만큼, 이번에도 디렉터 특유의 흡입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유저들의 관심이 몰린다. PS4 및 PS VITA와 닌텐도 스위치로 개발 중이고, 라인게임즈 퍼블리싱으로 올해 상반기 내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네오위즈가 오랜 시간 준비해온 블레스 언리쉬드는 2020년 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Xbox 플랫폼으로 먼저 선보일 예정이고 반다이남코 아메리카에서 퍼블리싱을 맡는다. 서구권 MMORPG 유저들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의미다. PAX WEST에서 공개한 시연 버전은 원작 블레스와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는 평가받은 바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 IP 신작을 Xbox 기반으로 공개하면서 많은 유저를 놀라게 했다. 중국에서 국민게임 지위에 오른 만큼, 중국 주류 플랫폼인 PC나 모바일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부분유료화로 개발 중이며, X109에서 공개된 실제 플레이 영상은 인상적이라는 평이다. 크로스파이어가 서구권에서 경쟁력을 가진 작품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지도 궁금해진다.

프로젝트 이브는 시프트업이 작년 상반기 공개한 콘솔 프로젝트다. 트리플A급을 지향하는 대작 타이틀이며, 구체적인 출시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트레일러에서 특유의 미형 캐릭터와 아포칼립스 배경이 어우러진 영상미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형태 대표는 "지금 시도하지 않으면 같은 게임을 반복해서 만드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개발 동기를 설명했다. 

베스파는 대표 게임인 킹스레이드 IP를 활용해 콘솔게임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사옥 주변에 개발 사무실을 따로 차리고 출입을 통제할 정도로 철저한 보안을 유지 중이며, 세계관을 계승하는 대형 타이틀이 될 것으로 추측된다.

그밖에 인디게임이나 저예산 게임 분야의 콘솔 도전도 계속 활발하다. 사우스포게임즈에서 개발하고 네오위즈 퍼블리싱 예정인 플랫포머 액션 스컬, 넥스트 스테이지에서 개발 중인 PS4 액션게임 울트라에이지 등.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실험 정신이 돋보이는 분야이니만큼 글로벌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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