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이 올해 지스타에서 보여준 청사진은 '모바일'이다.
작년에 비해 PC와 콘솔 등 다양한 플랫폼을 선보인 지스타에서, 넷마블은 다시 모바일 신작 4종을 들고 나왔다. 비판 요소가 아니다. 플랫폼의 이미지를 걷어내고 바라본 화면은 합격선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미지 전환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넷마블은 분명 2019년 신작으로 의미 있는 노력을 보였다. 올해 일곱개의대죄: GRAND CROSS는 최상급 애니메이션 퀄리티와 함께 합리적 과금모델을 선보였고, 쿵야 캐치마인드는 원작 본연의 재미를 모바일에 맞게 제대로 설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스타 2019 넷마블 부스 시연작 4종은 각기 다른 분야에서 출발한다. 각자의 무기를 가지고 퀄리티와 차별화를 동시에 잡겠다는 각오다. 모바일 올인원 플레이를 노리는 모습이 엿보인다. 대중과 코어 유저, 그리고 국내와 국외를 모두 과녁으로 잡는다.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은 넷마블이 차세대 주력으로 점지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레볼루션'은 혁명을 뜻하는 단어인 동시에 넷마블의 메인 캐시카우를 상징한다. 거기에 자체 IP를 기반으로 한 첫 레볼루션이란 의미도 더했다. 시연 과정에서 확인한 그래픽 디자인 및 연출 수준도 차세대 도전자로 손색이 없다.
'세나 유니버스'의 구축이라는 지점에서도 움직임은 특별하다. 두 게임의 배경 스토리는 세계관의 시점이 확장된다는 것을 암시한다. 세븐나이츠2는 원작에서 멀지 않은 뒷이야기를 다루고, 세나 레볼루션은 조금 더 먼 미래에 원작의 영웅들이 사라진 배경에서 시작한다.
세븐나이츠2가 먼저 출시되는 것을 감안할 때 이야기의 흐름은 자연스레 이어진다. 넷마블은 지금까지 장기적으로 키워낸 자체 IP의 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실적에서의 로열티 지출 규모와 시장 평가에서도 이 부분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세나 유니버스의 성공 여부는 넷마블의 게임사업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을 만큼 중요하다.
제2의 나라는 일곱개의대죄와 비슷한 결을 그린다. 일본 태생의 유명 IP를 모바일에 그려내는 작업이다. 이미 좋은 평가를 받은 분야이기 때문에 기대감은 높다. 제2의 나라가 바탕으로 한 니노쿠니 IP는 한 가지 강점을 더 특화시킨다. 바로 '대중적 가능성'이다.
니노쿠니 원작은 레벨파이브와 지브리 스튜디오의 합작품이고, 한국에서도 지브리 애니메이션 감성은 대중적으로 친숙하다. 니노쿠니가 국내에 널리 퍼지지 못한 것은 콘솔 플랫폼과 언어 한계가 큰 요인이었고, 그만큼 시장 잠재력이 크게 남아 있다.
지스타에 공개된 시연 버전이 너무 짧아 마음에 걸리지만, 지브리풍 퀄리티와 감성을 완벽에 가깝게 구현했다는 점만으로 기대할 가치는 충분하다.
글로벌 시장을 조준하는 무기는 매직: 마나스트라이크다. 마블 퓨처파이트의 후속 무기가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서양 시장에서 설명이 필요 없는 매직: 더개더링 IP, 그리고 장르 역시 트렌드에 맞춘 실시간 대전액션으로 재탄생시켰다. 일러스트 역시 원작의 화풍을 구현하면서 북미와 유럽의 감성을 진하게 풍긴다.
A3: STILL ALIVE는 독특한 포지션에 선다. 모바일 속 배틀로얄 MMORPG, 실험적인 동시에 마니아를 유치할 만한 힘을 가진다. 최근 그래픽 경쟁 속에서 콘텐츠의 세밀한 설계에 힘을 실은 것도 좋은 틈새시장 공략이다. MMORPG의 보편적 콘텐츠를 가지고 있지만 2년에 걸친 지스타 시연에서 모두 배틀로얄을 전면에 내세운 점에서도 자신감이 엿보인다.
지스타 2019 넷마블 부스는 매끄러운 시연 관리에서 호평을 받았다.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 많은 시연대를 준비했고, 교통정리가 깔끔하게 되어 대기 시간을 최소화했다. 부스 디자인이나 이벤트 방식이 몇 년째 똑같아 아쉬움도 남았지만, 흐름은 더욱 매끄러워지고 관람객 불만은 적었다.
넷마블 방준혁 의장은 지스타 시연 부스를 깜짝 방문해 "궁극적으로 웰메이드 게임이 회사를 긍정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모바일게임 시장 초창기, 넷마블은 다작을 하는 게임사였다. 그 다양한 게임으로 매출을 견인하기도 했다. 시대가 바뀌면서 넷마블의 모바일 신작 발표 빈도는 줄었다. 대신, 퀄리티 도약은 성공했다.
플랫폼 이전에 기본 평가대상은 품질이다. 넷마블은 충분한 합격점이다. 2020년 출시할 신작들과 지스타 2020 부스에 나타날 새로운 모습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