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RPG에서 중요한 부분은 ‘자원’과 ‘재화’의 순환이다. 

MMORPG 상위권 유저는 고랩 사냥터에서 유니크 장비를 파밍해 거래소에 내놓는다. 이때 얻은 재화로 다른 콘텐츠에 사용할 자원이나 음식 등에 투자한다. 다른 유저들은 상위권 유저의 장비를 재화로 구매해 상위권을 노리거나 요리나 제작, 채집 등으로 재화를 마련한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장비나 재화가 순환되는 과정이다. 

그런데 현재 달빛조각사는 이 순환과정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 15일 업데이트로 장비, 음식, 가구, 제작 재료, 전리품 등의 거래가 제한됐다. 

업데이트로 인해 장비의 경우 영웅 2티어부터 거래소 이용이 가능한데, 문제는 가격이다. 영웅 2티어 장비는 2백~3백만의 가격대이고, 3티어는 4~7백만이다. 영웅 등급의 아이템은 60레벨 이상의 사냥터에서 확률적으로 획득 가능성이 있는데, 전설 등급은 3천만에 달한다.

 

70레벨 사냥터인 라비아스에서 일반 몬스터를 잡았을 때 얻는 전리품의 가치는 200골드 수준이다. 하루에 1~2시간 게임을 하는 유저는 영웅 2티어 이상의 장비를 구매하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부분을 메워줄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생활 콘텐츠인데, 음식, 가구, 제작재료 역시 거래 제한으로 골드 수급이 어렵다.

그렇다보니 유저들은 무게만 나가는 전리품을 획득하지 않고 힘들게 얻은 영웅 등급 아이템도 팔리지 않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득템의 재미도 사실상 무색하다.

아직 출시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저들이 상위권 장비를 위해 재화를 모을 수 있는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졌다. 꾸준히 재화를 모을 수 있는 수단마저 사라진 상황이기에 유료 아이템이 아니면 골드를 수급할 수 있는 방법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일부 유저들이 게임 초반 거래소 방식을 악용해 변화를 주어야 하는 것을 맞다. 하지만 현재의 거래소는 아이템의 순환이 되지 않아 게임의 차별화 포인트인 생활 콘텐츠의 존재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득템을 해도 다른 유저들에게 장비를 팔 수 없고 현재 필요한 수준의 장비를 구매하기엔 재화가 부족하다. 

거래소는 있지만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업데이트 공지에 ‘앞으로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는 내용을 보면 변화의 여지는 있어 보이나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따라갈 수 없는 격차는 유저들에게 상실감을 주어 결국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달빛조각사는 아직 출시된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은 게임이다. 

상위권 유저들은 전리품을 줍지 않고, 죽어도 경험치에 영향을 받지 않는 캐릭터로 전리품만 주워서 골드를 모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현실이다. 

MMORPG인 이상 전설 등급의 아이템이 끝이 아니다. 상위권 콘텐츠와 아이템으로 유저들을 자연스럽게 유도해야 하는데, 현재 달빛조각사의 아이템 순환은 무언가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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