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커’의 기세가 매섭다.

베니스 국제 영화제 황금사자상에 이어, 언론의 호평까지 받고 있다. DC코믹스의 가장 매력적인 빌런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 이후 11년 만에 가장 핫한 타이틀을 되찾았다.

조커는 기존 배트맨 시리즈와 궤를 달리한다. 웨인 일가, 고담, 아캄 병원 등 DC코믹스 독자라면 익숙한 소재가 등장하지만 영화 분위기는 히어로물이 아닌 누아르에 가깝다. 잭 니콜슨, 히스 레저, 자라드 레토가 광기와 혼돈을 대변했다면 개인의 타락으로 귀결되는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화제성만큼 모방 범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사회 극빈층의 표상인 아서 플렉과 2012년 콜로라도 극장 총기난사 사건은 단순히 예술로 받아들일 수 없다. 실제로 조커 개봉 이후 미국 일부 극장에서는 영화관서 조커 코스튬 착용을 금지하고 보안검색을 강화했다.

해외뿐 아니라 관람을 마친 국내 커뮤니티도 이러한 대처를 과잉조치가 아니라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가상의 도시지만 7~80년대 미국 극빈층을 연상케 하는 배경은 굳이 아서 플렉이 아니었더라도 누구나 조커가 될 만한 상황이었음을 암시한다.

무엇보다 사회에 적응하려 애쓰던 주인공의 굽은 등은 광기와 폭력을 인정했을 때 비로소 곧게 펴진다. 빈민층 아서 플렉을 비추던 어두운 조명과 광기에 찬 조커를 둘러싼 밝은 햇빛. 상황이 역설적일수록 의도와 다른 오독의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영화는 테러와 극적 연출로 흥행하고 있는 반면, 현실성으로 인해 잠재적 위험 요소로 언급되고 있다. 관점에 따라 사회의 불안감을 야기하는 뇌관으로 볼 수 있는데, 그렇다면 잠재적 위험요소로 꼽히는 조커에 검열이나 등급 분류와 같은 규제가 필요할까?

내용의 차이는 있지만 조커의 사회적 시각은 위험성을 이유로 규제의 칼을 빼든 국내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게임에 잠재적 위험성이 있으니 예방을 위한 기금과 콘텐츠 선정에 주의하라는 이야기. 올해 게임업계의 화두인 게임과몰입 이슈다.

게임과몰입도 위험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테러가 아니더라도 게임하다 지하철을 놓치거나 생활리듬이 깨지는 사례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사행성 문제로 도박과 동일한 잣대로 몇몇 모바일게임을 예시로 든다면 반박 가능한 논리는 부족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게임과몰입의 방안은 현실적이지 못하고 1차원 수준에 가깝다.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을 위한 셧다운제나 게임사의 매출 일부를 중독 치료로 사용하자는 게임 중독세의 골자는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만들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도가 부족한 일부 의원들은 특정 사례를 확대해석하며 규제 논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규제의 신뢰성과 적합성 여부는 끊이지 않는 논란을 만들었다. 지난 5월 여성가족부가 셧다운제 연장을 위해 제작한 평가 보고서는 조작의혹에 모호한 답변으로 질타를 받았다.

잠재적 위험성에 대한 영화와 게임의 대처는 생각해 볼 문제다. 불미스러운 일을 막기 위한 극장의 조치는 콘텐츠 근절을 위함이 아니다. 위험 요소를 예방하는데 초점을 맞췄고 이러한 대응 방식은 조용하고 효과적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조커를 둘러싼 이슈에 대해 감독 토드 필립스 역시 불편한 심경을 전한 바 있다. 조커가 영화와 폭력의 담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잠재적 위험 요소로 취급당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제작사 워너브라더스 역시 조커의 스토리텔링은 복잡한 문제의 담론을 이끌어내는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커와 게임과몰입의 공통점은 문제해결을 위한 담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WHO의 질병코드 분류 이후 찬성과 반대 측의 대화는 주장의 근거를 보충하기 위한 연장선에 가까웠다. 과몰입 위험성의 규정이나 치료기관 선정 등 논의해야 할 사항이 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예방이 아닌 근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게임과몰입 연구와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대화가 아닌 주장은 9차 한국질병분류코드(KCD) 개정에 골든타임을 소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조커는 관객들에게 약자를 둘러싼 폭력과 복지, 도덕의 해답을 맡겼으나 게임과몰입은 주도권과 이권 싸움으로 여전히 표류하고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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