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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설화의 게임 활용, 가능성은 있을까?

기사승인 2019.10.02  19:3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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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은 개천절이다. 기원전 2333년 단군 왕검이 최초의 민족국가인 단군조선을 건국한 것을 기리는 날이다. 

단군은 신의 아들인 환웅이 웅녀와 혼인해 태어난 아들이라고 전해진다. 실제로 곰이 쑥과 마늘을 먹어 사람으로 변했다고 믿는 사람은 극히 적을 것이다.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지만, 상징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가지는 이런 이야기는 곧 신화(神話)가 된다.

신화나 민담처럼, 오랜 시간 사람들 사이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이야기를 뜻하는 말이 설화(說話)다. 때로는 실제 일어났을 법한 이야기도 있지만, 대부분 입을 거치면서 허구와 과장이 섞이기 마련이다. 과거 신화를 포함한 설화가 민족을 통합시키거나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역할을 했지만, 과학과 정보가 발전하면서 중요성은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설화의 기능이 실종된 것은 아니다. 이전보다 매력적인 소재로 기능하기도 한다. 지역과 국가가 동질감을 가지고 공유하는 이야깃거리이기 때문이다. 잘 가공된 콘텐츠는 설화의 질을 발전시키고, 글로벌 시대에 힘입어 국경을 초월하는 문화적 IP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이야기가 있는 곳에 설화가 있고, 게임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설화는 영화와 게임의 소중한 소재로 쓰이곤 했다. 반대로 인지도가 부족한 설화를 차용한 콘텐츠가 대흥행을 기록하면서 조명받고, 소재와 세계관이 확장된 사례도 존재한다.

갓오브워는 대표적인 사례다. 전쟁의 신 크레토스가 그리스의 신들을 (죽여서) 굴복시킨 뒤 북유럽 신들과 또 다른 혈전을 치르고 있는 시리즈다.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는데도 세계관 설명에 큰 비용을 할애할 필요가 없는 것은, 유럽의 신화들이 압도적인 인지도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그런 환경에서도 충실한 캐릭터 재구성으로 신화와 콘텐츠가 선순환 발전을 이룬다.

일본은 콘텐츠의 위력을 통해 설화를 IP로 구축한 경우다. 예컨대 갓파 같은 요괴 캐릭터는 애니메이션과 게임의 힘이 아니었다면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퍼졌을 가능성이 낮다. 한번 친숙한 캐릭터와 세계관이 자리잡으면 해당 국가의 다른 콘텐츠 제작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한국은 긴 역사에 비해 잘 알려진 설화가 많지 않다. 일본 등의 외침으로 인해 옛 기록이 자주 소실된 점이 큰 이유로 꼽힌다. 특히, 통치 기반을 위해 신화 계보를 정리했다고 알려진 삼국시대 기록물이 대부분 사라진 것이 안타까운 부분이다. 이야기의 연결고리를 찾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보니, 신화 역시 큰 스토리텔링으로 이어지기 어려웠다.

게임 방면에서는 넥슨의 바람의나라가 빠질 수 없다. 한국 최초 그래픽 온라인게임이라는 가치와 함께, 한국설화를 소재로 한 게임 중 최고의 흥행작이다. 단순히 배경만 인용해 쓴 것이 아니라 의미 있게 설화를 활용한 흔적을 맵과 스토리 곳곳에서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23년이 지나는 동안, 설화 기반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게임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인디 개발자들과 소수 단체에서 설화 기반 제작을 발표하거나 논의하는 정도다. 사망여각이 처음 주목받은 이유도 바리공주 설화를 차용한 감각적 디자인 때문이었지만, 개발이 지연되면서 공개가 불투명한 상태다. 

자료가 미비하고 연구도 부족하지만,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 있다. 국내 영화와 드라마는 소재의 다양화를 고민한 끝에 설화를 기반으로 한 세계관을 성장시키고 있다. 과거 장화홍련이나 전우치 같은 영화는 설화 속 인물과 이야기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시키면서 지금도 회자되는 작품이 됐다.

최근 주목받는 사례는 드라마에 집중된다. 사회 현상으로까지 불린 도깨비는 민속학 고증을 바탕으로 로맨스와의 완벽한 조화를 이끌어냈다. 올해 방영한 호텔 델루나는 마고 설화를 등장시켜 재조명하는 데에 성공했다. 한국 태초의 신으로 불리는 '마고'의 인지도가 젊은 세대에서 급상승한 것은, 당장 눈에 띄는 효과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소재 활용의 여지를 남겼다고 평가할 수 있다.

설화 소재로 성공한 콘텐츠는 공통점을 가진다. 매력적인 재해석이다. 

세간에 통용되던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다 써서 호평을 받은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장화홍련이 현대 배경이 아닌 설화와 똑같은 캐릭터와 스토리로 흘러갔다면 걸작 호러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영화로도 흥행기록을 세운 웹툰 신과함께는 설화를 소재로 삼으면서도 자체 스토리텔링을 훌륭하게 가져가면서 콘텐츠의 가치를 높인 예다.

게임계가 재해석에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설화는 소재 고갈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인 동시에 국가 전체가 '써먹을' 수 있는 IP다. 잘 쓰기 위해서는 지금 시기 유저에 맞춘 감성화가 필요하다. 그런 작업을 잘 해낸 소설이나 웹툰을 원작으로 게임을 구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매력적인 원작은 충분히 많은 시대다.

한국 고유 세계관, 역사물, 그리고 설화. 성격은 조금씩 다르지만 유저 시점에서 새로운 재미의 잠재력을 가진다는 점은 같다. 게임이 제공할 수 있는 이야기의 재미를 고민할 때다. 해답은 가장 가까이에 있을지 모른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저작권자 © 게임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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