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를 연기하고 기약 없이 멈춰선 게임이 있다. 시노앨리스의 이야기다. 

출시 이틀 전 공식카페에 개제된 공지는 부족한 현지화 퀄리티를 이유로 일정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이었다. 보상을 논의 중이며 별도의 공지를 통해 안내하는 것으로 마무리한 글은 어느덧 두 달째, 운영진의 마지막 소통 흔적으로 남아있다. 

현지화 이슈는 복합적인 사안이다. 텍스트는 원문의 뜻과 감정 전달, 캐릭터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일러스트 또한 국내 심의 기준에 맞춰 노출도나 정서를 생각해야 하며, 일본에서 서비스한 만큼 콘텐츠 업데이트 일정까지 조정해야 한다. 

특히, 시노앨리스는 충격적인 스토리 전개가 매력적인 게임이다. 원작과 감독을 맡은 요코오 타로 PD의 독특한 감성을 국내 정서에 맞춰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운영진의 설명처럼 현지화 퀄리티가 아쉬운 수준이었다면 출시를 미룬 선택은 불가피했다. 

다만 유저들은 64일째 기약 없는 기다림을 계속하고 있다. 공식카페는 출시를 기다리는 글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신규 게시물의 숫자는 감소하고 있다. 그마저도 일정이 연기된 이유를 묻거나 기다림에 자조적인 시선을 보낼 뿐 기대감에 대한 이야기는 찾기 어렵다. 

그동안 넥슨이 진행했던 요코오 타로 PD의 내한 일정과 간담회, 콜라보 웹툰 등의 활발한 활동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여기에 넥슨 게임들의 개발과 서비스 중단 소식이 잇따르면서 유저들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출시 지연이 중단으로 바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카운터사이드도 비슷한 상황이다. 테스트 이후 한 달이 지났지만 정식서비스 일정 안내를 기다려달라는 공지를 끝으로 새로운 소식이 갱신된 바 없다. 피드백으로 완성도를 높이겠다 발표했으나 침묵하는 방식은 시노앨리스의 형태와 별반 다르지 않다. 

로드맵도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음 행보가 테스트인지, 아니면 정식 출시인지도 결정되지 않았다. 기간 또한 4분기인지 내년을 넘겨야할지 알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게시판에서 유저가 게임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습도 시노앨리스의 카페 양상과 유사하다. 

과한 해석일 수 있으나 넥슨의 최근 행보를 보면 무리한 해석은 아니다. 히트와 M.O.E에 이어, 니드포스피드 엣지와 어센던트원, 배틀라이트가 서비스를 종료했고 프로젝트G와 페리아연대기, 데이브와 네개의탑도 개발을 중단했다. 게임성과 규모를 떠나 어떤 게임이든 중단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밖에도 허민 대표의 영입과 지스타 불참, 글로벌 M&A 등으로 '선택과 집중'이 진행 중인 가운데 유저들의 불안감을 줄여줄 만한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다양한 작품을 다뤄왔던 만큼 계획의 변동은 있을 수 있지만 시노앨리스와 카운터사이드는 넥슨이 보여줬던 소통방식까지 달라질 필요는 없다. 

그동안 넥슨은 유튜브와 트위치 등 스트리밍 플랫폼을 활용해 유저와의 소통을 주도했다. 트위치 채널 ‘겜믈리에’로 자사 게임의 콘텐츠 소개와 관련 e스포츠 대회, 방송을 기획했고 최근에는 모아이게임즈 이찬 대표가 직접 트라하의 업데이트 플랜과 개발 방향성을 설명하는 영상을 유뷰브에 개재했다. 

트렌드에 민감한 게임 업계라 할지라도 게임사가 직접 방송 플랫폼을 활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번거로운 절차지만 업데이트 내용을 직접 확인시켜주고 개발 상황을 유저와 공유하며 인지도와 긍정적인 평가를 동시에 잡을 수 있었다. 광고와 공지사항으로 만족하기 어려운 포인트를 짚은 셈이다. 

변화 속에서도 소통은 필요하다. 여러 게임을 출시하고 개발하며 사정상 일정이 미뤄질 수 있다. 

다만 내부적인 문제로 인해 출시를 희망하던 유저들의 기다림이 예정일도 없이 길어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소통이 운영의 핵심으로 떠오른 시기, 시노앨리스와 카운터사이드의 생존신고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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