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의 가치 측정이나 비교는 큰 의미가 없다.

감상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느낌이 다르며, 상황이나 시대 배경에도 영향을 준다. 아이다, 캣츠, 오페라의 유령 등의 뮤지컬이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으며, 명절 마다 돌아오는 신파 영화는 1천만 이상을 기록하기도 한다.

이제 20년을 갓 넘긴 게임산업은 같은 문화산업 카테고리에서 빠르게 저변을 넓혀가고 있는데, 사회적으로 부정적 시선을 받고 있다. 우려먹기, 사행성의 꼬리표도 붙어있다.

고속성장의 이유로 기성세대의 색안경이 존재하며 문화적 저변 역시 넓지 못하다. 게임의 주연령층은 20~30대이고, 소비층이 30~40대로 집계되는 것은 게임산업이 걸어온 길이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이다.

게임은 여전히 젊은 세대의 휘발성 놀이문화 중 하나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봐야 ‘애들 하는 게임’이란 평가다.


올해로 뮤지컬 맘마미아는 20주년을 맞이했으며, 오페라의 유령은 30년 넘게 최장수 뮤지컬로 알려져 있다. 뮤지컬은 20년 전과 지금이 동일한 내용이지만 출연자에 따라 새로운 느낌으로 감동을 선사한다.

바람의나라와 리니지는 한국 온라인게임의 역사를 대표하는 이름이다. 바람의나라는 1992년 연재된 순정만화를 원작으로, 넥슨이 1996년에 온라인게임으로 개발했고 드라마까지 제작된 바 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역시 동명의 원작 만화를 기반으로 1998년에 출시됐다.

두 게임 모두 출시 20주년을 넘겼는데 바람의나라와 리니지를 바라보는 시선은 수십년간 이어진 영화나 뮤지컬과 간극이 크다. 게임이란 이유이며, IP 우려먹기로 보는 편협한 관점도 있다.

사실 한국의 게임 IP는 태동기에 가깝다. 가장 오래됐다고 할 수 있는 리니지는 리니지2, 리니지 레드나이츠(서비스 종료), 리니지2 레볼루션, 리니지M이 전부다. 20년간 5개의 게임. 최근 2년여 기간 동안 3개의 모바일게임이 출시된 영향으로 소비성 이미지가 존재하는 것뿐이다.

게임은 IP(지식재산권)의 관리와 유지가 중요하다. 수십 혹은 수십만의 유저들이 게임을 동시에 즐기고 꾸준히 재미를 전달하기 위해 수백명의 인력이 콘텐츠를 쌓는다. 게임이 다른 문화콘텐츠와 다른 점은 꾸준히 새로운 요소들이 추가된다는 것이다.

뮤지컬이 새로운 배우로 공연마다 색다른 감동을 전달한다면, 게임사들은 팬들을 위해 원작의 색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콘텐츠로 신선함을 만든다.

하나의 게임이 20년 동안 유지되기 위해 게임사의 투자와 노력은 많은 이들이 알아주지 않으며 빛바랜 기록으로 남는다. 치열한 경쟁의 가운데서 지금까지 생존하고 명맥을 유지한 게임들은 많은 이들의 고민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누구도 IP 하나만으로 성공이란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는다. 지금도 IP를 가진 수많은 게임들이 만들어지며 한편에선 사라지고 있다. 때문에 경쟁에서 생존한 게임 IP의 가치는 상당히 높다.


해외에서 BTS를 제2의 비틀즈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의 아이돌 그룹인 문화콘텐츠가 해외에서 큰 파급력을 낸 사례다. 

한국의 게임 IP 역시 글로벌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온라인게임 시절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점유율과 영향력을 보여준다. 중국에서 던파가 1년에 1조가 넘는 수익을 내고, 미르 IP의 가치를 2조원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IP는 관리하기에 따라 많은 가능성을 가진 만큼, 게임이란 이유로 홀대해선 안 된다. 

문화적 가치는 시간이 흘러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래픽, 사운드, 연출, 기술력 등이 접목된 게임을 종합예술로 평가하는 이유는 첨단산업의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아직 한국 게임사들이 IP를 관리하기 시작한지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무인도에서 가장 빨리 탈출하기 위해서는 미키마우스를 그리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해외의 게임사들은 IP 관리에 철저하다.

우려먹기란 시각을 피하기 위해 IP 소비에 신중할 필요가 있고,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는 선에서 오래된 것을 새것으로 바꾸며 세심하게 IP 관리에 신경을 써야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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