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흥행작이 등장했다. 곧 합류할 경쟁자들도 만만치 않다.

수집형RPG가 유행한 지는 오래됐다. 과포화 시장이라는 말도 몇 년 전부터 나왔고, 유저들이 지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했다. 하지만 실적과 유저 숫자는 급증했다. 이제 시장 경쟁은 절정에 달하고 있다.  

기존 RPG가 메인 주인공 혹은 몇 개의 주요 캐릭터로 육성과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이라면, 수집형RPG는 최대한 많은 캐릭터로 유저가 타인의 입장에서 소유하고 지휘하게끔 한다. 콘텐츠별 특성에 따라 강점을 가진 캐릭터를 따로 운용하는 장르 특성은 모바일RPG의 약점이었던 수명을 개선하는 효과를 낳았다.

유저 입장에서 소유와 성장에서 느끼는 성취감이 다채롭다는 특징을 갖게 된다. 매번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기 때문에 성장과 운용을 다르게 가져갈 수 있고, 운영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게임 구도가 고착화되는 현상도 적은 편이다. 

개발 측면에서는 게임디자인과 운영이 비교적 수월하다는 장점이 꼽힌다. 다양한 캐릭터를 활용한다는 명분으로 콘텐츠 다양성에 집중할 수 있고, 업데이트 비용도 크게 들지 않는 편이다. 액티브 대비 매출이 현존 다른 장르에 비해 안정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한번 자리잡으면 치명적인 실착이 없는 이상 안정적으로 길게 가는 성향이 강하다. 2014년 출시해 아직도 매출 10위권을 위협하는 세븐나이츠가 대표적 장수게임이며, 6주년을 맞이한 몬스터길들이기 역시 대형 업데이트로 인식을 반전시키면서 순위가 급상승했다.

새로운 수집형RPG 전쟁은 2월부터였다. 린더라이트브링어는 화려한 비주얼과 감각적 캐릭터 표현으로 주목을 받았고, 본격 미소녀RPG를 간판으로 내건 라스트오리진은 파격적인 수위의 표현과 준수한 게임성으로 소규모 개발사의 기적을 탄생시켰다.

여기에 4월 프린세스커넥트! 리다이브가 기대 이상 흥행과 평가로 선전하면서 본격적인 혼전이 시작됐다. 카카오게임즈의 운영이 호평받으면서 상승세를 유지했고, 오늘 30일 2.0 업데이트로 발빠른 진격을 계속했다. 

이후 모바일게임 차트는 크게 요동쳤다. 횡스크롤 액션의 전투 방식을 채용한 킹오브파이터 올스타는 매출 최상위권을 다투며 넷마블의 세계교체를 알렸고, 여기에 랑그릿사와 일곱개의대죄:GRAND CROSS가 합류하면서 하반기 전쟁은 더욱 심화됐다. 

랑그릿사는 과거 IP의 강점을 정확하게 살린 게임이 유저를 얼마나 불러모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자리잡았다. 캐릭터와 전략성을 토대로 아직 매출 최상위권을 유지하면서, 중국 운영에서 이미 마련해둔 차후 콘텐츠까지 보장돼 있다.

일곱개의대죄는 퀄리티와 유저 운영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스토리와 전투에서 펼쳐지는 애니메이션 그래픽은 압권이며, 큰 과금을 하지 않아도 캐릭터 수집이 원활한 시스템은 앞으로 표본이 될 만하다. 특히 일본 시장의 성적과 전망이 매우 밝다는 평가다.

신작들도 수집형RPG 전쟁에 참여할 채비를 마쳤다. 넥슨의 카운터사이드는 하반기 시작과 함께 정보 공개에 가속도를 붙였다. 개발사는 클로저스로 알려진 류금태 대표의 스튜디오비사이드. 티저사이트를 개설한 뒤 주요 캐릭터를 차례대로 공개했고, 8월 1일 프리미엄 테스트를 앞두고 있다.

세븐나이츠2도 전작의 명성을 잇기 위해 나선다. 수집형 MMORPG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도전장을 던지며, 지스타 2018 시연으로 높은 수준의 그래픽을 우선 입증했다. 올해 내 출시 예정이지만, 세븐나이츠가 여전히 상위권이기 때문에 넷마블이 구체적 일정을 어떻게 선택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넥슨이 국내 출시를 준비하는 시노앨리스는 출시일을 연기했다. 현지화 준비가 덜 되었다고 판단하고, 완벽한 현지화를 위해 출시를 늦췄다는 것. 요코오 타로 디렉터의 독특한 감성이 반영된 다크 판타지 게임으로, 일본에서 이미 흥행을 입증했기 때문에 출시시기에 따라 하반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침체됐던 중견 개발사들 역시 수집형RPG를 토대로 반격을 준비한다. 게임빌이 자체개발한 엘룬은 중화권 시장 호응을 바탕으로 17일 국내 출시에 이어 글로벌 서비스도 시작했다. 어느 정도 기반을 마련하면서 게임빌의 시름을 덜어냈다. 웹젠은 모바일SRPG 나선영웅전을 하반기에 출시해 이미지 변신에 도전할 예정이다.

올해 수집형RPG 신작들의 성공율이 높아 보이지만, 주목조차 받지 못하고 사라진 무수한 게임들도 존재한다. 그렇게 엄청난 경쟁에도 불구하고 수집형RPG는 현재 '포기할 수 없는 전장'으로 취급된다. 고유의 캐릭터와 세계관을 가진 게임이 성공하면 단단한 고정팬을 잡을 수 있고, 캐릭터는 곧 부가 산업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한편으로 게임성의 진화는 수집형RPG에 계속 요구되는 부분이다. 성장 시스템에서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평가도 항상 존재하고, 반대로 그 틀을 깨는 게임은 눈에 띄는 성공을 기록했다.

에픽세븐의 빈자리 역시 매력적인 가능성이다. 한때 매출순위 10위권을 드나들었던 에픽세븐은 데이터조작 및 운영 이슈로 순위가 90위 밖으로 밀려났다. 비슷한 장르의 게임이라면 충분히 에픽세븐 유저들의 니즈를 만족시켜줄 가능성이 있다. 

하반기 선보일 신작들은 각자 특수한 비주얼과 아트 감각을 예고하고 있다. 아직 내면은 만나지 못했다. 경쟁이 큰 만큼 보상도 큰 전장에서 오래 사랑받는 길은 결국 게임플레이다. 어떤 신작이 이 장르에서 새로운 경험을 가져다줄까, 그리고 상위권 게임들이 운영을 통해 지금 자리를 수성할 수 있을까. 하반기 전면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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