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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시타 번역 논란, 판단은 유저 몫 ‘현지화는 창작이 아니다’

기사승인 2019.07.19  16:4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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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을 통해 게임을 더 '올바르게' 바꾸는 일은 정당할까?

반다이남코는 아이돌마스터 밀리언 라이브! 시어터 데이즈(이하 밀리시타) 사전예약을 시작하고 한국 출시 계획을 알렸다. 

2017년 일본에서 출시한 밀리시타는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걸즈 스타라이트 스테이지(데레스테)에 이어 모바일 캐릭터 리듬게임 장르를 이끌고 있다. 현존 최고 퀄리티의 뮤직비디오 모델링을 인정받았고, 운영을 통한 유지 보수가 이어지면서 인지도를 넓혔다.

그래서, 논란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한국 진출 발표 과정에서 한 가지 소동이 있었다. 현지화가 추구해야 할 가치를 짚어보기 좋은 사례다.

6월 29일 오픈한 밀리시타 한국 사이트에 포함된 아이돌 소개 항목이 문제였다. 캐릭터 프로필과 대표 대사가 한국어 버전으로 먼저 번역됐는데, 원작과 다른 부분을 여럿 발견할 수 있었다. 

'섹시'나 '간접키스' 등 성(姓)적 어필과 조금이나마 관련된 단어가 대부분 사라졌다. 모모코가 프로듀서를 부르는 호칭인 '오빠'를 프로듀서로 바꾸고 '여자답게'를 '아이돌답게'로 수정하는 등 성별과 관련된 단어도 원문과 다른 의미로 변했다. 이에 대해 기존 유저들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반다이남코는 7월 1일 공식카페 공지를 통해 "일부 캐릭터 대사에 오역이 있어 수정 중이며, 많은 실망과 불안을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후 두 차례의 수정을 통해 논란이 된 번역을 원문 의미에 맞게 고쳤다. 여성 유저 사이에서는 "여성을 대상화하는 번역에 동의하지 않으며 최초 번역을 지지한다"며 반발 여론이 생기기도 했다.

그래, 불편을 느낄 만한 이유는 있다

여성 캐릭터만 등장하는 게임 상당수는 남성향으로 분류되지만, 여성 유저도 일정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온라인게임협회의 2018년 발표자료에 따르면 데레스테의 여성 유저 비율은 20%다. 밀리시타는 해당 자료에서 3%로 집계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여초 게임커뮤니티 사이에서 언급이 많아지는 것 정도는 확인할 수 있다.

현실 엔터테인먼트에서도 여자아이돌에 여성팬 비중이 상당한 것처럼,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를 키우고 즐기는 일에 성별 제약은 없다. 또한 남성향과 여성향 게임의 시장 크기가 차이 나는 만큼 퀄리티 차이도 상당하기 때문에, 질 좋은 게임을 원하는 여성 유저들도 꽤 있다.

아이돌마스터 IP는 본가 시리즈가 PS4 플랫폼에 한국어판으로 출시되고, 스트리밍으로도 유의미한 흥행을 거두면서 국내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그만큼 여성 관심층도 늘었다. 다만 유저에 따라 몇몇 캐릭터에게 성적 대상화라는 느낌을 받을 여지는 있으며, 주인공을 남성으로 확정짓는 대사에서 위화감을 느끼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번역은 원작 의미를 인위적으로 건드릴 수 없다

캐릭터 육성 IP는 저마다 고유의 세계관과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아이돌마스터 시리즈는 어떤 갈래로 나뉘든 프로듀서(주인공)가 육성 캐릭터의 개성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교류하고 이야기의 주체로 나서는 특징을 보인다. 반면 러브라이브와 뱅드림으로 유명한 부시로드 계열 게임들은 이야기에서 주인공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극히 적거나 아예 없다.

총 52명 캐릭터가 밀리시타에 등장하며, 성적으로 캐릭터를 표현하는 유형은 몇 명 정도에서 제한된다. 캐릭터별 성격에 따라 각기 다른 호칭으로 프로듀서를 부른다. 타마키처럼 보스(두목)라고 부르는 특수 사례도 발견된다. 원작에서 의도한 캐릭터성 부여라고 볼 수 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번역가는 "의도가 올바른지는 상관없이, 원작과 다른 가치관을 투영해서 번역에 집어넣는 행위 자체가 번역에서 하지 말아야 될 일"이라고 답했다. "번역가나 현지화 업체의 의견 또는 관점이 들어갈 경우, 그것은 번역이 아닌 평역의 범주"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원문의 의미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한국어에 어울리게 전달하는 것이 번역의 본질이고, 작품에 대한 평가는 유저들에게 넘기는 방향이 옳다는 것이다.

원작에 싫은 점이 있다면 원작의 개선을 건의하거나, 참고 즐기거나, 입맛에 맞는 게임을 찾아가는 방법이 있다. 3개 선택지 모두, 번역을 통해 현지화 단계에서 바꿔달라는 요청에 비하면 합리적이다.

만일 국내에서 받아들이기에 도덕적으로 큰 결함이었다면 설득력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에서도 문제없이 사용하는 '섹시'라는 단어가 과연 게임 번역에서 순화해야 할 정도였을지 의문이며, 23세 성인이 가슴이라는 말을 꺼내고 11세 소녀가 주인공을 오빠라고 부르는 것 정도는 취향 차이가 있을지언정 도덕성과 연관 짓기 어렵다.

번역의 질부터 떨어졌다는 점도 유저 불만이 나온 큰 이유였다. 반말을 사용하는 캐릭터의 대사를 이유 없이 존댓말로 번역하고, 사투리 번역에 일관성이 없고, 야구 투구동작 중 하나인 언더스로(throw)를 '슬로우'로 오역하는 등. 길지 않은 캐릭터 소개 페이지에 허점이 발견되면서 번역을 개선해야 할 이유가 다수 생기고 있었다.

반다이남코는 논란이 된 번역을 재수정하는 한편, 운영 관련 의견을 받기 위해 건의함을 개설했다. 건의함은 7월 3일부터 21일까지 운영되며, 공식카페 공지에서 주소를 확인할 수 있다.

각종 해외 콘텐츠의 '초월번역'이 호평받는 이유는, 한국어나 한국 문화에 맞게 기발한 센스를 보여주면서도 원문이 주는 기본 의미를 잃지 않기 때문이다. 원문의 뜻과 완전히 달라진다면 번역의 전제 조건에서 벗어나는 셈이다. 문제 판단과 평가는 번역가가 아닌 유저의 몫이다. 현지화는 창작이 아니다.

번역은 현지화라는 큰 틀에서 수많은 작업 중 하나지만, 유저 입장에서는 거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번역의 성패가 현지화의 성패를 결정한다. 국내 퍼블리셔를 거치지 않고 반다이남코가 직접 운영하는 만큼, 원작에 충실한 번역으로 바꾼 결정은 이후 성과를 주목하게 만든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저작권자 © 게임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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