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MMORPG를 바라보는 국내 유저의 시선은 까다롭고 냉정하다. 

바람의 나라, 리니지를 시작으로 많은 온라인게임을 경험하면서 해외의 어떤 유저들 보다 콘텐츠와 재미, 완성도에 날카로운 기준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많은 게임사들은 MMORPG를 개발하며 새로운 요소와 시스템을 고민한다. 비슷한 기준으로 국내 유저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렵고 발전되거나 신선한 시스템으로 만족도를 올리기 위해 노력한다.

크래프톤의 ‘에어(A:IR)’가 꺼내든 카드는 하늘, 기계, RvR이다. 기존 MMORPG가 한 번쯤 거쳤던 콘텐츠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겠지만 1차 테스트 이후 절치부심 준비한 콘텐츠는 기존의 것에서 새로운 형태로 발전했다.

‘할 것과 볼 것’을 채워넣은 하늘

PC MMORPG로서 에어의 하늘은 인상적이다. 단순한 배경이라 생각됐던 공간에는 몬스터와 부유석 지형, 마을 등 지상보다 넓은 규모의 필드가 형성돼 있다. 얼핏 보면 메인퀘스트로 향하는 중간다리 정도로 생각될 수 있으나 에어의 콘텐츠 중 상당 부분이 하늘을 경유하며 진행된다. 그만큼 중요하고 비중이 높다는 의미다.

기존 MMORPG에서 비행을 단순 컷씬으로 연출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플레이에서 볼 수 없는 카메라 구도와 효과, 연출이 더해진 컷씬이 역시 매력 포인트가 될 수 있지만 하늘을 표방한 게임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라 말하기는 다소 부족한 감이 있었다. 

에어의 하늘은 판타지 기반의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설정을 고려했다. 하늘이 대류권, 성층권 등으로 나눠져 있듯, 에어의 하늘도 고도차에 따라 상, 중, 하층으로 구분돼 입장 가능한 비행선과 탈것의 특성이 나뉜다. 

무엇보다 하늘에 MMORPG 특유의 ‘필드’ 감성이 녹아있다. 에어의 하늘은 지상과 마찬가지로 몬스터를 사냥하고 인스턴스 던전이 존재하는 엄연한 필드로 존재한다.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비행선과 탈 것 역시 선공 몬스터에게 공격당할 수 있으며, 무작위 형성되는 구름으로 인해 빈 공간이라기 보다 나름의 생태계가 갖춰진 필드라는 인상이 느껴진다. 

‘스팀펑크’ 발전한 기술은 판타지와 같다

MMORPG의 콘셉트는 콘텐츠를 엮는다. 가령 무협 게임이라면 마나보다 기력 쪽이, 날개보다는 무공으로 하늘을 나는 것이 보다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한편으로 예상 가능한 클리셰라 생각할 수 있지만 빈자리에 가장 잘 어울리는 퍼즐 조각이 있다면 맞추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에어의 ‘판타지’ 해석 방식은 다소 독특하다. 이세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종족과 몰려오는 악의 세력 등 어디에서나 볼법한 판타지 콘텐츠를 모으기 위해, 에어가 선택한 것은 마법이 아닌 ‘스팀펑크’다. 

스팀펑크의 핵심은 19세기 산업혁명의 시작이자 인류사 핵심 발명품 중 하나로 손꼽히는 ‘증기기관’ 기술이다. 실제 역사는 증기기관에 걸쳐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과 전기동력의 발전을 다루지만, 스팀펑크의 세계관은 증기기관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둔 사회를 다룬다. 

정의 자체만 보면 엘프와 아인종, 오크가 돌아다니는 에어의 세계관과 전혀 상관이 없는 내용처럼 보이지만 사소한 장비 하나부터 비행선까지 스팀펑크 콘셉트의 손이 닿지 않은 것은 없다. 

그중에서도 콘셉트의 핵심을 관통하는 콘텐츠는 ‘비행선’과 ‘마갑기’다. 하늘에서 캐릭터를 대신하는 비행선은 모델과 장착하는 부품에 따라 쓰임새가 천차만별로 나뉜다. 어떤 무기를 어느 방향에 장착했느냐에 따라 기본 공격조차 달라지며, 탑승인원과 비행구역에 따라 비행선 모델이 나뉜다. 

특히, 마갑기의 경우 마법으로 모든 것을 해결했던 기존 판타지 세계관에서 새로운 존재감을 드러낸다. 단적으로 RvR 콘텐츠에서 가장 강력한 클래스와 스킬은 캐릭터도, 마법도 아닌 기계 장치인 마갑기와 비행선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포였다. 

‘힘보다 전략’ 팀플레이 방식의 진영전

개발자가 게임의 핵심 콘텐츠로 꼽은 만큼, 에어의 대규모 진영전 콘텐츠는 필드 사냥과 전혀 다른 규모의 구성과 볼륨을 갖췄다. 필드 전투와 더불어 공중전, 마갑기가 한데 얽힌 전장은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뚜렷한 목표가 있어 진영 간 역할 분담이 이뤄진다.

에어는 기존 MMORPG의 것과 다른 시각으로 진영전에 접근한다. 단순히 강한 캐릭터가 몇 명 참전했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지 않고 맵 곳곳에 설치된 기관포와 승강기 등의 기믹으로 언제든지 역전 가능성을 도모한다. 

여러 종류의 마갑기와 비행선, 클래스가 참전하는 만큼 상성도 뚜렷한 편인데, 이로 인해 땅따먹기에 지나지 않았던 진영전 콘텐츠와 다른 팀플레이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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