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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에 '스며든' 스팀, 국산게임에 요구되는 변화

기사승인 2019.06.11  15:4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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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이 바뀌는 데에 3년이면 충분했다.

2016년까지, 국내 게임시장과 스팀 플랫폼은 완벽하게 격리돼 있었다. PC방에서 게임을 즐긴다는 것은 그만큼 해외 PC패키지와 관련이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스팀 시장 도전'이라는 출사표가 보일 때마다 새로운 흐름을 기대하는 한편 경쟁력에 대한 의문부호도 붙었다.

‘국내 게임시장이 변하지 않는다’는 말은 언제나 흘러나왔다. 그런데, 3년 전만 해도 익숙하지 않았던 모습은 어느새 우리 앞에 와 있다. 스팀 플랫폼은 어느덧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이제 PC방에서도 낯설지 않다. 

계기는 ‘배틀그라운드’다. 2017년 얼리억세스로 시작해 돌풍을 일으켰고,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국가에서 즐긴 국산게임이 되었다. PC방에 스팀 기본 설치는 당연한 듯 정착됐고, 게임을 가볍게 즐기던 유저들도 스팀의 존재를 알고 계정을 만들기 시작했다. 인지도 분야에서 큰 불씨를 당긴 셈이다.

그 전후로 스팀과 콘솔 등 외산 게임을 향한 관심이 급증했다는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PC온라인 신작이 드물어지면서 높은 품질과 참신한 아이디어가 빛나는 해외 게임 소비량이 점차 늘었고, 이제 대작은 한국어화 출시가 당연해질 정도로 유의미한 시장이 됐다. 인터넷 게임방송 활성화 등 미디어 유입 통로가 늘어난 것도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게임트릭스와 게토 등 PC방순위에 존재하는 게임 중, 최근 2~3년 동안 새롭게 등장한 상당수 게임은 스팀에 기반을 둔다. 배틀그라운드는 물론 레인보우식스:시즈, 몬스터헌터:월드, GTA5, 데이바이데이라이트 등 예전이라면 생소했을 외산 게임이 점유율에 잡히는 모습이다. 올해 초부터 방송을 통해 입소문을 탄 오토체스(도타2)도 아직 상위권이다.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최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초반 점유율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패스오브엑자일(POE)도 뉴질랜드 개발사 그라인딩기어게임즈의 스팀 기반 인디게임이다. 그야말로 정신을 차려보니 '스며들였다'고 표현할 만하다.

스팀 역시 한국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위해 PC방 전용 서비스 모델을 준비하는 한편 자체 홍보에도 신경을 쏟고 있다. 지형은 바뀌었고, 이미 파도는 밀려왔다. 

PC방에 스며드는 스팀이 국내 게임계 입장에서 달갑지만은 않다. 중국 등 대자본과의 경쟁도 힘겨운 상황에서 또다른 악재가 생겼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여지는 있다.

우선 살필 지점은 스팀게임 퍼블리싱의 가능성이다. 해외에 멀티 기반으로 참신함을 갖추고 게임성도 보장된 카드는 충분히 찾을 수 있다. 게임의 기본 모델은 건드리지 않되 현지화에 협력하면서 국내 서비스 노하우를 접목한다면, 게임계의 판을 키워나갈 가능성은 충분하다. POE 역시 그 길을 열었다.

자체 개발 관점도 바뀔 수 있다. 글로벌 플랫폼이라는 특성을 이용해, 국내 온라인게임의 기존 흥행공식을 탈피하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국내 게임계는 아직도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매출을 위해 획일화된 시스템에 안주한 채 실험이 실종됐다는 유저들의 비판도 공존했다. 하지만 스팀을 염두에 둔다면, 배틀그라운드의 사례처럼 해외 개발자를 적극 영입해 글로벌 라이징을 노리는 것도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다.

실제 크고 작은 게임사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었다. 엔씨소프트와 넥슨, 넷마블 3N은 2018년 콘솔 및 스팀게임 진출 계획을 밝힌 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스마일게이트는 연애 어드벤처 포커스온유(Focus on you)와 잠입액션 로건(ROGAN) 등 VR 기술을 특화시켜 스팀 플랫폼을 노린다.

중견 게임사 중에서는 네오위즈가 탭소닉 볼드 스팀 출시에 더불어 아미 앤 스트레테지와 같은 국산 인디게임 기대작 개발팀을 영입하는 등 가장 눈에 띄는 모습을 보인다. 시프트업은 최근 프로젝트 이브를 발표하며 콘솔을 포함한 PC플랫폼에 도전장을 던졌고, 멘티스코의 헌터스 아레나와 같이 중소기업도 PC온라인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됐다. 

원하지 않더라도 글로벌 경쟁은 시작됐다. 

PC방에서 스팀게임을 즐기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는 것은, 국산 PC온라인게임에 위협인 동시에 기회다. 스팀은 글로벌 게임계의 거대한 공룡 플랫폼이 된 지 오래다. 국내 역시 흐름을 거스르기 힘들다. 기존 방식을 붙잡다가 파도에 휩쓸리는 것보다, 파도를 타고 함께 출항하는 결단이 요구된다.

국산 PC온라인 신작이 희귀해진 지금도 관련 수요는 여전하다. 그 유저들은 스팀 멀티 게임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들의 기준을 충족시키고 더 넓은 전장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도전과 아이디어가 함께 필요하다. 이제 국내 게임사들은 창의력이라는 자산을 다시 키울 때가 됐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저작권자 © 게임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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