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라이엇게임즈 현지화 팀이 말하는 '좋은 번역이란?'

기사승인 2019.06.04  17:52:46

공유
default_news_ad1

게임 콘텐츠 번역자 입장에서 ‘언어의 맛’을 살리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령 ‘Red’라는 단어를 한글로 옮겼을 때, ‘빨강’이란 단어는 의미상으로 맞을 수 있으나 좋은 번역이 아닐 수 있다. 같은 색이라도 색감의 정도 차이에 따라 표현을 다르게 써야 할 경우도 있으며, 작품의 속성과 시대상을 고려했을 때 전혀 다른 의미로 바뀌기도 한다.

좋은 번역에는 트렌드가 무조건 반영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들릴 수 있지만 그 또한 속단할 수 없다. 당대 최고의 유행어로 꾸며진 문장이 10년, 20년 후에도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지화 과정은 작품을 직접 제작하는 창작활동은 아닐지라도 ‘지역적 색채’를 입힌다는 점에서 그에 비견되는 창의적 고민을 수반한다. 원문의 뉘앙스를 타 지역의 트렌드와 문화적 정서, 시대상을 모두 고려해 전환하는 작업이기에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봉준호의 ‘기생충’ 등의 사례에서 번역가가 함께 제작자로서 조명 받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과정에 대해 고승연 팀장은 ‘일관성’과 ‘융통성’ 사이의 밸런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계관과 캐릭터 관계뿐만 아니라 e스포츠까지 고려해야 하는 리그오브레전드의 특성상 한 가지 관념에 사로잡히는 것은 오류로 빠지는 위험 요소임을 함께 강조했다. 

그렇다면 라이엇게임즈의 현지화팀 입장에서 바라본 ‘수준 높은 현지화’의 기준은 무엇일까? 또한 AOS 장르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과 다양한 유저층을 포용하는 유연한 번역 사이에서 두고 있는 지향점은 무엇이며, 게임의 특수성을 어떤 방식으로 소화하고 있을까?

라이엇게임즈 고승연 팀장과 리그오브레전드의 현지화 과정과 팀의 방향성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Q: 간단한 자기소개와 라이엇게임즈에서 어떤 일을 맡고 계신지 설명 부탁한다
고승연: 라이엇게임즈에서 콘텐츠 현지화, 한글화 담당 부서의 팀장을 맡고 있는 고승연이다.  

Q: 리그오브레전드 관련 콘텐츠가 많다 보니 현지화 작업의 범주도 넓을 것 같다. 현지화팀이 참여하는 게임 이외의 작업은 무엇이 있는지
고승연: 기본적으로 리그오브레전드와 관련된 모든 텍스트와 음성 콘텐츠 작업에 참여한다. 게임뿐만 아니라 홈페이지에 개재되는 공지와 이벤트 페이지, 할인 안내까지 모두 팀의 손을 거친 결과물이다. 이밖에도 유니버스 페이지에 올라가는 단편 소설과 만화, 홍보 영상도 함께 작업하고 있으며 라이엇 스토어에 등록되는 굿즈의 설명까지 담당하고 있다. 

특히, 라이엇게임즈는 하나의 게임 콘텐츠를 전 세계에 서비스하면서 각 지역별 문화에 대한 검수 작업도 진행한다. 실제로 타 지역에서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해골 모양 소환사 아이콘이라 하더라도 특정 지역에서는 금기시되는 경우도 있다. 

뿐만 아니라 신규 챔피언의 이름이 특정 지역에서는 비속어로 들릴 수 있는 위험성이 있기에, 명칭에 대한 검수도 진행하고 있다. 모든 현지화 결과물은 LQA(Linguistic Quality Assurance)를 거치며, 캐나다에서 진행되는 검수 과정에 대해 직접 이야기를 나누며 협업한다.

정리하자면 한글화, 현지화 작업과 함께 국내 정서에 맞지 않는 콘텐츠가 있거나 본사와 별도로 진행 중인 이벤트와 콘텐츠가 상충되는 경우가 없도록 관여하고 글로벌로부터 국내에 전달되는 모든 일에 참여하고 있다.

Q: 라이엇게임즈의 현지화 과정 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규칙은 무엇인가
고승연: 본사 차원의 규칙은 아니지만 팀과 함께 7~8년간 함께 일하면서 쌓아온 경험과도 같은 신조가 있다. 일관성과 융통성, 그 사이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다. 

팀의 입장에서 현지화 콘텐츠는 창작물을 만든다기보다, 색을 입힐 대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작업의 일관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간혹 이러한 관념에 역으로 사로잡혀 번역기를 돌린 해석과 다를 바 없는 결과물이 나오기도 한다.

물론 융통성과 일관성은 어느 정도 상충되는 개념이라 밸런스를 유지하기 어렵다. 게임 자체가 초를 다투는 경쟁이 메인 콘텐츠이다 보니 통일된 언어, 용어의 이해도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빠른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현지화를 진행해도 단편 소설이나 만화, 영상에서 사용될 경우에는 전혀 다른 의미로 전달될 변수까지 말이다. 

때문에 상황과 콘텐츠, 범주에 따라 판단을 내리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유저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이해도가 주축인 셈이다. 일관성을 중심에 두고 융통성을 더하는 과정이라 생각해주시면 된다. 

Q: 리그오브레전드 현지화 스타일은 유저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는지 궁금하다
고승연: 콘텐츠 성격에 따라 다르다. 전달해야 하는 정보가 중요하다면 직역하면서 유저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융통성 있게 작업한다. 반대로 재미나 풍자, 홍보성 콘텐츠일 때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과장된 요소를 넣거나 때로는 원문에 없는 내용과 국내에서 유행하는 밈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어떻게 보면 직역과 의역을 결정하는 것 역시 일관성과 융통성 사이의 밸런스가 적용되는 일이다. 같은 내용이라도 콘텐츠의 종류에 따라 과감하게 가져가는 유연함이야말로 팀의 가장 확고한 방향성인 셈이다. 

Q: 최근 리그오브레전드 관련 콘텐츠는 게임에 이어 영상, 만화, 단편 소설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에 맞춰 작업 스타일이나 관점 등에도 변화가 있었는지
고승연: 리그오브레전드 코믹스라는 이름으로 만화 장르를 선보이기 시작했을 때의 일이다. 일반적인 대사와 달리 배경 속에 녹아든 효과음을 한국 정서에 맞게 옮기는 것은 무척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게다가 이러한 과정은 게임적 시선으로 바라봤던 융통성과 유연성과는 전혀 다른 감각이 필요했다.

때문에 보다 개선된 결과물을 선보이려 여러 시도와 고민을 거듭했다. 다른 만화 매체를 연구하거나 마니아 유저의 반응을 관찰하며 지금까지 고민하지 않았던 새로운 분야에 대한 개선 과정을 진행했다. 

소설의 경우에는 리그오브레전드의 배경에서 비롯된 만큼 서비스 초기부터 기획된 콘텐츠였다. 초창기에는 게임 자체 확장이 중요한 시기였다 보니 비중이 높지 않았지만 IP(지식재산권)에 대한 관심이 글로벌 규모로 높아지면서 소설과 관련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다. 

실제로 유니버스 발표 전 100종 규모의 챔피언 관련 스토리를 국내 문학 정서에 맞추기 위해 전문 작가의 힘을 빌려 모두 수정하기도 했다. 기존 스토리 시점과 전혀 다른 어린아이의 목소리나 특정 캐릭터의 의식을 묘사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유니버스의 기반을 쌓아나갔다.

특히, 문학적 콘텐츠는 한 번에 정답을 찾아내기 어렵다. 그만큼 부정적인 피드백도 뒤따를 수 있었지만 관심이 있었다는 반응 자체가 중요했다. 무엇보다 문학적인 맛이 중요한 포인트였다. 원문과 다른 표현을 사용하더라도 특유의 느낌을 잘 살릴 수 있다면 언제든지 활용했다. 

이러한 시도는 작업 스타일에도 변화를 이끌어냈다. 외주를 담당하는 프리랜서 작업자와 업체를 선정할 때도 별도의 테스트를 진행해, 문학 콘텐츠에 강한 쪽을 선택했다. 과거의 작업 방식과 비교해본다면 개인 규모로 진행됐던 이전과는 다른 스타일의 노력이 더해졌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Q: 국내에서 진행한 현지화 작업에 대해 본사가 개입하거나 서로 의사소통을 주고받으며 협업하는지 궁금하다
고승연: 상호 간의 소통은 시차가 있을 뿐, 매일 주고받고 있다. 우선 라이엇게임즈의 스타일 자체가 각 지역의 문화를 최대한 존중하는 편이다. 지부에서 진행한 현지화 과정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정도지, 허가와 불가 판정을 내리진 않는다. 

일례로 대사집의 경우에는 모든 작업과정이 지부에게 일임이 되어있다. 인게임 대사는 단순한 텍스트가 아닌 사람의 입을 통해 소리로 전달되는 정보라 본사보다 각 지역 지부의 이해도가 훨씬 높다. 본사 역시 이를 이해하고 있기에 작업상 상호 존중이 확실한 편이다.  

때로는 텍스트에 타 지역 유저가 알아듣기 어려운 미국식 농담이 섞였다면 미리 고지해주며 반대로 지부에서 특정 대사를 바꿨을 때는 이를 본사에 공유해주는 경우도 있다. 

Q: 챔피언 스킬 중에는 ‘헤롱헤롱쿨쿨방울’이나 ‘칭칭올가미’, ‘슈우우웅’ 등 독특한 명칭을 지닌 것들이 많다. 이러한 스킬명들을 한글 명칭으로 확정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설명하자면?
고승연: 스킬명을 정할 때 팀에서는 챔피언의 개발과정과 플레이 방식 등을 먼저 숙지한다. 여기에 배경 스토리에 녹아든 챔피언의 성격까지 고려하는데 진중한 분위기의 챔피언일 경우에는 성격에 맞춰 원문 그대로 전달하는 편이며, 통통 튀고 발랄한 성격의 챔피언이라면 유연성을 발휘해서 번역하는 식이다. 

이러한 스킬명 번역은 내부 검수 과정이 무척 까다로운 편인데 유저의 입뿐만 아니라 e스포츠 현장에서 활약하는 캐스터와 해설자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규 챔피언이나 리메이크 챔피언이 출시된다면 스킬 스타일과 함께 이전 챔피언의 스킬명을 비교 대상에 두고 발음하기 어렵거나 호흡이 길어지는 후보군을 모두 쳐낸다. 심지어 Q, W, E, R을 모두 놓고 봤을 때 조사가 하나라도 겹친다면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Q: 챔피언의 대사를 살펴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유머 코드나 인터넷 용어를 국내 정서에 맞춰 풀어낸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은어나 밈을 해결하기 위한 현지화 팀의 노하우는 무엇인가?
고승연: 이와 관련해서 전 세계 라이엇게임즈의 지부가 동의하는 한 가지 표현이 있다. 특정 상황에서 서로에게 주고받는 ‘창조적 번역’(transcreate)의 뜻은 번역을 하되 창의적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다. 어떻게 보면 팀에서 중요시하는 일관성과 융통성 사이의 밸런스를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다. 

하나의 단어를 보더라도 팀원 개개인의 시선이 매우 다양하다. 연령대와 개인 취향, 사교성 등 관점을 대변하는 다채로운 의견이 많기에, 단어의 맛을 살릴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무엇보다 리그오브레전드에 비해 인터넷 유머와 밈의 생명력은 길지 않다. 10년 뒤에도 어색하지 않은 대사가 되려면 과도하게 트렌디한 대사는 지양해야 한다. 더빙을 진행하는 성우에게도 ‘지금은 유행어지만 6개월 이후에 잠잠해질 단어라면 쓰지 않는다’라는 내부 규칙을 전달한다.  

그리고 비속어가 조금이라도 들어간 밈이나 줄임말 중 부정적인 뜻을 내포하고 있는 단어라면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만약 등급적인 문제가 의심될 때에는 법무팀의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Q: 현지화 작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는? 
고승연: 글자로 작성된 결과물보다 음성으로 남겨진 성과가 기억에 남는다. 그중 하나는 프로젝트 애쉬 스킨이다. 농담 중 애쉬가 아닌 컴퓨터 네비게이터가 대답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제가 녹음한 대사였다. 타 회사에서 사내 성우로 활동한 적도 있고 워낙에 관심이 많은 분야였던 지라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만약 음향 효과가 많이 들어가지 않고 대사가 길었다면 절대 맡을 수도, 맡아서도 안될 역할이었지만, 많은 이펙트를 입힌 짧은 대사였기에 가능했던 너무나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다른 한 가지는 최근에 진행됐던 이즈리얼 리메이크 작업이다. 일반적으로 신규 챔피언 음성 녹음 작업보다 리메이크 챔피언 작업은 훨씬 어려운 편이다. 이전부터 플레이해왔던 유저들은 챔피언의 기존 이미지가 그대로 유지됐으면 하는 마음이 크지만 라이엇게임즈는 대대적인 작업인 만큼 많은 변화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 작업이기에 성우의 선별부터 대사 번역까지 일반적인 작업 이상의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처음에는 이즈리얼 리메이크 버전에 어울리는 성우를 새롭게 기용해보기도 하고 대사 톤도 바꿔봤다. 하지만 내부적인 음성 검수단의 평가가 좋지 못했다. 이미 이즈리얼은 많은 유저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고 그 어떤 챔피언보다도 이전 버전에 대한 애착이 강렬하게 남아있었다. 

때문에 이즈리얼의 성우를 그대로 유지하는 선에서 챔피언 이미지를 반영한 비아냥거리는 엑센트와 대사를 반영해 차별화했고 결과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게임마다 이즈리얼의 비아냥이 들리는걸 보며, 유저가 게임에 애착을 가질만한 요소를 새롭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팀에게 큰 힘이 됐다. 

Q: 신규 챔피언 소식이 들려오면 어떤 성우가 배역을 맡을지 궁금해하는 유저도 많다. 라이엇게임즈가 성우를 선택함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고승연: 성우는 라이엇게임즈가 직접 선택하지 않는다. 스튜디오에서 배역이 가능한 성우 몇 분을 추천해주면 녹음 업체와 개별적으로 계약하는 방식이다. 성우에 대한 이해도와 녹음에 대한 전문성을 따진다면 녹음 관계자를 절대 따라갈 수 없다. 라이엇게임즈는 전문적인 영역에 개입하는 것을 절대 원하지 않는다. 

그래도 챔피언들의 개성이 워낙 뚜렷하다 보니, 성우들이 특정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지 여부는 무척 중요한 항목이다. 녹음 스튜디오도 라이엇게임즈에서 이러한 사실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과 기대치가 높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 출중한 연기력과 성실함을 겸비한 분을 추천해주신다. 

만약 성우가 이전에도 리그오브레전드를 플레이하셨던 분이라면 일은 더욱 쉬워지고 재밌어진다. 대사에 대한 감정을 본인께서 직접 제시해주기도 한다. 본사에서 1차로 작업된 음성에 국내 정서를 입히는 유연한 방식으로 더빙이 진행한다고 보면 된다. 

또 다른 항목은 연기톤이다. 챔피언 숫자가 어느새 144명에 달하다 보니 새로운 음성을 녹음하더라도 목소리 톤이나 엑센트가 기존 챔피언과 겹칠 수 있다. 목소리에도 트렌드가 반영된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과거 게임 분야의 더빙 트렌드는 사극톤에 가까웠는데, 최근에는 일상적인 대화처럼 편안히 읊조리는 목소리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때문에 기존 챔피언 음성과 겹치지 않는 선에서 최신 트렌드가 가능한 젊은 성우를 적극적으로 기용하는 것도 항상 고려하고 있다. 

Q: 챔피언 대사 녹음 시 본사 차원에서 이뤄지는 피드백이 있는지 
고승연: 대사의 한글화나 성우의 연기톤을 본사에서 지정하진 않는다.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은 오히려 유저들이 제시해주는 편이며, 본사와는 의견을 제시하고 공유하는 정도로 협업하고 있다. 

일례로 챔피언 대사 중 특정 스킨 콘셉트에 섞인 음향 효과가 글로벌 버전보다 약하다는 의견을 본사에서 준 일이 있었다. 하지만 국내 유저들은 목소리의 톤과 음향효과의 멋보다 대사의 의미 전달을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바꾸기 어렵다는 의견을 본사 측으로 전달했고 그쪽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또한 라이엇게임즈는 각 지역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거뒀을 때 이에 대해 활발하게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익숙하다. 국내의 대표적인 케이스 중 하나는 바루스 음성 변경 사례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미형화됐던 일러스트와 달리 초창기 바루스의 목소리는 목을 많이 사용하는 걸걸한 타입이었다. 

그래서인지 유저들이 바루스에 대한 애착이 깊어지고 사용 빈도수가 늘어나는 만큼 일러스트와 목소리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아졌다. 일반적으로 챔피언 더빙 작업은 본사에서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진행하는 식이었는데, 바루스는 반대로 국내 지부에서 먼저 요청해서 음성 변경이 이뤄졌다. 

과정 자체가 독특한 사례였고 유저들의 반응도 좋아서 각 지역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들이 모였을 때 들려줬는데 모두들 놀라워했다. 음성에 대해 바꿔야 할 필요성은 다들 느끼고 있었지만 챔피언의 리메이크가 진행되기 전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다른 지역에서도 국내처럼 새로 녹음하고 만족도를 높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Q: 잘했을 때보다 못했을 때 상당히 큰 이슈로 다뤄지는 것이 현지화 작업인데 이에 대한 부담감도 상당할 것 같다
고승연: 늘 원문이 존재하는 콘텐츠인 만큼 두 가지를 비교하는 반응이 있을 수밖에 없다. 다소 의외일 수 있겠지만 새로운 현지화 콘텐츠를 선보였을 때 칭찬만큼이나 게임에만 집중하는 유저들의 무반응도 팀 입장에서 행복하게 느껴진다. 이해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실수도 있겠지만 완벽함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더 멋진 창작의 기회를 잃지 않도록 내부적으로 주의하고 있다. 실수가 있었다면 고치면 된다. 처음부터 100점짜리 작업을 내놓으려 한 가지 일에 얽매일 필요는 전혀 없다. 

Q: 최근 영화나 다른 콘텐츠에서 번역이나 현지화 작업으로 이슈화된 사례가 많았는데 느낌이 남다를 것 같다
고승연: 옳다 생각했는데 틀린 경우도 있는 만큼 현지화나 한글화는 일부러 여러 사람들과 함께 협업하며 진행한다. 만약 오역 관련 이야기가 들려오면 과정 중에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고 소위 초월 번역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경우라면 본받을만한 요소를 눈여겨보려 한다. 

Q: 현지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한국어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고승연: 의성어, 의태어를 표현함에 있어 한국어를 뛰어넘을 수 있는 언어는 극히 드물다. 가령 ‘헤롱헤롱쿨쿨방울’을 영어로 번역해보라고 시킨다면 외국인이 어떻게 대처할지가 굉장히 궁금하다. 말 자체의 색깔과 소리에 녹아든 수많은 뉘앙스를 전달하는데 최적화됐다. 어떤 점에서는 우리가 지향하는 창조적 번역에 특화된 언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영어를 한국어로 바꿨을 때 단어는 길어지기 마련이다. 이로 인해 인터페이스 특성상 강제로 줄바꿈이 이뤄지기도 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단어가 밉게 표기되기도 한다. 번역할 때는 너무나도 예쁜 단어였지만 강제로 형태가 바뀐다면 그것만큼 속상할 때도 없다. 

Q: 모든 리그오브레전드 콘텐츠에 관여하는 만큼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게임과 함께 라이엇게임즈를 지켜보고 있는 유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고승연: 한국 시장에서 롤에 대한 사랑이 한결같이 뜨거워, 매일매일 감사하고 행복하다. 현지화 과정은 원문이 존재하는 작업이기에, 모두가 100% 만족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불가능한 작업이라 할지라도 현지화 팀은 다양한 취향을 최대한 만족시키려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유저의 목소리도 놓치지 않고 듣고 있다. 

아시다시피 리그오브레전드는 ‘다양성’으로 빚어진 게임인 만큼 다양한 직군과 연령층이 모여 즐기는 콘텐츠이다. 가끔씩 원하지 않는 팀원과 매칭이 잡히더라도 서로 응원하고 함께 즐겼으면 하는 분위기가 이어졌으면 한다. 

송진원 기자 sjw@gameinsight.co.kr

<저작권자 © 게임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