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진짜 시작은 50레벨 이후’란 사실은 로스트아크 유저라면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최고 레벨을 달성해도 메인 스토리가 많고 기본적인 아이템 파밍이 이뤄져야 MMORPG의 꽃인 레이드에 참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50레벨 이후 장비 업그레이드를 준비하며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콘텐츠로 ‘모코코 씨앗’ 수집을 선택했다. 고대 금화를 시작으로 황금 열쇠, 선박 업그레이드 재료와 심지어 전설 등급 귀걸이까지 하루 만에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꼼꼼하게 모으지 않았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시간에 대한 압박감보다 과거 RPG 유저가 그랬듯, 하루 전체를 게임에 투자해 볼 있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단판제로 승부를 가리는 FPS나 AOS와 달리 흐름이 끊길 필요도 없고 무엇보다 RPG 유저로서 레벨업에 쫓겨 맵이 어떤 콘셉트로 디자인됐는지 제대로 관찰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이러한 배경 아래 스스로 ‘모코코의 날’이라 이름 붙인 지난 9일, 전설 등급 ‘모코코의 귀걸이’와 선박 ‘프뉴마’를 얻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그동안 의도적으로 모코코 씨앗을 모은 적이 없었기에 로스트아크의 시작을 알리는 마을 ‘레온하트’부터 방문할 필요가 있었다.  

오랜만에 스타팅 포인트로 돌아온 감회와 함께 네리아의 주점과 스퀘어홀 주변에서 기념비적인 모코코의 날 첫 번째 ‘모코코 씨앗’을 찾아냈다. 비공개테스트와 오픈베타 이후 수많은 유저들이 씨앗의 위치를 자세히 분석해놓은 덕에 예상했던 시간보다 빠르게 끝날 것만 같은 자신감도 붙었다. 

개발자의 ‘세심한’ 배려였을까. 몇몇 씨앗은 찾기 어렵다 못해 창의적으로 숨겨져 있어 감탄을 자아냈다. 시점이 고정된 특징으로 착시 현상처럼 입구를 숨긴다든지, 벽을 뚫거나 허공을 걷는 등의 ‘게임적 허용’까지 활용해 씨앗을 심었다. 

처음엔 황당하고 짜증났다. 시점의 한계 상 위치를 모른다면 발견하기 힘든 씨앗도 많았고, NPC의 특정 조건을 만족했을 때 드러나는 씨앗 위치는 어떻게 알아냈느니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되돌아온 곳을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던전에서 씨앗을 놓쳤을 때 불특정 다수에 대한 원망은 극에 달했다. 

하지만 6시간 후, 애니츠의 항구도시 ‘창천’에 도달했을 무렵 ‘나쁘지 않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온갖 장소에 숨겨진 씨앗을 찾아내면서 우연치 않게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뷰포인트를 찾아낼 수 있었고 가장 좋아하는 지역인 애니츠의 매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판타지와 RPG를 좋아하는 유저라면 루테란, 토토이크, 창천, 슈페른 등 다양한 로스트아크의 도시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감정은 개발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콘티로 표현되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도시의 매력을 유저들이 찾아내길  원해, 모코코 씨앗이란 형태로 유도했을지 모른다. 

모코코의 날을 즐긴 워로드의 특성상 던전 솔로 플레이는 다소 답답했지만 ‘모험의 서’를 채운다는 의미로 참고 견딜 수 있었다. 스마일게이트는 모코코뿐만 아니라 수집품, 요리, 몬스터, 숨겨진 이야기 등의 수집 보상으로 능력치 증가 물약, 스킬 포인트 물약, 호감도 아이템을 제공해 게임 내 콘텐츠가 연계되도록 설계했다. 

물론 ‘어디선가 솔솔 풍겨오는’ 모코코 씨앗의 냄새에 취해 고통과 기쁨을 잠시 착각했을 수 있다. 그래도 배경의 매력과 숨겨진 콘텐츠, 퀘스트 등을 함께 찾아내면서 최고 레벨에 도달해 겪었던 무력감이 얼마나 하찮았고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처럼 별다른 이유 없이 정한 모코코의 날이지만 MMORPG에 대해 느낀 바가 많은 하루였다고 생각한다. 이유 없는 콘텐츠는 없다. 이스터에그던 모코코 씨앗 같은 단순한 수집 요소이던 개발자의 의도는 포함됐다. 

때문에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콘텐츠더라도 마냥 나쁘게 생각지 말고 따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400개를 모으는데 10시간 이상 소요한 모코코의 날이었지만 유저는 아이템과 재미를 얻을 수 있고 개발자는 게임의 매력을 선보인 세상에 몇 없는 WIN-WIN 게임의 사례였으니까. 

이와 별개로 한 가지 격언도 마음에 새겼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 본인이 실수로 남겨둔 모코코 씨앗의 위치를 확인할 길이 없기에 꾸준하고 꼼꼼하게 수집할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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