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전(RvR)은 MMORPG 장르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콘텐츠 중 하나다.

진영전은 그 시초라고 할 수 있는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DAOC)’을 시작으로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엔씨소프트의 ‘아이온’ 등을 거쳐 최근 모바일 MMORPG에 이르기까지 많은 유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진영전 콘텐츠를 도입한다고 해서 위에서 언급한 게임들처럼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진영전 콘텐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저가 자신이 속한 진영에 대한 ‘소속감’을 갖는 것인데, 소속감은 유저가 게임을 몰입감 있게 플레이할 때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때문에 어설픈 설정으로 단기간에 유저들에게 소속감을 부여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이 같은 소속감을 가장 잘 구현해낸 게임은 진영전의 대중화를 이끈 월드오브워크래프트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진영은 ‘호드’와 ‘얼라이언스’로 구분되는데, 블리즈컨이나 블리자드의 유저 행사에서 유저들이 각 진영의 깃발을 들고 ‘For the Hord(호드를 위하여)’나 ‘For the Alliance(얼라이언스를 위하여)’를 외치며 입장하거나 진영을 나타내는 타투를 하는 등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까지 해당 진영 유저들의 소속감을 확인할 수 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이 같은 소속감은 어디서 발생하는 것일까? 정답은 블리자드의 스토리텔링에 있다.

블리자드는 오는 14일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7번째 확장팩인 ‘격전의 아제로스’의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해당 확장팩의 내용은 지난 블리즈컨 2017에서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존 하이트 PD가 “군단 초기에 각 진영의 행동이 상대 진영을 의심하게 만들었고, 불타는 텔드랏실에 모습을 드러낸 실바나스로 인해 얼라이언스와 호드의 갈등이 폭발해 로데론 침공이 이어졌다.”라고 밝힌 것처럼 과거 확장팩의 결과가 현재 사건의 발단으로 이어지고 있다.

즉 블리자드는 오랜 시간 쌓아온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스토리와 세계관을 바탕으로 해당 진영의 행동의 당위성을 부여하고, 이를 토대로 유저들에게 몰입감과 함께 소속감을 부여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블리자드는 단순히 게임 내에서 드러나는 스토리 외에도 각종 애니메이션과 시네마틱 영상을 제공한다. 이는 게임 내에서 표현하기에 다소 부족할 수 있는 세계관에 대한 소개와 해당 영웅들이 어떠한 행동을 하게 되는 계기에 대해 부가적인 설명을 함으로서, 특정 영웅이 하는 행동의 당위성은 물론 배경의 이해도를 높여 유저들이 게임에 몰입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번 격전의 아제로스 확장팩 출시를 앞두고 공개된 애니메이션 ‘전쟁인도자: 제이나’와 ‘전쟁인도자: 실바나스’, 호드의 영웅 ‘바로크 사울팽’의 이야기를 다룬 시네마틱 영상 ‘노병’ 역시 같은 맥락으로 만들어졌다.

다만 최근 공개된 영상들과 현재 서버에서 진행되고 있는 격전의 아제로스 확장팩의 프롤로그 격 이벤트 등으로 인해 호드가 다소 악역 이미지를 갖게 되면서 호드 유저들의 불만이 다소 제기되는데, 이 역시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유저들의 게임에 대한 소속감이 어느 정도인지 증명하는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블리자드는 오랜 기간 쌓아올린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세계관을 다방면으로 유저들에게 전달하며, 자신이 속한 진영에 대한 소속감을 자연스럽게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유저들의 소속감은 월드오브워크래프트가 10년 이상 롱런하는데 큰 자산이 되는 만큼, 이번 확장팩에서 어떤 모습으로 다시 한 번 유저들의 소속감을 고취시키게 될지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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