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스터 마을에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검은색 망토에 모자를 눌러써 신원 확인이 힘들지만, 한눈에 척 보아도 누군지 짐작이 가는 인물입니다. 분수 앞에서 조용히 눈 감은 채 기도하고 있는 이방인. 오늘의 주인공 혈도입니다.

분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가 아름답습니다. 포르투나의 은총을 마을 곳곳에 전해주려고 하는 것일까요? 사방팔방 튀기는 물방울을 보며 너도나도 웃음꽃이 활짝 피고 있습니다. 서로의 안부와 부모님의 건강을 묻던 마을 사람들의 표정이 굳었습니다. 


저 멀리서 걸어오는 낯선 인물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뚜벅뚜벅 걸어오는 그의 움직임을 모두가 유심히 쳐다봅니다. 마침내 분수 관리인 티케가 서 있는 곳까지 도달했고 그제야 이방인의 얼굴이 얼핏 보였습니다.

몇 년 전 무자비한 학살로 마을 청년들을 난도질한 혈도가 마을에 돌아왔습니다. 티케에게 무엇인가 묻는 모양새로 보아 정보가 필요해 돌아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희귀무기 크리스의 행방을 아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것에 대한 정보를 당신에게 알려드릴 순 없습니다.”


악인에게 피의 단검의 정보를 알려줄 순 없다며 완강히 버티는 티케, 혈도가 가족의 신변으로 협박해보지만,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그녀의 완강함에 질린 혈도는 이내 단서 찾기를 포기합니다. 대신 분수대에 다가가 동전을 던지고 기도를 드리기 시작합니다. 그 순간 한 줄기 빛이 혈도를 비췄습니다. 악인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은총 받을 자격이 있다는 듯이.

묵묵히 혈도를 지켜보던 티케가 의구심을 가집니다. ‘포르투나의 은총을 받는 그가 정말 악인일까?’ 그리고 분수대에서 벗어나 어느새 마을 외곽으로 향하는 혈도에게 말했습니다. “카일에게 찾아가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카일에게 찾아가 크리스의 행방을 물었습니다. 카일은 무기의 정보를 줄 순 있으나 당신이 다루진 못할 것이라며, 그만 포기하라고 일러줍니다. 살생을 한 자는 악명도가 쌓이는데, 업보가 많을수록 무기 관리가 어려울 것이라며 그만 돌아가라고 합니다. 그러나 혈도는 자신이 참선하여 선한 사람으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하며 방법을 알려달라고 합니다.

악명도를 내리고 다시 선한 사람으로 돌아가긴 위해선 골드 기부를 해야 합니다. 카일에게 골드를 맡기면 대리 형식으로 불우한 이웃에게 전달됩니다. 돈으로 하는 이미지세탁인 셈이죠. 그러나 혈도의 악명은 재화로 해결하기엔 감당이 되지 않습니다. 너무나 많은 살생을 저지른 탓이죠. 이에 카일은 다른 방법을 알려주며, 악마 사냥꾼 단테에게 찾아가라고 조언합니다.

단테는 언제나 악마토벌 최전선에 나서 ‘포워르 약탈자’, ‘라부스 입회자’ 등을 제거했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지역에서 물러서지 않는 용기와 불굴의 의지로 마침내 침묵의 숲2를 개척한 사람으로 유명하죠. 그러나 최근에 감행한 토벌 작전에서 다쳐 잠정 은퇴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단테는 자신의 후계자를 찾고 있었습니다. 끊임없이 침입해오는 악마로부터 마을을 지키려면 하루라도 빨리 토벌대의 돌격대장이 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침묵의 숲의 악명과 가족을 떠나기 힘들다는 이유로 모두가 지원에 망설였습니다. 그때 혜성처럼 등장한 인물이 혈도입니다.

혈도는 돌격대장 역할에 최적의 인물이었습니다. 경비병의 추격을 피해 침묵의 숲에 들어간 적이 있어 지리에 빠삭하고 심지어 악마사냥 경험까지 겸비했기 때문입니다. 단테는 혈도에게 악마 토벌대에 가입하여 영웅이 되라고 조언했습니다. 무자비한 악인에서 사람을 구하는 영웅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면, 악명도가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라고 유혹하며 말이죠. 더불어 침묵의 숲2에 가면 혈도가 그토록 원하는 크리스의 행방이 보일 것이라며, 단테의 권유를 도저히 거부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혈도의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습니다. 침묵의 숲1을 직접 개척하면서 능숙한 악마사냥꾼이 되어 두려움이 없었고 마음 놓고 살생할 수 있단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한, 원활한 무기제어를 위해선 악명도 감소가 필요했는데 악마 토벌로 이미지 변신이 가능하다면 더욱 금상첨화라 생각했습니다. 


악마토벌대 돌격대장이 되어 명성을 쌓았습니다. 전리품 얻은 백금반지, 경비병의 장검, 용사의 오브 등을 기부하며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습니다. 오직 영지의 안위만을 신경 쓰고 물욕에 전혀 관심 없는 영웅으로 말이죠. 

혈도 역시 영웅의 삶을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피의 맛을 잊은 것은 아니지만, 돌격대장으로서 칭송받고 대접받는 명예의 맛이 더 달콤했습니다. 그의 주의로 여러 사람이 모이기 시작했고, 어느새 돌격대장이 아닌 총대장이 되어 악마토벌대 최고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비록 크리스를 구하진 못했지만, 혈도는 행복합니다. 외톨이에서 벗어나 서로 믿고 의지하며 악마와 싸울 수 있는 동료가 생겼고, 토벌로 얻는 수입으로 집을 구해 새로운 장소에 정착도 성공했습니다. 태어나고 자라난 고향 글로스터는 떠났지만, 새로운 보금자리가 만들어진 것이죠.

더 이상 그에게 무기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단검은 악마를 사냥할 수 있는 정도의 성능만 가지고 있으면 됩니다. 그보다 사람들과 웃고 떠들고 어울리는 소소한 삶의 행복이 더 중요합니다. 

혈도는 카이저의 세계에서 ‘부’, ‘명예’, ‘권력’ 그리고 ‘인간관계’를 얻었습니다. 앞으로 그의 여행이 어떤 그림을 그려갈까요? 궁금하시다면 여러분도 카이저에 접속하여 동료로서 함께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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