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중이 고기 맛을 알면 절에 빈대가 안 남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 번 맛있는 음식을 알게 되면 헤어 나오지 못한다는 뜻이죠. 

이 속담이 고기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스카이다이빙의 짜릿함을 경험하면 광활한 하늘의 풍경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스쿠버다이빙을 체험하면 바닷속 세상에 펼쳐진 세계를 잊지 못합니다. 모두 살면서 처음 경험한 일이기 때문이죠. 


좋은 경험의 맛만 깨우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카이저의 혈도 역시 나쁜 맛을 알아버린 비운의 남자입니다. 

혈도는 개미 하나 쉽사리 죽이지 못했던 사람으로, 누구보다 성실히 일하며 마을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그의 성품을 이용하는 악랄한 자들이 존재했습니다. 버섯을 구하기 위해 혈도가 산을 돌아다니고 있으면 먼저 채집물에 다가가 빼앗거나 짓밟고 혹은 몬스터를 데려와 그를 위험에 빠뜨렸습니다. 

그 날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혈도가 블루베리를 채집하기 위해 길을 떠났고, 괴롭힘인 유일한 낙인 빈둥빈둥 패거리가 따라나섰습니다. 블루베리를 짓밟아 방해하고 내가 먼저 채집하려던 것이라며 빼앗기도 했습니다. 평소라면 웃어넘기던 혈도였지만 이상하게 오늘은 차가운 표정을 짓습니다. 몸이 아프신 어머님에게 드리기 위한 블루베리였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 사실을 모르는 악동들이 더 심하게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혈도가 자신들의 장난에 정색한 것이 괘씸하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화내지 않던 사람이 한 번 폭발하면 무섭다고 했던가요?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리고 사방으로 피가 튀기기 시작했습니다. 혈도가 채집을 위해 가져온 단검이 ‘피의 검무’를 추며 무자비한 학살이 벌어졌습니다. ‘일격 필살’로 심장과 머리를 꿰뚫고 ‘칼날 베기’로 여러 명의 살가죽을 베어 넘겼습니다. 공포에 가득 찬 패거리가 무장해제하고 살려달라고 빌었지만 이미 광기에 가득 찬 혈도에게 통하지 않았습니다. ‘광란의 외침’과 ‘암살의 기운’에 휩싸여 끊임없는 살의를 느낄 뿐이었죠. 


정신을 차려보니 주위에 시체가 가득했습니다. 시체를 보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미소를 지었습니다. 개미 한 마리 못 죽이던 사람이 피의 맛을 알게 되면서 전무후무한 악인이 탄생했습니다. 

혈도는 계속해서 살생을 벌이고 악명을 쌓았습니다. 마을농장에서 노동 중인 인부를 기습해 죽이고, 몬스터를 사냥하고 있던 사냥꾼도 저세상으로 보냈습니다. 광기에 미친, 즉 악인이 되어버려 인간성이 상실했고 마침내 시체를 조롱하는 수준까지 도달했습니다.

그의 악명이 정부에게까지 전달되어 수배범이 되었습니다. 마을 곳곳에 전단이 붙었고 경비경이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문에 배치된 경비병을 피해 우회하면 또 다른 감시자가 기다리고 있었고 점점 혈도의 활동 반경은 줄었습니다. 삼엄한 차단선을 뚫고 탈출에 성공하더라도 또다시 추적해와 피로가 극에 달했습니다. 마치 ‘천라지망’ 술수에 빠진 모습이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잡혀서 사형당하겠단 판단이 들었고, 혈도는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악마가 지배해서 인간이 접근하지 못하는 장소, ‘침묵의 숲’에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카이저에서 침묵의 숲은 ‘포워르 약탈자’, ‘라부스 입회자’ 등 악마 군단이 서식하여 한 번 갔다간 돌아오지 못하는 지역으로 유명합니다. 매번 토벌대를 파견하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을 만큼 강하면서도 무자비한 몬스터가 거주하고 있죠. 그래서 미지의 공간, 즉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희귀한 물건을 구할 수 있단 소문이 무성했습니다.

새로운 피의 단검을 구하기 위해 혈도는 침묵의 숲으로 입성합니다. 그 후 그의 모습을 보았다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죽었다는 소문도 있고 악마 사냥에 맛 들려 악마토벌대 대장이 됐다는 말도 떠돌고 있습니다. 


소문의 주인공 혈도는 쌩쌩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주변의 악마군단을 토벌하며 전설의 단검 크리스의 흔적을 찾아다녔습니다. ‘경비병의 장검’과 ‘백금 반지’를 발견했고, 이를 실마리로 조금씩 희귀 무기에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퍼즐을 맞추듯 서서히 말이죠.

마침내 크리스를 차지할 결정적인 정보를 습득합니다. 글로스터 영지의 기사가 무기가 사라진 지점을 알고 있단 사실을 알게 됩니다. 기쁜 마음에 당장에라도 글로스터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한 가지 걸리는 사항이 있습니다. 바로 글로스터가 혈도가 처음으로 피의 축제를 벌였던 장소, 즉 자신이 태어나고 자라난 마을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과연 마을 사람들이 자신의 죄를 용서하고 받아줄지, 아니면 바로 경비병에게 신고해 잡아가게 할 것인지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몸 져 누우신 어머님이 떠올랐고 혈도는 먼저 집에 들러 부모님의 얼굴을 뵙기로 결정합니다.

과연 혈도의 이야기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부모님의 설득으로 착하고 성실했던 청년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요? 아니면 피의 단검 크리스를 얻기 위해 더욱 무자비한 악인으로 변모할까요? 글로스터를 지켜온 성스러운 분수만이 그의 앞날을 알고 있는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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